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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재

이랏샤이마세 도쿄

sanna 2007. 6. 19. 12:40
"더 이상 자신의 꿈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 그것은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밀고 가보는 것이다."


블로그 이웃인 당그니님이 최근 펴낸 책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2-이랏샤이마세 도쿄’를 읽다. 저자 자신이 모델인 주인공 당그니가 애니메이터의 포부를 안고 일본에 건너가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린 시리즈 만화다.


뭘 보든 결국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더니, ‘이랏샤이마세 도쿄’에서도 위에 인용한 저 대목, “꿈은 남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밀고 가보는 것”이라는 말에 꽂혔다.

귀가 얇기가 종잇장 수준이라, 뭘 계획해도 누가 옆에서 ‘그거 별로인데?’하면 금방 ‘그렇겠지?’하고 주저앉는 나로서는 무지 뜨끔한 이야기다. 더불어 뭔가 꿈꾸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을 먼저 읽은 inuit님 말씀대로 배경이 아주 예쁘다.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들, 나무들과 지하철 위로 비치는 햇살들을 섬세하게 그려 배경이 모두 봄날처럼 느껴진다. 뭔가를 시작하는 주인공의 마음이 담긴 것같은 색채다.
만화의 앞 절반가량에서는 당그니가 겪는 일본생활의 좌충우돌이 펼쳐지고, 후반부는 주인공이 어떻게 애니메이터의 꿈을 품고 일본에 왔는지를 들려준다. 더불어 일본생활의 이모저모를 들려주는 글이 만화와 교차 편집되어 있다. 만화와 글을 순서대로 번갈아 읽어도, 만화 따로 글 따로 뽑아 읽어도 무리 없는 책이다. 내겐 일본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글보다 만화 쪽이 훨씬 재미있었다.

지은이를 일본에 가도록 만든 동력이 ‘장밋빛 꿈’ 뿐이었다면, 이 저자를 신뢰하지 않았을 것이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일지 몰라도, 나는 진짜 꿈과 가짜 꿈을 이렇게 구별해왔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이미 하는 사람들을 만나 (그 일의 화려한 외양 말고) 일을 실제로 하게 될 때 겪는 어려움, 반복적이고 지겨운 일상, 불투명한 전망까지 모두 알고도, 그래도 하고 싶다면 진짜 꿈이다. 여기서 꺾이면 가짜 꿈이니 뒤돌아보지 말고 버려도 좋다.

저자는 대학에서 애니메이터와 무관한 전공을 하고, 애니메이터와 아무 상관이 없는 직장을 다니다가 꿈을 좇아 방향을 틀 때까지 번번이 주변의 반대에 부딪혀야 했다. 일본에 와서도 애니메이터라는 직업이 ‘하늘을 그리지만 하늘을 볼 수 없는 직업’임을, ‘꿈을 그리지만 꿈과는 쉽게 가까워지지 않는’ 일임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지만, 그 모든 암담함을 알고도, 저자는 그 일을 선택했다. '내겐 비켜갈 것'이라는 요행을 바라서가 아니라, '(진짜) 꿈'이란 몸으로 밀고 가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게 있다면, 희원 누나 같은 주변 인물들이 등장했다가 더 이상 진전 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점.  시리즈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책 한 권이 그 자체로 완결성을 가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랏샤이마세 도쿄 -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 2  김현근 지음
일본의 모습을 날 것 그대로,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우리의 눈'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게다가 대중문화에 관한 한 최고의 수준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는 일본의 모습을 가장 대중적인 언어인 만화와 그림, 그리고 사진과 함께 곁들여서 보여주는 생생한 문화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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