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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만든 책들은 대부분 나의 동침자들이다. 지금까지 읽은 책의 절반가량을 침대에서 혹은 바닥에서 뒹굴며 읽었다. 난 아마 전생에 땅에 붙어살던 지렁이가 아니었을까...
좋아하는 책일수록 하도 붙들고 뒹군 탓에 심하게 구겨졌고 표지가 너덜너덜하다. 과도한 스킨십과 학대의 강도를 애정의 지표로 삼았던 모양이다. ^^;
누워서 책을 읽을 때 가장 불편한 건 불끄기였다. 책을 읽다 꾸벅꾸벅 졸리기 시작하면 적당하게 불을 끄고 자야 하는데, 불을 끄러 일어나자니 잠이 깨고, 그냥 놔두자니 눈꺼풀 사이로 빛이 스며들어 잘 수가 없는 거다.
하지만 이 경우의 문제점은 조명 범위 안에 책이 들어갈 수 있도록 대체로 한 방향으로 누울 수밖에 없어 한쪽 어깨가 무지 결린다는 점이다.
이렇게 한쪽 방향으로 누운 자세로 책을 보다가 몇년전 한쪽 팔이 뒤로 돌아가지 않는 증세를 겪었던 적도 있다. 하도 황당해서 그날 읽었던 책 이름을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 그는 빵을 굽고 나는 팔이 굳었다....
일어나 앉아서 보면 되련만, 미련하게시리....그러나 누가 질쏘냐. 침맞고 부황뜨고 수영장에 다니며 몇달만에 어깨를 고친 뒤 기어이 다시 들입다 누워 책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얼마전, 교보문고를 지나가다 book light 라는 상품을 발견했다. 바로 저거다! 제까닥 구입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거이 몹시 불편하다는 거다.
360도로 회전은 되지만, 비추는 범위가 너무 좁아 계속 한쪽 손으로 등의 위치를 옮겨가며 읽어야 한다.
자꾸 이 소형등을 옮기는 '노동'을 해야한다는 점은 기본적으로 누워 책을 읽는 게으름뱅이의 취지와 너무 맞지 않는다.
...이걸 쓰느니 차라리 불 끄러 일어나는 편이 낫겠다 싶다. 돈만 버렸다.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며칠전 드디어 숙원사업을 해결했다. 천정의 조명을 끄는 리모콘!
누워서 켰다 껐다 마음대로!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고, 경직된 한쪽 방향 자세로 책을 읽을 필요도 없다. 캬~ 이거야 말로 내가 찾던 물건!
희희낙락, 책과의 즐거운 동침이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런데......
적당히 졸려서 리모콘으로 불을 끄고 잠을 청할라치면 늘 그렇듯 온갖 잡생각이 밀려온다. 이걸 적어둬야 하는데, 내일은 저걸 해야 하는데.....이전엔 그런 사소한 일 갖구 다시 일어나기가 귀찮아서, 아침에 다시 생각하자, 하고 잠을 청하곤 했다.
근데 이젠, 불 켜는 일이 손가락만 한번 까딱, 하면 되는 일이다보니 잡생각이 들 때마다 불을 켜고 수첩 찾으랴, 메모하랴, 부산을 떤다. 그러다보면 잠이 싹 달아나 결국 다시 불을 켜고 책을 들게 된다. 그렇게 잠이 오지 않아 시간 때우기 용으로 하는 독서는 고역이다.
이런 택도 없는 이유로 며칠째 숙면을 못했다. 생활의 편리에도 대가가 필요한 모양이다.
오늘 밤 내가 생각하는 솔루션.
리모콘으로 불을 끈뒤 리모콘을 손이 안닿는 먼 곳에 던져버리는 거다. 부서질지도 모르니 던지려는 목표지점에 푹신한 매트를 깔아둬야 겠다. 에궁~ 시시껄렁한 포스팅 이상 끝입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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