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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Titicaca 호수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고 7시간 넘도록 먼지 풀풀 나는 길을 달렸다. 도중에 해발 고도가 4335m인 곳도 지났다. 여름인데도 안데스 산맥의 꼭대기엔 만년설이 덮여 있다.

처음 들었을 때 티티카카 호수의 어감은 내 귀엔 ‘띠띠빵빵’처럼 장난스러웠다. 잉카제국 창시자 망코 카파크가 강림했다는 전설이 깃든 신령스러운 이미지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나만 그런가....-.-;)
티티카카는 '빛나는 돌'이라는 뜻인데, 잉카 시대땐 '파카리나 paqarina' 라고 불렸단다. 어느 안내책자엔 '파카리나'가 ‘모든 것이 태어난 장소’라고 풀이돼 있는데, 위키피디어엔 정반대로 모든 사람이 죽을 때 거쳐가는 마지막 장소라고 나와 있다. 티티카카 호수(의 극히 일부)를 돌아보고 난 뒤 소감은 위키피디어 해석에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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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남부, 안데스 산맥 중앙에 있는 티티카카 호수의 해발 고도는 3800여m. 대형 선박이 다닐 수 있는 호수 중에선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남미에서 가장 큰 호수이고 페루와 볼리비아에 걸쳐져 있다.

물빛이 하늘빛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맑아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엄청 더럽다. -.-; 하수종말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인지, 적조현상이 심각해보인다. 이렇게 방치해둬도 되나 걱정스러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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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티티카카 호수를 30분 정도 가면 우로스 Los Uros 섬을 만난다. 갈대 (토토라)로 만든 섬이다.
무슨 임시 세트장 같아서 정말 사람이 사는 곳인지 긴가민가했는데, 우루족이 이렇게 갈대섬에서 산 지 벌써 600년이 넘었다고 한다. 육지에서 지배족 (꼬야족인가....암튼)의 박해를 피해 티티카카 호수에 와서 토토라를 엮어 배를 만들고 선상생활을 하다가 결국은 섬을 만들어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갈대로 도대체 어떻게 섬을 만든다는 걸까. 그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호수에서 자생하는 토토라 수풀 사이를 작은 카누로 지나다니며 긴 낫 같은 도구로 계속 자른다. 이를 반복해 토토라가 약 2.8m 정도 두께로 겹쳐 포개지면 그게 그냥 섬이 된다는 것. 고리를 꿰어 끌면 그대로 끌려오기 때문에 섬 자체를 끌고 이사를 다니기도 하고, 또 좁다 싶으면 토토라를 옆으로 쌓아 크기를 넓히기도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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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라로 만드는 건 섬 뿐이 아니다. 집도 만들고 곤돌라 모양의 배도 만든다. 토토라의 연한 순 부분은 먹기도 한다.
우로스 섬은 이렇게 만들어진 갈대섬 40여개를 통칭하는 말인데, 큰 섬에선 10여가구가 살기도 하지만 작은 섬은 달랑 집 2채인 곳도 있다.
섬에 내리기 전에 갈대섬에 대한 이런저런 설명을 들었을 땐 상당히 낭만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막상 섬에 내려보니 사정이 달랐다. 바닥은 단단한 편이지만, 갈대 더미가 물에 둥둥 떠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밤이면 습기가 올라와 아주 춥다고 한다.
섬의 바닥은 계속 썩어들어가는 상태다. 바닥이 많이 썩으면 갈대를 위로 계속 쌓아 무게를 지탱할 두께로 만들어줘야 한다. 우로스 섬의 뜻이 '매일 새롭게'라던데, 늘 토토라를 위로 쌓아야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듯하다. '매일 새로워진다'는 말이 이들에겐 심리적 태도의 변화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가장 절박한 노동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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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위엔 예전에 섬을 만들기 전 선상생활을 했을 때의 모습을 미니어처로 재현해놓았다. 갈대섬을 만드는 것보다 저렇게 작은 집을 얹은 배를 엮는 게 더 힘들었을 것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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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갈대섬에선 콘돌을 길렀다. 구경꾼들 보여주기용 콘돌이라 뭐 시들하게 쳐다보았는데 날개를 펴니 엄청 크다. 조련사도 잘 감당못해 쩔쩔맨다.
내가 기웃기웃하자 원주민 한 명이 자기 집에 들어와서 보라고 손짓을 했다. 작은 침대 하나와 옷가지들이 쌓여있는 소박한 살림살이. 방 한가운데에는 낡은 구닥다리 TV가 놓여있다. 집 안을 둘러보면서 사진을 찍을까 잠깐 망설이다 관뒀다. 집주인이 불러들여 보여준 것이지만, 소박하다 못해 세간이라곤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살림살이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게 어쩐지 무례한 짓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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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배를 타고 나와 푸노 시내로 이동. 밥을 먹으러 가던 길에 칸델라리아 Candelaria 축제 행렬과 마주쳤다. 2월 내내 성대하게 열리는 칸델라리아는 각 마을 성당마다 모시는 성인 성녀의 상을 들고 행진하는 축제. 종교적 행사인데 떠들썩하게 춤추고 음악도 요란하다. 페루여행 마지막에 운좋게 만난 성대한 송별파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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