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를 만났습니다. 세상에 소설가는 차고 넘치지만, (좁디 좁은 제 식견을 감안하여도) 이 분만큼 "이야기꾼"이 썼다는 느낌이 든 소설은 오래간만에 봅니다. 잔뜩 설렌 김에, 정유정 작가를 두 차례 만나 제 책 '내 인생이다'에 실은 인터뷰를 독자 서비스 차원 (^^;)에서 전문 게재합니다. 꽤 길어서 접었습니다. ---------------------------------------------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정유정: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1980년 5월, 시가전이 벌어지던 광주에 공수부대가 진입하던 날이었다. 방 10개가 주르륵 붙어있던 기다란 한옥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과 어른들은 출정식이라도 하듯 마당에 함께 모여 번개탄을..
아시아의 몇 개 나라를 오가며 사업하는 후배가 있다. 오랜만에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근황을 주고 받다가 허리를 빼끗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나무라듯 가볍게 타박하면서 누워서 들으라고 음악 선물을 보내줬다. "언니의 아픔을 조금 덜어줄 수 있길 바래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OO야, 무슨 아픔씩이나! 걍 좀 불편한 거라구 ^^;) 누군가로부터 자기가 직접 만든 음악선물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 낯설고 기쁘다. 한 곳에 머물 수 없고 꽤 터프한 일을 하고 있는 후배는 낮에 바삐 돌아다니는 동안 떠오르는 악상을 틈틈이 수첩에 음계로 적어두었다가 밤에 음악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곡을 만든다고 한다. 워낙 관심사가 다양한 오지라퍼(^^)이긴 하나, 음악까지 만들다니...음..대견한 것같으니라구~ 음악으로 진통해보라는 후..
지난 해 예쁜 비밀 전시회를 했던 제 동생 김현경이 올해 개인전을 합니다. 전북 전주시의 갤러리 공유 (063-272-5056)에서 '일상의 낯선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11일 오픈했구요. 3월31일까지 열립니다. 이번 개인전은 지난해 우연히 참여한 그룹전시회에서 그의 그림을 눈여겨본 갤러리의 초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지난 해에도 매일 보는 창밖 풍경에서 예쁜 비밀을 건져내었던 제 동생은 올해에도 그 연장선 상에서 주변의 소소한 일상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매일 보는 담벼락" "매일 가는 밥집의 작은 화단"에서 그가 찬찬하고 애정어린 시선으로 건져올린 화사한 풍경들입니다. "102호와 103호 사이"라는 제목을 단 위의 그림은 말 그대로 아파트 102호와 103호 사이의 담벼락에 ..
우리는 흔히, 주변의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고 살아간다. 개인의 삶이 치열하건 지리멸렬하건, 어쨌든지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시시하기 짝이 없는 일상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더럽고, 추잡하고, 그 속이 너무 뻔해서 감추고 싶어지는 것들이 대부분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삶이 내팽개치고 싶어질 만큼 모든 것이 싫어질 때가 아닌 다음에야, 나는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을 은밀한 낙으로 삼는다. 때로 외부를 향한 그런 성향이 도가 지나쳐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것을 발견할 때조차도, 나는 그런 은근함을 찾아내는 것을,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예쁜 비밀들을 하나 둘 늘려가는 것을 멈추고 싶지는 않다. 이번 작품의 소재는 그런, 나의 내밀한 비밀들을 조금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두가 그냥 지나치는 별것..
“좋아져라 좋아져라….” 그녀가 미니홈피 대문에 마지막으로 걸어둔 문구였습니다. 내 친구 정승혜. 오늘 그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돌아왔습니다. 자신이 외운 주문대로, 더 좋아지려고, 고통없는 세상을 향해 서둘러 떠난 것인지...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팠는데, 오늘처럼 볕이 좋았던 날 배웅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요…. 해질 무렵 그녀를 내려놓으며 긴 작별의 의식이 끝나던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함께 놀랐습니다. 만사를 제치고 그녀를 배웅하러 먼 길을 온 사람이 100명도 넘었습니다. 저처럼 휴가를 내고 따라온 사람이야 둘째 치고, 출장을 갔던 칸 영화제에서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달려온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오늘 공항에서 장지로 직행한 사람..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어제 인터넷에 짤막하게 뜬 부고기사에서 활짝 웃는 그녀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울어버렸다. 소아마비와 세 번의 암 판정에도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발, 이겨내기를…’하고 바랐는데…. 신문 오피니언 면에 실리는 칼럼 중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정독했던 칼럼은 그녀의 글뿐이었다. 그녀의 글은 위선도, 위악도 없이 담백했다. 기꺼이 자기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아 글을 쓰면서도 당당했다. 그녀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을 읽을 때 새삼스럽게 유난히 죽음과 관련된 글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놀란 적이 있다. 유언은 뭐가 좋을지, 천국은 어떤 곳일지, 아버지의 영혼은 어떻게 지내실지…. 죽음을 소재로 글을 쓰..
'낯선 이의 친절로 살아간다.' 오래 전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볼 때 들었던 이 한마디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영화 안에서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블랑쉬 역할을 맡았던 늙은 여배우가 무대 위, 무대 밖에서 두번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땐 낯선 이의 친절 밖에 의지할 데가 없는 늙은 여배우의 고독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영화의 맥락과 무관하게 내겐 점점 더 이 말이 어떤 인간도 완벽하게 혼자가 아니며, 우린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로 달리 들리기 시작했다.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특히 그랬다. 스페인에서 갑작스레 내린 눈으로 추위에 떨 때 식당에서 우연히 만난 아일랜드 할머니는 자기 방 욕조에 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좀 담그라고 난생 처음 본 내게 방 열쇠를 내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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