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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딴데서 불어온 바람

sanna 2006. 8. 19. 22:31

2주 전, 일이 터졌다.
이렇게 커지리라고 생각도 못했다.

호기심에 그냥 한번 두드려본 문이 활짝 열려버렸다.
'어디 한번....'정도로 생각하며 터벅터벅 갔던 곳에서 중요한 사람을 만났고,
별 말을 하리라는 기대를 안했던 상대방이 입을 열었고,
한번 손을 담근 일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2주째 매일 밤 1시 이전에 집에 가본 적이 없다.
같이 손을 담근 사람 얼굴을 보니, 잠이 부족해 누렇게 떴다.
내 얼굴도 그렇겠지....ㅠ.ㅠ
토,일요일에도 계속 일하다 겨우 2주째 토요일인 오늘에야 겨우 쉰다.
하루종일 죽은 듯이 자다, 배가 고파 밤늦게 일어났다.
바흐의 파르티타를 듣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있는데...갑자기 서글퍼진다.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지......

'바람은 딴데서 불어오고,
구원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온다'

파김치가 되어 퇴근할 때마다 김수영의 시에서 이 대목만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내 경우는, 구원 대신 날벼락이지만....
어쨌건 딴데서 불어온 바람 탓에 모든 계획이 엉망이 되어버렸다.
블로깅을 못한 건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이런 날벼락을 즐기는 사람들을 본다.
평생 이렇게 살아온 사람도 있다.
먹잇감을 발견한 굶주린 사자처럼, 눈이 반짝이고 활기가 넘친다.
그런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다.
"(내가 보니 너도) 나른하게 살다가 사건을 만나서 온 몸의 세포가 살아나는 것같다"면서.
그 말이 반갑지 않다.
뉴스를 좇는 일을 경쟁적으로 하다보면, 이 뉴스가 어디까지 좇아야 할 성질의 것인지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그걸 잊지 않으려고 하다, 신경전도 꽤 벌였다.
표면을 한꺼풀 벗겨내면, 사람들이 목소리 높여 주장하던 '진심' '정의'따위의 것들도
결국 이해관계의 상충과 비루한 욕망의 표현이라는 게 드러나는 걸 지켜보는 마음도 편치 않다.
시류에 맞춰 얍삽하게 가면을 갈아치운 사람들이 완장을 차고 목소리 높이는 걸 바라보는 것도 지겹고,
내가 만든 뉴스가 내 의도와 상관없이 어떤 틀로 포장되고, 공격받는 것도 아프다.
한 선배에게 내가 풀이 죽어 말했다.
"벗겨낼수록 사람들이 추악해진다. 어디까지 가야 하느냐"고.
선배가 말했다. "사람에게 뭘 더 기대하니? 넌 아직도 순진하구나"
이게 내가 원하는 길일까.....점점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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