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까지나 엄지손가락만한 꼬마이고, 자라지 않는 난쟁이로 머물렀다…. 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나이에게 내 인생을 맡긴 채 장사꾼이 되어버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 영화 에서 -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이 국내에 개봉된 때는 1988년이었을 것이다. 좀 추울 때였다고 기억하는데, 계절이 가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상영관이 명보극장이었는지, 대한극장 아니면 스카라 극장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몇 년 전 칸 영화제 작품상을 탔고, 원작자가 독일의 비판적 지식인인 귄터 그라스라는 것 정도가 에 대해 내가 알던 전부였다. 영화보다는 영화를 함께 봤던 친구와의 추억이 강렬하다. 노동운동을 하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기로 결심한 친구에게 내가..
“엄마 때문에라도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사오리) “너로서는 그게 당연한 결론이야...하지만 나도 한마디만 한다면, 난 너를 참 좋아한단다” (히미코) - 영화 에서 딸 사오리와 아버지 히미코의 대화 - 참 따뜻한 영화. 행복을 가장하는 가짜 평화 대신 넘어설 수 없는 벽, 불화, 오해, 상실과 갈등을 모두 끌어안고도 온기가 느껴지는 독특한 영화다. 너무 예쁘고 날씬한 남자배우 오다기리 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었던.....역시 꽃미남이 좋긴 좋다.....^^ 27살에 홀몸이 된 엄마를 보고 자란 딸 사오리는 게이 임을 커밍아웃하고 직장과 가정을 버린 뒤 게이바 마담으로 살아간 아버지 히미코를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 돌연 사라진 히미코는 게이 양로원을 차렸고 암으로 죽어갈 때..
"만약 우리가 지금 만났더라도 친구가 됐을까?” - 영화 에서 프래니가 올리비아에 대해 말하며 - 얼마 전 종종 모임을 갖는 여자친구들 6명과 함께 작심하고 레지던스 한 칸을 빌려 ‘도심 MT’를 간 적이 있다. 미국에서 직장을 갖게 돼 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환송하는 자리였다. 모두 6명 중 3명은 싱글, 3명은 아줌마다. 아줌마들은 아이들을 다 남편에게 맡겨놓고 들뜬 기분으로 모임에 왔다. 이런 기회를 갖게 된 데 대해 모두 행복해하면서, 함께 밥 해먹고 술 마시고 그동안 참았던 수다를 마구 떨면서 놀았다. 그렇게 밤을 샐 줄 알았다. 그런데... 아침에 스코어를 확인해보니, 싱글 3명은 모두 새벽 2시 안팎에 나가 떨어졌고, 아줌마 3명이서 새벽 5시까지인가 수다를 떨고 먼저 가야 하는 친구 배웅까..
“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 영화 에서 프랭크가 도나에게 - 몸을 움직여 리듬을 타는 모든 일엔 스텝이 있다. 하다못해 달리기에도 스텝이 있다. 피트니스센터의 트레드 밀에서 뛰는 사람들의 스텝을 보면 대충 ‘달리기 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쿵쾅쿵쾅 요란하게 뛰는 이는 십중팔구 초보자다. 노련한 주자의 스텝은 체중이나 속도에 관계없이 사뿐사뿐 가볍다. 장거리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발걸음을 ‘3-2-3-2’ 리듬의 호흡에 맞추려고 애를 쓰다 발이 엉킨 적이 여러 번이었다. 스텝이 엉키면? 잠시 멈춰 서서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그런데 ..
“비밀을 하나 말해주지. 너의 신전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을 말이야. 신은 인간을 질투해. 왜냐면 인간은 죽거든. 인간은 죽을 운명이라서 모든게 아름다운 거야.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워.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가 브리세이스에게- ‘트로이’(DVD·워너 브러더스)에서 꽤나 의미심장한 이 대사는 사실 아킬레스의 ‘작업’용 멘트다. 트로이를 침공해 아폴론 신전에서 잡아온 여사제 브리세이스에게 반한 아킬레스는 공포와 분노로 정신을 못 차리던 그녀를 달래며 ‘순간의 아름다움’을 속삭인다. 두 사람의 눈에 전류가 통하는 것도 이 시점부터다. ‘작업’용이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아킬레스가 ‘지금 이 순간’을 찬양하다니. 이 영화에서 아킬레..
“모든 사람은 섬이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의 섬들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섬들은 바다 밑에선 서로 연결돼 있다.” ―영화 가 끝날 무렵 주인공 윌의 내레이션― 영화가 끝날 땐 철이 좀 든 걸까. ‘어바웃 어 보이’(DVD·유니버설)가 시작될 때 윌의 내레이션은 이랬다. “(인간은 섬이 아니라는 말에 대해) 그건 말도 안 된다. 모든 사람은 섬이다. 바야흐로 섬의 시대다. 난 스스로를 꽤 근사한 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인간은 섬’이라고 주장하던 38세 바람둥이 독신남의 생각이 ‘섬들이 연결돼 있다’는 결론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부다. 초반에 윌은 “내겐 그 누구도 의미 없다. 그래서 난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잘난 체’를 ..
-“신발도 없이 어떻게 떠날 건데요?”(제니) -“발이 아프겠지. 아주 많이.”(에드워드) -“여기보다 더 나은 곳도 없소.”(마을주민) -“기대하지 않아요.”(에드워드) ―영화 에서 마을을 떠나는 에드워드와 그를 말리는 주민들의 대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DVD·컬럼비아)에서 고향을 떠난 에드워드가 처음 만난 곳은 신발 벗고 퍼질러 앉아 놀기로 작정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듯한 ‘유령마을’이다. 잔디가 융단처럼 깔려 있고 평화로운 이 마을 주민들은 맨발로 노래하고 춤추며 마냥 행복하다. 마을 입구에는 이들이 벗어던진 신발이 주렁주렁 걸린 줄이 드리워져 있다. 어여쁜 소녀 제니는 에드워드의 신발도 벗겨 줄 위에 던져 걸어놓는다. 그냥 머물러도 될 것을…. 하지만 에드워드는 “나는 어디에도 정..
-“복권 당첨자와 전신마비 환자를 관찰한 연구 결과, 닥친 상황은 극과 극인데 6개월이 지난 뒤엔 모두 본래 성격으로 돌아가더래. 명랑한 사람은 장애인이 돼도 명랑하게 살고, 꼬여 있던 인간은 부자가 되어도 뒤틀린 인간으로 살더래.” (제시) -“그럼 난 평생 우울하게 살겠네?”(셀린느) -“당연하지.”(제시) -영화 에서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 9년 만에 만난 과거의 연인 제시와 셀린느.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비포 선셋’(DVD·워너브러더스)은 그들이 ‘어떻게’ 되기 직전에 끝난다. 셀린느는 말로는 제시에게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다”고 채근하면서도 유혹하듯 춤을 추고, 제시는 공항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영화는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80분 동안의 수다로 드러난 이들의 성격에 사람은 좀처..
- Total
- Today
- Yesterday
- 산티아고
- 영화
- 중년의터닝포인트
- 블로그
- 인생전환
- 여행
- 다문화
- 세이브더칠드런
- 조지프 캠벨
- 알라딘 TTB
- 인류학
- 페루
- 김현경
- 스티브 잡스
- 책
- 김인배
- 사랑
- 서경식
- 단식
- 1인분
- 중년
- 김진숙
- SNS
- 차별
- 터닝포인트
- 제주올레
- 인터넷 안식일
- 엘 시스테마
- 글쓰기 생각쓰기
- 몽테뉴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