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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08년의 말

sanna 2008. 1. 4. 00:38

…그러나 내게는 용기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사람이 있는 곳 치고 심연이 아닌 곳이 있던가! …용기는 최상의 살해자다. 그것도 공격적인 용기는. ‘그런 게 생이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넌 해봤자 안될 거야. 벗어날 수가 없다고. 돌을 던져본들 네 머리 위로 다시 떨어질 거라구…

귀에 대고 음산하게 속삭이는 중력의 악령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위와 같이 대꾸했다.


돌이 제자리로 떨어지는 반복이 무한히 거듭되더라도 던지기를 멈추지 않기, 낯설고 가혹한 고통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운명이 달라지기를 지금도, 앞으로도 바라지 않으며 되레 그것이 다시 한 번 반복되기를 흔쾌히 소망하기. 그것이 니체의 ‘운명애 (amor fati)’라고, 난 어렴풋이 이해한다.


올해 이 말을 기억하려고 적어두는 지금도, 난 이렇게 살 자신이 없다.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 이전으로 시곗바늘을 되돌리는 백일몽에 여전히 정신을 빼앗기는 주제에….


하지만, 적어도 더 이상 달라지기를 바라지 말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내일이면 달라질 거야, 오늘보다 나아질 거야, 라고 기대한다면, 날마다 나의 ‘오늘’은 영원한 결핍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랜 친구가 어제 내게 말했다. “네 마음속의 검은 양이 밉다고 해서 자꾸 죽이려 들지 마. 관심의 먹이를 주어 키우는 것밖에 안 된단다.”

결핍과 실수만 응시하던 자책의 눈길을 거두기. 내게 없는 것들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증오하지 말기. '이걸로 충분한지’ 묻지 말고 오늘의 나, 오늘 가진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고 받아들이기. '이미 충분한' 내 운명으로, 남을 위해 사소한 순간 하나라도 아름답게 만들어보기.... 새해 바라는 것들.

### 너무 늦기 전에 새해 인사 드립니다. 여기 일부러 찾아오신 모든 분들, 우연히 들르게 된 모든 분들, 새해 몸, 마음 모두 건강하세요!  올 한 해, "남김없이" 살아버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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