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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그랬다지요. 매일 아침 양치질을 하면서,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라면 내가 오늘 하려는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는다고.
멀게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가까이는 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까지, 현명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을 인생의 상담자로 삼으라고 충고합니다. 나도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자각을 의식적으로 일상에 끌어들일 때, 내게 절실한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된다는 취지에서이지요.
잡스의 흉내를 내어 얼마 전부터 아침에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이 일을 할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참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이더군요. 며칠 내리 물어도 제 대답은 늘 ‘아니오’이거든요. -.-;
지금 하는 일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안다면 전 어떤 종류의 일상적인 일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는 내 흔적을 내 손으로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걸 감사하며 흔적들을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내가 살아있음을 체험하게 해준 공간을 찾아가 기억 속에 담는 일 등등을 하려들 것같아요. 좌우간 문제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질문을 아침에 던졌을 땐 늘 오늘의 일이 하고 싶지 않았다는 거죠.
그러다가 궁즉통이라고, 같은 질문을 다른 시간대에 다른 방식으로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즉, 밤에 자기 전에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나의 하루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대답이 달라지더군요....조삼모사에 희희낙락하는 원숭이가 된 것같은 기분이 좀 들긴 하지만 ^^;, 어쨌건 아주 사소한 일 하나가 생애 마지막 날을 후회하지 않게 만들어준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잔뜩 화가 났을 때 슬슬 구슬려 달래고 기분 좋게 해주려 애를 썼던 사소한 노력 하나라도 했다면 그날 하루가 마지막 날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100km를 가야 하는데 1km라도 걸었다면, 목표지점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지만 적어도 움직였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생애 마지막 날을 후회하지 않게 되더군요.
물론 '후회한다'고 자백하며 벽에 머리를 찧고 싶은 날도 꽤 됩니다. 또 후회하지 않는 날조차 하루를 잘 살아서라기보다 이미 벌어진 일을 합리화하려고 애를 쓰는 마음의 작용 때문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꼭 합리화만은 아닌 것이, 이런 질문을 통해 그날 하루 한 일 중 어떤 일이 지속적으로 내게 만족감을 주고, 어떤 일이 지속적으로 불만족의 원천이 되는가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됩니다. 만족감을 주는 일을 늘리고, 불만족스러운 일을 의식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고 말이죠. 그러다 보면 혹시 압니까. 언젠가는 아침에 질문을 던졌을 때 '오늘이 내 생애 마지막 날이어도, 난 이 일을 하겠다'고 대답할 수 있는 날이 올는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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