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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가치의 리스트에서 '친절함'을 제일로 꼽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한 러시아 작가가 세계2차 대전의 소련에 대해 쓴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 어느 한 지점에서 작가는 어떤 인물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사회체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어.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 이어서 그가 던진 말은 "우리 삶에서는 친절함이 전부"라는 것이었습니다. (...) 친절함, 관대함, 착함, 타인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것.
때로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이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야'라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타인이 그 문제를 어떻게 보는 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내가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은 그렇게 보지 않을 수도 있죠. 또한 나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 사람을 해칠 어떤 일도 하지 않았어'라고 말이죠. 하지만 상대는 아픔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당신이 믿고 있는 부분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 감정을 살펴야 합니다. 나는 이것이 인간 존재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을 향해 감정을 이입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것 등 말이지요."
- '가치를 다시 묻다'에서 하워드 진 -

'가치를 다시 묻다'는 인디고 서원에서 인문학을 공부한 청소년들이 세계 석학들에게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치에 대해 직접 질문해서 엮은 책. 아이들이 칮아가서 만난 석학들보다 나는 이 아이들이 훨씬 대단하다고 보는데, 아이들이 만난 쟁쟁한 사상가들의 말 가운데 유독 하워드 진의 저 말이 꽂힌다. 평생 투철한 실천가로 살았던 그가 삶의 막바지에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가치가 일생을 바쳐 옹호해온 '정의'도 '평등'도 '자유'도 아니고 '친절함'이라니...묘하게 슬프면서 감동적이다. 맞아, 제아무리 옳은 일이든 뭐든 원래 여기서 출발해야 하는 거였어, 하고 고개를 끄덕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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