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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판도라는 재앙들로 가득찬 상자를 가져와서 열었다. 이것은 신들이 인간에게 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선물이었고 '행복의 상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때 상자에서는 날개를 단 살아있는 온갖 재앙이 튀어나왔다. 
재앙들은 그때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밤낮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쳤다. 그러나 상자에서 단 하나의 재앙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그때 판도라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뚜껑을 닫았고, 그래서 그 재앙은 상자 속에 남게 되었다. 인간은 영원히 행복의 상자를 집안에 두고 어떤 보물이 그 안에 들었는지 신기해 한다. 인간은 판도라가 가져온 상자가 재앙의 상자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재앙이 행복의 최대 보물인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인간이 다른 심한 재앙에 괴로움을 당하더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면서 계속 새로운 고통에 잠길 것을 바랐다. 그래서 그는 인간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희망은 실로 재앙 중에서도 최악의 재앙이다. 왜냐하면 희망은 인간의 고통을 연장시키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1' 중에서 - 

(첫 문장 '희망'을 굵은 글씨로 쓴 것은 책의 표기대로이고, 아랫 부분 굵은 글씨는 여기에 옮겨 적으며 제가 임의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뭔가를 쓰다 다시 찾아본 글. 희망에 대해 이토록 비관적이고 시니컬한 정의는 본 적이 없어서 오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위의 인용문을 찾기 직전 쓰던 글은 희망과 정당한 체념 사이의 경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할 수 있을지 (각자 자기 밖에 모르는 문제이긴 해도..) 난감해지는 군요.
그냥 여기 오시는 분들 생각을 듣고 싶어 화두를 던져봅니다. (요즘 폭탄 돌리기, 화두 던지기....주로 투포환 방식의 블로깅만 하는군요....-.-; )  
이를테면 '하면 된다'같은 말. 사실 이 말은 해로울 때도 많습니다. '하면 되는' 사람은 실제로 1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한 게 현실에 가깝지 않은가요? 때론 체념과 비관도 희망 못지 않게 중요한 (우리가 거기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태도 아닐까요?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희망이 재앙이라는 이 심술궂은 철학자의 시니컬한 해석에 동의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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