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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담

sanna 2008. 1. 23. 22:26

- 괜한 심술로 잔뜩 마음이 거칠어진 채 돌아온 집에서 우편물 하나를 발견하다. 발신지는 케냐. 이게 뭐더라, 하는 순간 아, 하고 떠올랐다.
재작년인가 한비야 씨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월드비전에 해외아동 후원을 신청했더랬다. 내가 후원하는 아이는 케냐의 어린 아이, 아퀘데, 그레이스 아초모. 올해 4살 8개월이 되었다. 유치원에서 공부도 곧잘 하고 축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프로필만 받아보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그려 보낸 크리스마스카드가 뒤늦게 도착했다.

그림은 도무지 뭘 그린 건지 모르겠다. 작은 테이블과 막대기를 든 사람이라고 추정해보는데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아이는 어느 한 순간.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의 후원자를 생각하며 이 그림을 그렸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약간 찡해지려고 한다. 영화 ‘어바웃 슈미트’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슈미트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동시에 슈미트처럼 고독하게 늙어버린 느낌...


- 카렌 암스트롱의 자서전 ‘마음의 진보’를 읽고 리뷰를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가 포기했다. 읽고 나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나 자신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책들이 있다. 책과 나 사이 어느 정도의 ‘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리뷰조차 쓰기 어려운 책. 지난주엔 김연수의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 그랬고, 이번 주엔 카렌 암스트롱의 '마음의 진보‘가 그렇다. 책에서 빠져나올 즈음이 되면 이제 리뷰를 쓰는 일이 오래된 뉴스 같아 시들해진다. 지난해 가장 좋아라 했던 책들 중 리뷰를 쓴 책이 달랑 한 권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하고 혼자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심야영화나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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