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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구경

긴 여행의 끝

sanna 2008. 6. 21. 23:54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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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까지 764 km의 길을 34일간 걸었습니다.
무릎까지 눈이 쌓인 피레네 산맥에서부터 살갗이 아플만큼 햇볕이 뜨거운 메시타 평원까지 사계절을 두루 겪었습니다. 날씨 뿐 아니라 마음도 사계절을 겪은 듯 해요. ^^ 혼자 걷는 날도 많았고,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것도 즐거웠지요.
 
산티아고를 지나쳐 '세상의 끝'이라는 피니스테레에도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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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가는 길 후반부에 접어들면 남은 길이 몇 km인지 알려주는 표지판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피니스테레의 표지판엔 '0.0 km'라고 적혀 있더군요. 표지대로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그곳 바닷가에서 석양을 보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이후로는 마음내키는 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스페인 그라나다에서는 매일 밤 집시들이 사는 사크라몬테 언덕의 바 테라스에 앉아 알함브라 궁전 너머로 지는 노을에 건배하며 와인을 홀짝 거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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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에선 중세 도시를 굽어보는 사자 모양의 Arthur's Seat 기슭에 누워 흘러가는 구름을 세다가 깜빡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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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는 정리가 되는 대로 차차 전해드리기로 하지요.
돌아오고 나니 불과 1주일 전, 한달 전의 여유가 아득한 옛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군요. ^^;
물밀듯 밀려오기 시작하는 온갖 할 일들, 걱정거리, 게다가 어수선한 길거리까지... 한숨을 쉬다가도, 정말로 돌아왔구나, 실감이 나긴 합니다... 정작 긴 힘과 용기가 필요한 곳은 무거운 배낭을 매고 하루에 20여km씩 걷던 산티아고 길이 아니라 지금 이곳인 것같아 눈 앞이 아득~하네요.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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