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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폐인의 잡담...

sanna 2008. 2. 5. 20:16
- 주말 3일 걸렸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과 2, 모두 합해 44개 에피소드를 보는 데.

시즌 1은 22개 에피소드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봤다. 저녁 먹고 보기 시작해 밤 꼬박 새우며 시즌 1을 끝내고 나니 다음날 오후 3시…. 시즌 2를 이틀에 나눠 본 건 흥미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체력이 딸려서다. 에이구~
‘프리즌 브레이크’의 프리즈너가 되어 긴 시리즈를 한 번에 몰아서 보니, 주인공들이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착각까지 생겨난다. 완죤 폐인됐다. -.-;

다른 시리즈보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늘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이 막판에 등장하고, 다음 에피소드에서 우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가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가 없다.

지난해 ‘프리즌 브레이크’ 열풍이 불 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시즌 1,2를 다 보고나니 이 드라마가 유난히 왜 한국에서 인기였는지 알겠다. 미국판 ‘태극기 휘날리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한 형제애. 형은 동생의 행복을 위해 범죄자로 살길 마다하지 않고, 동생은 그런 형을 구하러 제 발로 감옥에 들어간다. 게다가 모든 등장인물들이 가장 열렬히 소망하는 가치는 가족이다. 가족에 이렇게까지 큰 비중을 둔 미드는 이전에 본 적이 없다. 탈옥을 무릅쓰는 까닭도 가족 때문이고, 심지어 변태 살인마조차 자길 싫다는 여자를 협박해서라도 가족을 구성하려 안간힘을 쓴다. 가족은 동시에 치명적 약점이기도 하다. 형제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대통령의 음모에도 뒤틀린 가족관계가 깔려있고, 변태 살인마, 미치광이도 어린 시절 가족이 준 상처 (대부분 아버지의 폭행)때문에 그리 되었다는 것. 해체와 분열이 가속화하는 만큼, 가족과 같은 1차적 관계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싶었나보다.

- ‘프리즌 브레이크’덕분에 즐거운 반면, ‘민노당 브레이크’ 때문에 착잡하다. 정치에 무관심하지만 유일하게 잘 되길 바랐던 당이 민노당이다. 엉망진창이었다던 그들의 당대회를 전하는 뉴스를 지켜보다, 이른바 ‘자주파’가 발표했다는 특별호소문에 이르러선 눈을 의심했다. ‘민노당의 성장에 겁을 집어먹은 미국이 2002년 총선 이후 민노당을 와해 말살하기 위해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단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미국은 문국현과 같은 사이비 진보세력을 내세워 민노당의 성장을 가로막으려 했’단다.

기가 막혀서…. 현실인식이 저런 수준이라면 당을 깨서라도 분명히 갈라서는 편이 차라리 잘된 일이다 싶다. 어쩌면 20년 전과 달라진 게 그렇게도 없을까. 전혀 변하지 않은 가치관, 거의 ‘신앙’ 수준인 신념, 그런 것들이 무섭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하고 묻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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