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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도마뱀에게 속삭여라

sanna 2009. 10. 6. 23:41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 - 10점
김태원 지음/지식노마드
블로그 이웃인 inuit 님의 '가장 듣고 싶은 한마디, Yes!'를 읽는 경험은 기초 공사와 구조가 튼실한 건물의 축조 과정을 지켜보는 것과도 같았다.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원리와 방법을 소개하는 이 책에서 저자는 의사소통과 관련된 뇌의 체계를 먼저 살펴본 뒤 뇌에 직접 소통하는 효과적 기술의 원칙을 WHISPer 원리로 설명한 다음 주장, 대화, 설득, 협상 등 각 소통 상황별 실전 준비법을 소개한다.
즉, 기본 얼개를 탄탄하게 짜고 그 위에 원칙과 기술, 실전 상황에서의 행동 요령을 차근차근 구축해나가는 저자의 머릿속 설계도가 입체적으로 구축된 책이다. 쉽지 않은 내용인데도 저자가 소개하는 내용이 가이드북처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것도 이 같은 논리적인 구조 덕분일 것이다.


저자는 원시시대 인간의 과제를 해결하기에 적합하도록 진화된 구뇌, '도마뱀의 뇌'라고도 불리는 이 정서적 뇌의 작동원리와 습관을 소개한 뒤 "직관을 통해 의사결정을 상당부분 좌우하는" 구뇌, 즉 도마뱀에게 속삭이라는 WHISPer 원리로 소통의 비법을 소개한다. WHISPer 원리는 주목을 끌어(Wake-up) 관심을 유지하고(Hot) 이익을 제시하되(Interest) 이를 이야기에 싣고(Story) 자아에 호소하며 뇌의 고등 기능과 소통(Persona)하는 방식이다.
'Whisper'라는 조어가 저자가 만들어낸 개념인지 이전부터 통용되던 것인지는 다소 모호하지만 '구뇌'와 그에 어필하는 'WHISPer' 원리의 설명을 읽는 순간, 머릿속에는 '도마뱀에게 속삭이라'는 한 문장이 선명하게 남았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절묘하고도 강한 이미지로 전달된다. 


부피는 얇지만 다루는 폭이 넓은 책이다. 뇌의 구조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커뮤니케이션의 상황별 대처요령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방대한 독서이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의사소통과 별 관련이 없는 책에서도 의사소통에 필요한 요령을 집어낼 줄 아는 눈썰미가 두드러진다.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밑줄을 긋게 되는 대목도 많다. 주목 끌기에서 질문의 중요성, 잠시 멈춤이나 대조의 효과, 단어의 차용과 회피의 요령, ‘왜냐하면’의 효과, 마법의 1분 스피치 PREP 등등 나처럼 의사소통에 미숙한 사람은 맞아 맞아 하면서 밑줄을 긋게 될 대목들이 숱하다.


원리와 요령을 설명하는 책이지만 설명의 어투가 만연체가 아니라 "질문이 저격수의 총이라면 멈춤은 폭탄이다"처럼 간결하고 함축적인 문장인 것도 마음에 든다. 나는 자기계발서의 '~하라'체 어투를 싫어하지만 저자의 목소리는 낮고 조곤조곤하게 설득력이 있다.

통합적 커뮤니케이션, 소통,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스토리 등 추상적인 개념도 2X2 매트릭스를 쓱쓱 그려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저자의 글을 따라가다가, 이 책은 주장 대화 설득 협상 등 각 소통 상황에서 어디에 해당되는 책일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주장+설득'의 소통 상황이라고 가정한다면 단단하게 짜인 이 책은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눌한 엔지니어'가 '협상의 달인'이 되기까지 저자의 경험이 좀 더 풍부하게 담겼더라면 하는 점이다. 일터와 하는 일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하느라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저자의 체험 사례가 조금 더 생생했다면 WHISPer 원리의 완벽한 구현과 '대화'의 소통상황 정복까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물론 궁극적인 '대화'는 독자가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용하느냐에 달려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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