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꿈을 품었을 때 얼마나 많은 일이 달라지는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을 칠 때, 어떤 사람들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낸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14, 15일 있었다. 이 오케스트라와 그들의 산파 역을 맡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에 대해서 몇 달 전 우연하게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 그들이 내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그들의 일정을 챙겨보다가 아브레우 박사의 강연회에 가게 되었다. 정작 ‘앙꼬’인 공연은 보지 못한 채 아브레우 박사를 따라다니고 오픈 리허설을 구경한 게 전부이지만, 한 사람의 꿈으로 이렇게 많은 변화가 가능했다는 증언을 듣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래는 아브레우 박사에 대해 끼적거린 글. “오케스트..
인배야. 어제 겨울 산에 혼자 올랐다. 쨍하게 시린 공기가 내 안으로 스며들어와 몸속을 맴도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지더구나. 막혀있던 것이 툭 트이는 기분. 산에 오길 잘했구나, 생각했어. 인적이 끊긴 등산로에 낙엽이 쌓여 드러눕고 싶을 만큼 푹신하더라. 이파리를 벗어버린 길고 가느다란 나무들이 정직해보였다. 중턱에 올라 헐벗은 나뭇가지들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봤어. 가만히 널 불러보았다. 인배야, 잘 지내니? 그곳은 춥지 않니? 우린 모두 잘 지내려 애를 써. 그러니 여기 일은 걱정하지 말고 부디 편히 쉬렴…. 네가 간지도 벌써 석 달째에 접어드는구나. 전화를 받고 미친 듯이 달려가던 그 가을날, 괘종시계의 추가 멈추듯 내겐 모든 게 정지되어 버렸다. 그날 이후 벌어진 일들이 아득하고 나쁜 꿈처럼 느껴져…..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프리젠테이션은 그가 말하려는 대상 ‘아이폰’ 못지않게 탁월한 프리젠테이션 기술로도 눈에 띈다. 인터넷에서 그의 프리젠테이션이 위대한 커뮤니케이터가 하는 모든 스킬을 보여주었다고 분석한 글을 발견하다. (원문은 여기에)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리허설의 힘= 리허설을 통해 말하려는 내용을 머릿속에 완벽하게 숙지. 2. 그 자신을 보여주기= 다른 사람을 모방하지 않고 때로 흥분하고 감정적인 그 자신 그대로. 3. 비주얼의 효과적 사용= 슬라이드와 함께 아주 쉬운 사례로 아이폰을 시연해 보여주기. 4. 해결 대상 과제를 구체적으로 설명= 스마트폰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아이폰이 뭘 해결했는지를 전달. 5. 세 번씩 반복해 말하기= 아이폰 특징도 3가지로 설명하고 키워드를 세 번..
제목이 잘 잊혀지지도 않는 책 ‘미쳐야 미친다’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의 저자인 정 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궁금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분야에 미쳐(狂) 종래는 그 분야에서 경지에 미친(及)사람들의 이야기 자체도 매혹적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 재미없는 역사 (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 역사를 안좋아한다 ^^;)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퍼올리다니…. 정민 교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졌다. 마침 정민 교수가 이번에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이라는 책을 펴냈고 그 핑계로 만날 기회를 얻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18세기 통합적 인문학자이자 그 폭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친 조예가 깊었던 르네상스적 지식인인 다산 정약용이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
‘라디오스타’ ‘왕의 남자’ ‘황산벌’ 등을 만든 영화감독 이준익은 몇 달에 한번씩 띄엄띄엄 보는데도 내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사무실 근처를 지나가다 전화해서 마침 시간이 맞으면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떠는 사이. 일로 만날 때도 일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떠들며 놀다가 돌아오곤 한다. 그 이전의 흥행 기록을 모두 깬 '왕의 남자'이후 무척 유명해졌는데도 그는 여전히 한결 같아서 좋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땐 그는 "키드캅이라고 뭐 그런 영화 한번 만들어봤어"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던 소규모 영화수입사 사장이었다. 몇 편의 영화로 '뜬' 뒤에도 그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라고 뭐 그런 영화 한번 만들어봤어. 보러와"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추석 직전, 일 때문에 인사..
짜증나고 머리아픈 날 오후에 날아든 반가운 엽서! 한달전 쯤 서울 서초동 교보문고에서 열린 리영희 선생과 독자와의 만남 을 취재한 적이 있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약간 착잡했고, 블로그에 글을 쓴 뒤 잊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리영희 선생님이 직접 쓰신 엽서를 받았다. 날 기억하시리라고, 내가 쓴 글을 보셨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다. 지병 후유증으로 선생님 오른손이 약간 떨리는 걸 직접 봤는데.... 손수 엽서를 써보내주신 선생님의 정성에 송구스럽고 콧날이 시큰해지다.....
상식적인 일, 한 동료의 말마따나 “최소한”에 해당되는 일을 하는 게 진이 빠질 정도로 힘이 든다면…. 그 일이 과연 좋은 일일까. 며칠 마음이 무거웠다. 리.영.희. 그 이름 석 자를 내가 일하는 매체에 싣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겨우 실리기는 했지만 모양새가 초라해 차라리 하지 말걸 그랬다는 생각까지 든다... 서글프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부터 “집요한 놈”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리영희 선생의 저작집 출간과 절필 선언을 알리는 일에 집착했다. 한 사람은 “잘 아는 사이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그를 모른다. ‘우상과 이성’ ‘전환시대의 논리’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같은 그의 저작 몇 권을 보긴 했지만, 너무 오래돼서 사실 내용이 기억나지도 않는다. 다만 그가 공적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을 ..
‘춘천의 명물’로 유명했던 소설가 이외수 선생은 올해 초 집을 옮겨 강원도 화천군에 산다. 화천군이 약 10만평의 부지에 테마문학공원을 조성하면서 이외수를 ‘유치’했다. 그가 촌장이 된 마을 이름은 ‘감성마을’. 야외문학공원 수목공원 산책로 전시실 등을 조성한다고 한다. 9월 6일, 그곳에 다녀왔다. 이외수 선생과 다른 사람의 대담을 추진하러 간 길이었지만 블로그엔 아주 인상적이었던 이외수 선생과 나눈 잡담만 소개할까 한다. 감성마을 가까이에 다다르면 나무로 된 표지판이 보이는데 위를 쳐다보는 화살표가 아니라 달팽이 그림으로 ‘직진’을 표시해놓았다. ‘좌회전’표시는 왼쪽을 바라보는 새 그림을 그려놓고 ‘새가 바라보는 쪽으로’라고 적혀 있다. 달팽이와 새가 안내하는 표지를 따라 가는 길. 로맨틱하다.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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