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시련 뒤에 기쁨이 있고, 신념은 산도 움직인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법…. (코웃음을 치며) 흥! 말이야 참 좋지.” ―영화 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에일린의 마지막 내레이션 - 오랫동안 완치되지 않는 질병을 되풀이해 앓는 사람이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병이 도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안타깝지만 마땅한 위로의 말이 생각나질 않아 “앞으론 괜찮아질 거야”를 반복하던 내게,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하면서 시니컬하게 덧붙였다. “더 나빠질 수가 없거든.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느냐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그냥 삼키고 말았다. 그건 바닥까지 떨어져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하는 말일는지도 모른다. 기어 올라가다 몇 번씩 다시 떨어지면 그 바닥은 점점..
“현실을 봐, 슈렉. 넌 괴물이야. 그녀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녀를 놔줘." ―에서 요정 대모가 슈렉에게- 뜨끔한 말이다.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놓아주라니. 괴물인 너와 온갖 지리멸렬한 궁상을 함께 겪자고 그녀를 괴롭히지 마라, 그녀가 너 없이도, 아니 네가 없으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다. 자기 자신 혹은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사랑하는 것이 진실한 길이라는 조언 같지 않은가. ‘슈렉 2’(DVD·CJ엔터테인먼트)에서 ‘해피 엔딩’ 전문인 요정 대모가 슈렉에게 ‘그녀를 놓아주라’고 설득할 때, 그 할머니의 속셈이 슈렉을 없앤 뒤 애지중지하는 자기 아들을 피오나 공주와 결혼시키려는 것만 아니었다면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거릴 뻔했다..
“옳은 일을 하려면 가끔 가장 원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어요. 꿈까지도.” ―영화 에서 스파이더 맨이 악당 옥토퍼스 박사에게 ― 평범한 대학생 피터 파커가 거미인간으로 변해 세상을 구하는 영화 ‘스파이더 맨 2’ (DVD·컬럼비아 트라이스타)에서 이 말은 전혀 다른 뉘앙스로 두 번 쓰인다. 한 번은 영화 후반부, 스파이더 맨이 옥토퍼스 박사에게 초능력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장면에서다. 괴력의 문어 팔을 달고 악행을 일삼던 옥토퍼스 박사는 설득에 감복해 자신이 만든 핵융합 에너지 제조 시설을 껴안고 자폭하는 길을 선택한다. 또 한 번은 이보다 앞서 스파이더 맨 ‘폐업’을 결심한 피터에게 숙모가 영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면에서다. 어찌 보면 2편은 1편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이제 중년의 위기를 맞은 ..
“제 운명은 뭐죠?”(포레스트) “그건 네가 알아내야 해.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단다. 뭐가 나올지 모르거든.”(엄마) ―영화 에서 포레스트와 죽음을 앞둔 엄마의 대화― 영화 ‘포레스트 검프’(DVD·파라마운트)에서 포레스트가 한번에 100개라도 먹어치울 수 있다고 자랑하던 초콜릿은 안에 땅콩이나 크림이 든 핸드메이드 초콜릿이다. 신중하게 골라봤자 먹어보기 전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포레스트의 엄마는 사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인 것 같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우연한 선택의 연속으로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했으니까. ‘매트릭스 3: 레볼루션’(DVD·워너 브라더스)의 예언자 오라클도 포레스트 엄마와 생각이 비슷했다. 그는 올바른 선택 감별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선택이 정말 옳은..
“유바바는 이름을 빼앗아 지배하는 마녀야. 하지만 네 진짜 이름을 잊어버리면 안돼. 진짜 이름을 잊어버리면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게 되니까.” ―에서 하쿠가 치히로에게―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DVD·대원·사진)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땐, 센과 치히로가 형제나 남매쯤 되는 줄 알았다. 우연히 신들의 온천장에 잘못 발을 들여놓은 10세 소녀 치히로는 온천장을 지배하는 마녀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 된다. 또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유바바의 하수인으로 살던 소년 하쿠는 그를 사랑하게 된 치히로가 이름을 불러주자 자신을 되찾는다. 이름은 스스로 짓는 게 아니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키워드다. 창씨개명처럼 이름을 빼앗는 것은 지배의 요건이고 이름..
“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자요. 보통밖에 안되는 사람들의 챔피언이지. 그들의 수호신이라네. …모든 범인(凡人)들이여, 너의 죄를 사하노라!” ―영화 에서 미친 살리에리가 정신병원의 신부와 환자들에게- 벌써 19년 전의 일이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라고 권했던 한 친구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중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추천사를 덧붙였다. 그 땐 왜 눈에 모차르트 밖에 들어오지 않았던지. 방정맞은 웃음소리, 잔소리를 퍼붓는 장모를 보면서도 악상을 떠올리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한 기억만 남아 있다. ‘보통 사람’ 살리에리는 안중에도 없었으니, ‘공감을 통한 성향 감별이론’을 따르자면 혹시 내가…천재?! 친구는 별 말 없이 웃..
“익스펙토 패트로눔!”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가 외치는 주문- ‘해리 포터’ 시리즈엔 따라 해보고 싶은 주문이 참 많다. 잠긴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는 ‘알로호모라’, 먼 곳의 물 잔이 내 앞에 미끄러져 오도록 마법을 거는 ‘아씨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봤자 ‘머글’(마법사가 아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으른 몽상을 털고 뒤죽박죽인 가방을 뒤져 열쇠를 찾거나 물 잔을 가지러 일어나는 수밖에 없지만.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DVD·워너 브러더스)에서 해리가 온 힘을 다해 외치던 ‘익스펙토 패트로눔’은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만이 할 수 있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는 주문이다. ‘익스펙토(Expecto)’는 라틴어로 ‘기다린다’, ‘패트로눔 (Patronum)’은..
동아일보 자료사진“사랑에 빠져 행복한 여자는 수플레를 태우지만, 사랑 때문에 불행한 여자는 오븐 불 켜는 것을 잊어버리지.” - 영화 에서 파리의 늙은 요리사가 사브리나에게 - 맞는 말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단 한시도 연인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들뜬 마음에 실수 연발이기 쉽지만, 사랑을 거절당해 불행한 사람은 무엇을 해도 무기력하다. 오븐 불 켜는 것은커녕 밥숟가락도 들기 싫어지는 법이다. 영화 ‘사브리나’(DVD·파라마운트)를 본 건 2년 전 미국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였다. 사소한 일로 풀이 죽은 채 DVD 열람실에 갔는데 재미있어 보이는 DVD는 죄다 대여 중이었다. ‘그럼 그렇지, 나한테 뭐 좋은 일이 있을라고’하면서 이 오래된 흑백영화를 골랐다. 영화를 보는데 문득 뭔가 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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