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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즉흥연주

sanna 2015. 9. 6. 23:52

# 아래에 올려둔 은 지난해 5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써온 한겨레신문 칼럼의 마지막 글. 

칼럼을 그만 쓰겠다고 자청한 이유는 하는 일이 달라져서다. 이전엔 1개 부서만 맡고 있었는데 8월 마지막 주의 인사발령으로 3개 부서를 총괄하게 됐다. 말이 3개 부서지 일의 양은 몇 십 배가 늘어난 기분ㅠ 낯선 일의 절차와 세부사항을 익혀야 하는 부담, 당장 9월부터 줄줄이 잡힌 출장 일정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버거웠던 칼럼을 계속 쓸 자신이 없었다

그저 그런 글들이었지만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좀 시원섭섭하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온다면 ‘알려야 할 이슈’의 강박에서 벗어나서 좀 자유롭게 써보고 싶은데 그거야 알 수 없는 일이고....듣보잡 필자에게 지면을 허락해준 신문사에 감사할 뿐.

 

# 요즘 녹초가 되어 집에 오면 가장 자주 듣는 음악이 재즈피아니스트 존 루이스가 연주하는 바흐어떨 땐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있구나 싶어서 눈물이 다 난다

그가 즉흥적으로 변주하는 바흐를 들으면서 가끔 생각한다. 즉흥성. 즉흥적인 삶의 태도..... 순간순간 내 생각에 최적인 것을 선택했을 뿐인데, 나는 단 한 번도 의도하지 않았던, 계획하지 않았던 곳에 와 있다. 낮의 몰입에서 빠져나와 집에 돌아가면서 몹시 피로감을 느낄 때면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싶어 혼자 어리둥절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뭐가 잘못되었단 생각에 당혹스러운 것도 아니다. 아무렇게나 되는대로 살진 않았는데 왜...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다가, 또 정반대로, 되는대로 살면 뭐 어때서,하는 마음으로 금세 바뀌니까. 선택의 순간에 나 자신을 속이지만 않았다면 되는대로 사는 게 최선이지 뭐 별 수 있으려고,하는 기분.  스텝이 엉키면 그게 탱고라고, 한번도 계획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춤을 추고, 즉흥적으로 변주하여 피아노를 연주하듯, 그렇게 살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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