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자료사진“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스윙이 있단다. 배워서는 알 수 없는, 타고난 스윙. 살아가면서 잃어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걸 찾아야 해.” - 영화 에서 베가번스가 꼬마 하디에게 - 골프를 소재로 한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인 ‘베가번스의 전설’(DVD·20세기폭스)은 참 말이 많다. 좌절했다가 재기하려고 몸부림치는 골퍼 주너(맷 데이먼) 앞에 수호천사처럼 나타난 캐디 베가번스(윌 스미스)는 “그립을 보면 사는 태도를 알 수 있다”는 둥 끝없이 주절댄다. 캐디가 저렇게 설교를 늘어놓으면 산만해서 어떻게 공을 칠까 싶다. 이 영화에서 주너의 경쟁상대로 묘사된 보비 존스, 월터 헤이건은 1920년대 말, 타이거 우즈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실제 선수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자신만의 스윙’을 비교적..
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는 오늘 남들에겐 다 있는데 나는 갖지 못한 세 가지를 알았다. 내겐 첫사랑이 없고, 내년이 없고, 주사가 없다.” - 영화 에서 동치성의 독백 -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DVD·시네마서비스)가 시작할 때 나오는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의 독백은 영화가 끝날 땐 이렇게 바뀐다. “오늘, 나에게 없던 세 가지가 생겼다. 내년이 생겼고, 주사가 생겼고, 첫사랑이 생겼다.” 동치성의 태도가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확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불치병에 걸려 두 달 안에 죽는다고 했던 의사의 진단이 틀렸다는 게 밝혀져서다. 자신이 내년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동치성은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해 왔던 여자(이나영)와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에 대해 궁금해 하지..
동아일보 자료사진"인생과 풋볼이란 게임에선 1인치가 결정한다. 그 1인치는 도처에 널려 있고, 그것들이 모여 승패, 생사를 좌우한다. …어떤 종류의 싸움이건 죽을 각오가 된 자만이 1인치를 찾아낸다. 내 소원은 그 1인치를 찾다 죽는 것이고, 그게 삶이다." -영화 에서 디마토 감독이 선수들에게- 미식축구 경기를 피 튀기는 전투처럼 묘사한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DVD·워너 브러더스)에서 디마토 감독(알 파치노)이 마지막 시합을 앞둔 선수들을 모아놓고 펼친 일장연설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 연설은 두 가지를 떠오르게 했다. TV 광고의 유명한 카피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라’와 미식축구의 전설적 감독인 빈스 롬바르디. 패배자였지만 결국 승리하는 디마토 감독은 1960년대 만년 하위 팀을 이끌고 슈퍼..
장만위(왼쪽)와 리밍 주연의 '첨밀밀'. -동아일보 자료사진-“사람에겐 이상이 있어야 해”(이교·장만위) -“나는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여소군·리밍) -“너는 돈을 벌어 애인을 홍콩으로 데려오는 게 이상이잖아”(이교) -“그런 것도 이상인가?”(여소군) -“그럼. 단지 작을 뿐이지”(이교) - 영화 에서 - 언제 봐도 똑같은 영화가 있는 반면 볼 때마다 달라지는 영화가 있다. 후자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보는 이와 교감할 게 풍부하다는 증거일 테니까. 내겐 ‘첨밀밀’(DVD·리스비젼 엔터테인먼트)이 그런 영화다. 처음엔 애잔한 사랑 이야기로 보였다. 10년을 두고 이어졌다가 끊겼다가 결국 맺어지는 두 사람. 저런 걸 두고 운명적인 사랑이라고 하는가보다 싶었다. 두 번째 볼 땐 인연에 대해 ..
동아일보 자료사진“사람들은 항상 앞만 보고 뒤를 못보니까 반밖에 모르잖아요. 나머지 반을 보여주려고요.” ―영화 에서 양양이 아빠에게 - 대만 소년 양양이 영화 ‘하나 그리고 둘’(DVD·스타맥스)에서 카메라를 갖고 놀며 찍은 사진들은 죄다 뒷모습이다. 어른들이 어리둥절해 하자 양양은 “나머지 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꼬마 철학자 같은 대답을 들려준다. 소년의 이 조숙한 신념은 학교에서 부당하게 혼이 난 ‘아픔’에서 비롯됐다. 그저 풍선을 갖고 놀았을 뿐인데 남의 고자질만 믿는 선생에게 “콘돔을 내놓으라”고 혼난 뒤부터, 양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건 믿지 않는’ 어른들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양양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토커’(DVD·20세기폭스)의 싸이는 보이는 것만 믿다가 비극을 맞게 된 어른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조금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인생을 포기해서는 안 되잖아요(You don'throw away a whole life just ’cause he’s banged up a little)” ―영화 에서 말 조련사 톰 스미스가- 말이건 사람이건 최선을 다해 한계를 극복하는 ‘인생역전’ 스토리는 늘 감동적이다. 영화 ‘씨비스킷’(DVD·브에나비스타)은 193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신화가 됐던 경주마(馬)의 이야기다. 씨비스킷은 체구가 또래 말들의 절반에 불과한 데다 다리가 굽고 성질까지 사나워 구제불능으로 낙인찍힌 말이었다. 하지만 그를 알아봐 준 조련사, 기수를 만나 각종 경마대회를 휩쓸고 대공황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되찾아줬다.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은 일본에도 실제로 있다. 일본의 하..
동아일보 자료사진“이건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야. 해야 하는 일이라서 하는 거야.” - 영화 에서 기자인 베로니카가 남편에게 - 마약 밀매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는 취재 도중 괴한의 습격으로 총상을 입고, 밀매조직의 보스를 인터뷰하러 갔다가 죽도록 두들겨 맞았다. 기사를 쓰면 아들을 납치하겠다는 협박을 받아도 집요한 추적을 멈추지 않았던 기자. 그만하면 됐다고, 말리고 싶을 정도다. ‘베로니카 게린’(DVD·브에나비스타)은 1996년 아일랜드 더블린의 마약 조직을 폭로하는 기사를 썼다가 살해당한 신문기자 베로니카 게린의 실제 삶을 다룬 영화다. 그가 뭔가에 홀린 듯 사지에 뛰어드는 걸 보면 때론 영웅심에 들떠 물불 안 가리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그를 ‘해야 하는 일’에 돌진..
동아일보 자료사진“담배 연기의 무게를 재는 것은 영혼의 무게를 재는 것과도 같아. 먼저 피우지 않은 담배의 무게를 저울에 잰다네. 그리고는 그 담배를 피우면서 저울에 재를 털고 다 피운 꽁초도 올려놓은 뒤 다시 무게를 재는 거야. 처음 무게와의 차이가 바로 연기의 무게라네.” - 영화 ‘스모크>(비디오·SKC)에서 폴이 오기 렌에게 - 소설가 폴이 뉴욕 브루클린의 담배가게 주인 오기 렌에게 ‘영국에 담배를 들여온 월터 롤리 경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벌인 금화 내기의 주제였다’고 하면서 들려주는 일화다. 쓸데없는 일에 관심이 많은 내 친구 하나는 이걸 직접 실험해 보기도 했다. 그의 연구결과 보고는 “눈금이 꿈쩍도 않던데”였다. 드높은 지적 호기심을 뒷받침할 장비가 부족한 탓이다. 측량 단위가 kg과 g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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