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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남 이야기뿐입니까. 당장 스스로도 ‘또라이’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요.
자기 성격을 자기가 왜 모르는 걸까요?
미국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이 쓴 책 ‘나는 내가 낯설다’를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적응 무의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기질과 성격은 상당 부분 적응 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하네요. 적응 무의식은 자기가 의식적으로 접근할 길이 없으니 남들 눈엔 띄어도 자긴 모를 수밖에요.
‘나는 내가 낯설다’는 우리가 비의식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능력인 적응 무의식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블링크’의 말콤 글래드웰이 추천사를 썼는데, 읽다보니 ‘블링크’가 이 책에 아주 많이 의존했다는 걸 알겠더군요. ‘블링크’에서 말하는, 3초 안에 결정되는 첫인상도 대개 적응 무의식의 작동 결과 아니겠습니까. ‘나는 내가 낯설다’에는 그런 적응 무의식을 보여주는 심리학 실험 결과가 가득 실려 있습니다. 기대와 달리 글이 아주 재미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은 얻을 수 있지요.
스스로 알아차릴 방법이 없는 적응 무의식은 생각보다 훨씬 많이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칩니다. 비행기의 자동항법장치처럼, 내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기도 전에 적응 무의식은 우리를 행동하게 하고, 판단하게 하고, 느끼게 한다는 군요.
이 무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바깥에서 감지되는 위협적 정보를 합리화하기 위해 우리 마음의 면역체계가 어떻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부지런히 일을 하는지 등을 읽다보면 저절로 리어왕의 절규가 머릿속에서 울려옵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ㅠ.ㅠ
책을 읽다보면 ‘내가 누구인지’는 나 자신보다 다른 사람이 더 정확하게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자에 따르면, 대개 사람들은 남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보다 자기 자신의 행동을 예측하는 일에 더 서툴다고 하네요. 남의 행동을 예측할 땐 흔히 상대의 과거 행동을 계속 지켜봤던 경험에 의존하므로 대체로 맞지만, 자신의 행동을 예견할 땐 주로 자기 성격에 대한 ‘내부 정보’(나는 ~~한 사람이다)에 의존하기 때문에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사람들은 대개 자기 자신을 타인보다 더 거룩하고 더 도덕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 같은 ‘내부 정보’는 왜곡된 경우가 많다는 군요.
흠… 그러면 친구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말해줘!’하고 졸라야 하나요…. -.-;
여기서도 문제는 자신에 대한 잘못된 믿음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 신호를 잘못 해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강연회의 청중이 시계를 계속 들여다 볼 경우, 스스로를 훌륭하다고 믿는 지루한 연사는 그걸 ‘약속시간에 늦으면서도 내 이야기에 푹 빠져 못가는군’같은 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거죠. ^^
이 책을 읽다보면, 또 다른 미국 심리학자가 쓴 책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가 생각납니다. 그 책의 저자도 사람의 자기 인식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독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기를 잘 모르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빗나간 예측을 하기 일쑤라는 거죠.
이런 심리학, 뇌과학 책들을 읽다보면 지혜를 쌓기 위해 옛사람들이 권했던 자기성찰과 심사숙고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도 저자는 “깊이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비통함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더 서툴고, 자신의 과거 중 특히 부정적인 면에 더 초점을 맞추며, 자신들의 행동을 더 자멸적인 방식으로 설명하고, 미래를 더 부정적으로 예측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단언합니다.
자신에 대해 조금 덜 생각하며, 그 대신 행동하는 것- 저자가 권하는 해법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고, ‘내가 그때 왜 그랬지’같은 종류의 생각을 접기로 했어요. 어차피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내가 처한 상황. 기분에 따라 달라질 테니까요. 이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도 너무 자기자신을 문제삼진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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