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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내 마음 속에는 어떤 가설이 점점 확실해져 가고 있다. 그것은 국가의 흥륭도 쇠퇴도 같은 요인의 결과라는 가설이다.

베네치아는 외부인을 거부하는 것으로 대업을 이루었다. 하지만 또한 이 방침을 관철함으로써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 로마도 마찬가지다. 이쪽은 반대로 문호를 열어 대국이 되었으나 쇠퇴도 같은 요인으로 일어났다. 국경을 넓혀 사람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줌으로써 대제국이 되었으나 그로 인해 수도 로마의 기능이 허해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 시오노 나나미 ‘다시 남자들에게’ 중에서 -

(요네하라 마리 ‘마녀의 한 다스’ 에서 재인용)



국가의 흥망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는 것... 사랑도 마찬가지 아닐까. 처음에 우리를 어떤 사람에게 끌리게 만드는 특성이 나중에는 그 사람을 싫어하고 결국 헤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될 때가 잦다.

상대의 섬세한 배려가 마음에 들어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소심하고 좀스러워 보여 견딜 수 없다. 주관이 뚜렷해 좋아했는데 나중엔 독선적인 면을 참을 수 없다면서 헤어진다.

나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없고 상대에게 있는 ‘차이’를 그 만의 고유한 특성이라 여기며 좋아하다가 나중엔 그 ‘차이’ 때문에 싫어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대가 변했다고 비난한다. 달리 생각해보면 상대는 처음부터 그대로였을 뿐인데 말이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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