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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뜻밖의 선물

sanna 2006. 9. 21. 17:51
최악의 하루가 될 뻔 했다.
컨디션이 엉망진창인데 오후 2시반 삼성동 인터콘티넨탈 호텔에 가서 별로 만나고 싶지도 않고 궁금하지도 않은 미국인을 만나고 돌아와 만난 내용을 30분 안에 정리해야 하는 상황.
상대방이 인터콘티넨탈 호텔 그랜드점과 코엑스점을 거꾸로 알려줘서 코엑스에 갔다가 그랜드로 다시 가느라 약속 시간에 늦었고, 그 바람에 그나마 짧은 미팅시간이 더 줄어들었고 (이건 다행 ^^), 간단한 영어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완전히 체면 구겼다. -.-; 어찌어찌 미팅을 끝내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 아저씨가 브레이크나 엑셀을 밟아 차에 진동이 올 때마다 속이 울렁거려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 차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더니 대낮에 왜 빈 자리가 한 개도 없는지…ㅠ.ㅠ 내내 서서 졸다가 2호선 시청 역에서 내렸다. 회사에 돌아가서 후다닥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하니 짜증이 치밀어오른다. 그런데..


계단을 올라가는데 먼데서 희미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온다. 맞다. 여기 음반가게가 있었지.  선곡 좋기로 유명한, 작고 오래된 음반가게.

음악을 밖으로 틀어주기 때문에 한참 걷는 동안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곡 제목은 뭔지 모르겠다. 쓸쓸한 기운이 배어있는 바이올린 선율... 턱까지 차오른 신경질과 짜증이 음악에 밀려 서서히 사라진다. 거칠고 모난 마음이 말랑말랑, 동글동글해진다.

음악이 나의 하루를 구원했다. 지하철 역마다, 버스 정류장 근처마다, 이런 음반가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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