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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고 있던 블로그가 문득 생각났다.
아직 살아는 있나 싶어 주소 www.bookino.net 을 치니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그런 IP를 찾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뜬다.
엉? 왜 그러지? 하다가 어렴풋이 떠오르는 메일. 몇달 전에 블로그 주소와 관련한 뭔가의 만료시한이 곧 다가오니 연장을 원하면 어디로 가서 뭐 하라는 안내 메일을 본 것도 같았다. 하루에도 수십개씩 쏟아지는 스팸메일더미 속에서 그걸 읽고 아, 그런가, 나중에 해야지, 하고 잊어버렸는데, 내버려둔 사이 시한이 지나 저 주소가 사라져버린 거다.
블로그를 시작할 때부터 쓰던 주소인데 아쉬워서 되살려볼까 싶어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그냥 포기했다. 간단히 검색해봤는데 확장명만 다를 뿐 같은 이름의 주소들이 이미 많아 어느 소도시에나 다 있는 장승배기 같은 느낌이 들었고, 주인인 나도 오래 잊어버릴만큼 내팽겨쳐두던 곳인데 주소를 살리려 애쓰는 게 별 의미가 없단 생각도 들었고, 검색에 나오던 주소가 사라졌으니 이제 이 곳이 더 사적인 공간이 되겠구나 싶은 괜한 기대 (그렇다고 뭘 열심히 쓸 것도 아니면서)가 생기기도 했고, 이래저래 사라지게 내버려두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www.bookino.net 이 주소를 언제부터 썼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2006년 티스토리로 이전하기 몇 년 전부터인데, 전전직장의 디지털 저널리즘 동아리에서 강의를 듣고 독립 블로그를 만들면서 book 과 kino 를 이어붙인 별 뜻 없는 주소다. 한때는 수십개씩 댓글로 이야기를 주고받던 때도 있었지만 흥했다 지는 플랫폼의 유행에 따라 그것도 옛 일이 되었고.
이 블로그 방명록엔 몇 년에 한 번씩 비밀 글을 남기던 사람들 서넛이 있었다. 투병을 하거나 가족을 잃은 분, 글을 쓰는 분들이었는데 내가 이전에 쓴 글과 책을 보고 찾아오셨던 분들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지만 절절한 사연들이 잊히지 않았는데, 그들은 어찌 지낼까......엄마가 맨날 하는 화살기도처럼 나도 안부를 묻는 마음을 화살처럼 쏘아보낸다. 주소를 없애게 되어 미안해요. 잘들 지내셔야 해요.
내게도, 이름을 모르는 그 분들에게도 한 시절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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