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에 열광하는 사람과 장안의 화제인 그 두 TV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만났다. 오랜 친구인 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A: 백청강 정말 대단하지 않아? 걔가 이기니까 기분 좋더라.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B: 흑룡강은 알겠는데 백청강은 또 뭐냐? A: ……농담이라도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 돌 맞을라. ‘위탄’ 안 봐? ‘나가수’는? B: 안 봐. ‘나가수’로 뜬 임재범 노래는 나중에 들었지. 잘하대. 근데 꼭 그런 서바이벌 게임을 해야 해? 나는 정말 싫던데. A: 서바이벌 게임이야 형식일 뿐이고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니까 그 자체로 즐기는 거지. 워낙 잘하잖아. B: 그럼 노래만 즐기면 되지 옥주현이 나올 자격 있네 없네 트집 잡는 이유는..
오늘 아침자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바로 가기) 신문에 실린 것보다 살짝 긴 원문입니다. * * * 얼마 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 A국출신 여성 B씨가 아이를 낳았다. 낯선 곳에서 살아갈 결심을 한 난민 신청자이지만 아이는 언젠가 고국에 보내고 싶은 마음에 B씨는 아이의 국적 취득 절차를 밟기로 했다. 한국엔 A국 대사관이 없어서 가까운 나라 주재 대사관에 연락해야 한다. 여기까지, 뭐 별 일 아닌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정부의 박해를 피해 탈출한 난민 신청자가 본국 대사관에 연락해 아이의 출생 신고를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난민은 정치적 견해, 종교나 인종 또는 특수한 집단적 정체성으로 인해 가해지는 억압과 박해를 피해 자신의 국가에서 탈출한 사람들이다. 탄압의 주체가 정..
오늘 아침자 한겨레 신문 '문화칼럼'에 쓴 글입니다..... * * * * * 이런 책들이 꽂힌 책장이 있다. 『내 몸 사용 설명서』 『우먼 바디 포 라이프』 『기적의 휘트니스 30분』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 혹시 ‘몸짱 아줌마’의 책꽂이? 또 이런 책장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죽는가』 『죽음 앞의 인간』『죽음과 죽어감』『떠남 혹은 없어짐』…. 이건 우울증 환자의 책장? 둘 다 내 책장의 이웃 칸에 나란히 꽂힌 책들이다. 나는 몸짱 아줌마도, 우울증 환자도 아니다. 몸 쓰는 일, 죽음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몰두했던 한때의 관심사, 변덕스러운 취향의 흔적이 책장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뿐이다. 누군가 둘 중 하나의 리스트만 갖고 내 취향을 어느 한쪽으로 단정하려 든다면 몹시 억울할 것이다. 소..
한겨레 오피니언사이트 훅에 실린 글 입니다 (훅 바로가기) * * * 최근 ‘기부 서약(Giving Pledge)’운동을 시작한 미국 갑부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부부에 대한 칭찬이 국내에서도 자자했다. 미국의 억만장자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고 권유하는 운동을 일으킨 ‘착한 부자’들에 대한 놀라움과 부러움이 앞섰고, 한국 부자들은 뭐하느냐는 질책이 뒤따랐다. 어느 신문 사설은 “미국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도록 도움으로써 자기가 사는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지혜를 발휘해왔다”면서 ‘기부 서약’을 체제수호 운동으로 해석하는 기발한 창의력을 ‘발휘’했다. 착한 부자라는 칭찬이나 체제수호에 앞장서는 애국적 부자라는 칭찬이나 그 전제는 이들의 기부가 이기심을 초월하는 이타적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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