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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어떤 임무의 종료

sanna 2020. 10. 3. 00:23

2020년 9월 8일 과제 하나를 내려놓다.

그 일을 하는 동안, 끝낼 때 자주 떠올렸던 글. 그리고 지금도.

소설가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 중에서;

“그것보다는 늘 지고 있다는 느낌이 어렵습니다.”

모든 곳이 어찌나 엉망인지, 엉망진창인지, 그 진창 속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또 얼마나 잦게 좌절되는지, 노력은 닿지 않는지, 한계를 마주치는지, 실망하는지, 느리고 느리게 나아지다가 다시 퇴보하는 걸 참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을지 현재는 토로하며 물었다.

…...(중략)......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개개인은 착각을 하지요.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사람의 능력이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이 멀리 나가지 않는다고요. 그런데 사실은 같은 위치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시대란 게, 세대란 게 있기 때문입니다.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예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중략)......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ㄴ다. 그리고 그 돌이 떨어진 풀숲을 소 선생 다음 사람이 뒤져 다시 던질 겁니다. 소 선생이 던질 수 없던 거리까지.”

......(중략)......

“오만해지지 맙시다. 아무리 젊어도 그 다음 세대는 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예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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