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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늘의 작가상 공동수상작인 소설 ‘백수생활백서’의 제목으로 작가는 ‘탐험과 소유’를 생각했다. 철학책 같은 이 제목은 인텔리 백수인 주인공의 특성과 요즘 유행하는 ‘∼백서’류의 제목을 이어 붙여 ‘백수생활백서’로 바뀌었다.
‘백수생활백서’는 ‘백수’나 ‘백서’로 검색해도 인터넷 검색 결과의 윗줄에 뜬다. 신인 작가의 책인데도 출간되자마자 국내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순위 9위에 진입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팀장’을 입력하면 가장 먼저 뜨는 책은 ‘팀장 리더십’. 원제는 팀장과 상관없는 ‘The Everything Leadership Book(리더십의 모든 것)’이다.
위즈덤하우스 김현종 팀장은 “리더십에 대한 실무교육용 도서로 5000부 정도를 예상했는데 지난해 행정자치부의 팀제 발표 이후 팀장 관련 도서로 기획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지금까지 8만 부 넘게 팔렸다.
민음사가 펴낸 ‘셜록 홈스 전집’은 저자가 아니라 주인공을 앞세웠다. 인터넷 검색에서 코넌 도일보다 셜록 홈스의 검색 빈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미현 부장은 “2000년 이후 책 제목을 결정할 때 검색 빈도가 높은지가 중요한 고려 기준이 됐다”고 전했다.
검색 빈도뿐 아니라 ‘시대의 성감대’를 건드리는 도발성도 중요하다. 출판인들은 ‘아내가 결혼했다’ ‘미쳐야 미친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좋은 제목으로 꼽았다. 김인호 바다출판사 사장은 “좋은 제목은 도발적으로 금기를 파괴하거나 한 시대의 트렌드를 집약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명은 때로 책을 다시 태어나게 하는 작업이다. ‘유 엑설런트! 칭찬의 힘’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꾼 것은 손꼽히는 개명의 성공 사례다.
현재 종합 베스트셀러 7위인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원제는 ‘당신의 오류지대들(your erroneous zones)’. 이전에 ‘내 인생 내가 선택하며 산다’ ‘인생을 바꾸는 7가지 생활습관’들로 번역됐으나 주목받지 못하다 ‘행복한 이기주의자’가 되어서야 빛을 봤다.
제목에 부정적인 뉘앙스의 어휘가 들어가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징크스는 거의 사라졌지만 아직까지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징크스는 ‘실패’라는 단어다.
김영사 신은영 편집실장은 “경제경영서 분야에서 2004년에 ‘실패학’에 관한 책이 잇따라 나왔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아직까지 한국인들은 ‘성공 사례’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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