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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20일만에 2천만원!

sanna 2011. 8. 16. 23:49

제목이 좀 경박한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

페이스북에서 한 선배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면"이라는 제목으로 사회적 파업 연대 기금을 모금해보는 게 어떠냐 제안한 게 꼭 한 달 전인 717일입니다.

여기 동감하는 사람들이 여러 생각을 보태어 '진숙 85 기금'이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그룹이 만들어졌고 모금이 시작됐습니다. 페이스북을 중심으로 풀 뿌리 모금 운동이 진행되어오기를 20. 그새 모금액이 2300여 만원에 이르렀다고 하네요. 하루에 1백만 원이 넘게 모인 거죠. 어떤 정치세력이나 명망가도 개입되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대단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오늘 1차분 2천만 원을 한진 중공업 가족대책위원회와 정리해고투쟁위원회에 전달했답니다.

저는 꼴랑 푼 돈 몇 푼 얹어놓은 데 지나지 않지만,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가 가시화된 것이 제 일처럼 기쁘네요.

사회적 파업 연대 기금이 뭐 하는 기금인지, 어눌한 제 말 보다 조목조목 잘 설명한 제안서를 읽으시는 게 나을 테니 아래 붙입니다. 부디 끝까지 읽으시고 함께해주시기를~.

왜 파업기금인가?

 노동자들에게 고유하게 주어지는 헌법상의 권리인 파업권이 이 땅에 과연 존재합니까? 1987년 시작된 민주노조운동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지속된 노동배제와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가 몰고온 신자유주의의 쓰나미 속에서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사실상 거세되었습니다. 이는 단지 기업이 고용한 용역깡패들과 이를 비호하는 공권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바로 돈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파업기금이란 말은 낯설 수 밖에 없습니다. 민주노조운동이 시작된 1987년이래, 노조들은 파업 중 '무노동무임금'이란 새로운 조항에 맞서 싸우는 데 초점을 둘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파업중인 개인들의 생계는 개별 노동자들의 몫이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은 비참했습니다. '무노동 무임금', 그럴듯한 이미지의 이 표현이 사회 전체를 휘감아 버리면서, 파업 중인 개인과 그 가족들의 생계는 오직 그 노동자 개인의 책임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파업한다고 그들이 인간이 아닙니까? 그들 역시 평범한 이 사회의 필부들, 가장들입니다. 파업을 하고, 기계를 멈추더라도, 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이 굶으며 살 수는 없습니다. 자식들을 키우고 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8년 전 김주익이 자신의 아들에게 운동화 한 켤레를 약속하고 지키지 못한 그 절절한 부정처럼....

하지만 이 땅의 노동은 파업권이란 헌법적인 권리를 가졌음에도, 결국 돈 앞에서 속수무책이었고 스러져갔습니다. 이는 쌍용자동차에서도 유성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동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파업은 칼날이 되어 노동자들의 심장을 뚫고 들어왔습니다. 부당한 근로조건과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선언하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가족들의 생계를 이 파업의 제단 위에 올려놓아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단지 용역깡패와 공권력의 침탈 뿐 아니라' 돈이 이들의 피를 말렸습니다. 그들을 힘없이 스러지게 했습니다. 사람을 파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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