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크레타로 데려가 주시겠소?”(조르바) “왜요?”(배즐) “그놈의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거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됩니까?”(조르바) -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말인 어제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에서 상영한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러갔습니다. 꼭 보고 싶은 옛날영화이지만 국내에 DVD도 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참에, 이게 웬 떡이랍니까. 게다가 무료 상영!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판에 이걸 놓칠 리가 없죠~. 막상 가보니 ‘그리스 걸작 영화제’라는 행사 명칭에 걸맞지 않게 작은 세미나실 같은 곳에서 앞사람들 머리 사이로 몸을 기울이고 보느라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 원작이 있는 영화는 대개 원작보다 못하거나 낫거..
“관객이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주고 싶어요. 당신, 이런 모습 안어울려요.”(비즐리) “(힘없이 피식 웃으며) 이 꼴이 진짜예요….”(크리스타) “그래도 난 당신의 관객입니다. …당신은 멋진 배우인데 그걸 몰랐어요?”(비즐리) - 영화 ‘타인의 삶’에서 술집에서 마주친 비즐리와 크리스타의 대화 -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언젠가 사는 의욕이 안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관중이 없으니까 흥이 안나.” 그는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었는데, 뭘 잘 해도, 잘못 해도, 지켜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뭘 열심히 하려는 마음도 먹어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사람에겐 몇이 됐든 관중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그가 말하는 관중이란 ‘친밀한 타인’일 터…. 그의 말이 외롭다는 말의 다른 표현임을 모르지 ..
"모든 말은 결핍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담지 못한다. 모든 말은 과잉이다. 차마 전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도 전하게 된다." -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이가세트 - 이름도 낯선 이 철학자의 말을 요즘 통렬하게 절감한다. 항상 일이 벌어져버린 후에야, 누군가가 떠나버린 후에야 깨닫게 된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전하지도 못했는데.... 그러나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상대에게 가닿지 못했던 내 마음은, 입안에서 메아리가 되어 저 혼자 떠돈다. 영화 '바벨'을 보다.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떠들다 끝내 탑이 무너져 버렸다는 성경 속의 이야기처럼, 영화 속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서너개의 이야기 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가 상황의 핵심..
“패배자가 되면 어떻게 하죠? 아빠는 패배자를 싫어해요…” (올리브) “얘야, 패배자가 뭔지 아니? 지는 게 두려워 아예 도전조차 안하는 사람이야.” (할아버지)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할아버지와 손녀 올리브의 대화 - 최근에 본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난 주저 없이 ‘미스 리틀 선샤인’을 꼽겠다. (원제가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인데 왜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국내 개봉 제목을 바꿨는지 당최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어린이 미스코리아 대회를 ‘리틀 미스 코리아’, 라고 부르지 않았었나???) 저예산 영화로 소품 규모인데도 지난해 미국 영화연구소(AFI)등에서 뽑은 ‘올해의 영화 10’ 리스트에 꽤 많이 올랐던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알기 쉽지만, 뭘 원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데미언이 시네드에게 편지를 쓰며 -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다. 시네큐브 광화문의 일요일 오전 10시반 조조 프로그램. 열댓명쯤 보겠거니 했는데 웬걸, 상영시간보다 30분 일찍 갔는데도 줄을 서야 했다. 세상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를 보러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기분이 묘했다. 한때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사회주의적 가치가 옳다고 믿던 때, 그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한동안 ‘내 인생의 영화’였다. 98년인가 그의 영화 ‘내 이름은 조’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던 해, 칸에 있던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단상 앞까지 부득부득 ..
"좀 웃기지 않니? 패션 따위에 신경 쓰기엔 너무 진지하다고 주장하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게?" -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가 앤드리아에게- 이 영화, 한달반쯤 전 독일가는 비행기 안에서 봤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제 바쁜 일 손 털고 '난 왜 이렇게 같은 일을 계속해도 여전히 허둥댈까...'그런 생각으로 시무룩해 있던 중, 이 '프라다를 입은 악마'가 생각났다. 뭐, 내게도 악마같은 상사가 있었던 건 아니다. 차라리, 악마 같아도 좋으니 모든 판단을 믿고 위임할 수 있는, 판단이 100% 정확해서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상사가 있었으면....하고 바랄 때가 있다. 물론 비현실적 기대라는 것을 알지만....나 때문에 속터질 내 후배들..
“(웃으며) 복수 같은 인간적 감정으로는 안되지이~. 식칼로 배를 쑤시든, 망치로 머리를 찍든, 고기값을 번다는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해야지” - 영화 ‘타짜’에서 죽은 두목의 복수를 해달라는 부하에게 아귀가 던진 말 - 재미있다고 입소문 자자한 영화 ‘타짜’를 보다. 재미있다. 러닝타임이 꽤 긴데도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잘개 쪼갠 컷을 자주 교체하는 최동훈 감독의 스피디한 연출 덕분이었을 것이다. 화려하고 만화적이다. 배우들의 스타일과 연기도 좋다. 조승우와 김혜수는 그들이 출연한 모든 영화 중 ‘타짜’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타짜’의 캐릭터들은 모두 ‘폼생폼사’에다 강렬하지만, 내 눈에 가장 인상적인 배역은 아귀(김윤석)였다. 상대 타짜가 ‘구라’를 치는 걸 발견하는 즉시 손목을 잘라버리..
“내 얼굴 까먹으면 안돼요. 고마웠습니다…사랑합니다, 누나!” - 영화 에서 강동원이 사형 당하기 직전에 남긴 말- 사형수 강동원이 처형 당하기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지 않는 유리창 너머에 있는 이나영에게 “사랑합니다. 누나!”를 외칠 때, 객석 곳곳에서 ‘강동원의 누나들’이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형의 공포를 잊으려 애국가를 부르던 강동원의 머리에 복면이 씌워지고 목에 줄이 감긴 뒤, 강동원이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섭다”고 울먹일 때, 훌쩍 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 눈에서도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 하늘은 왜 하필 저런 꽃미남을 데려가시고…ㅠ.ㅠ. ...................... 이 영화가 주는 것(?)은 이게 전부다. 스러지는 꽃미남에 대한 애닮픔. 소설을 미리 읽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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