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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영학에 문외한이지만, 경영학자들 3명의 신간 출간 소식이 들리면 어쨌든 책을 사고 봅니다. 피터 드러커, 찰스 핸디, 톰 피터스가 그들이죠.

제게 피터 드러커는 그 어깨 위에 올라서서 지평 너머를 바라보고 싶은 거인과도 같고, 톰 피터스는 그 열정에 한번 전염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선동가 같다면, 찰스 핸디는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편안한 선생님의 느낌입니다.
셋 중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죠. 스스로 '늦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제가 보기에도 '늦된 사람'이지만 ^^, 피터 드러커 처럼 비범한 면모를 갖추지 못한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경영의 구루라기 보다 현실을 잘 설명하려 애쓰는 사회철학자 라는 호칭이 더 적절할 것같은 사람이죠.

그의 책 '코끼리와 벼룩'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에 이어 그가 칠순이 되어 쓴 자서전 '포트폴리오 인생'을 읽었습니다. 뭔가를 하기에 너무 늦었다는 생각으로 한탄하시는 분, 조직을 떠난 '내 일'을 고민하시는 분,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해 뭉그적 대는 스스로를 책망하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물론 저처럼 늘 느리게 배우고 늦게 깨닫는, '늦되는 사람들' 께도요. ^^
오래 놀다보니 서평을 쓸 엄두가 나질 않는 군요. -.-;  몇 대목에 밑줄을 긋는 것으로 서평을 대신할까 합니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허미니아 아이바라 교수는 39명의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꾼 방법을 알아보았다. 문학교수였다가 주식 중개인이 된 사람, 증권업자였다가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된 사람 등이 포함됐다. 조사 결과, 아이바라 교수는 행동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라고 주장했다. 일단 행동하고 경험하고 질문하고 다시 행동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자신이 어떤 사람이며 무엇을 할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사람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것은 직접 부딪혀 많은 가능성들을 탐험해본 이후다. (p26)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좋은 삶이란 바로 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 에 다름 아니었다. 이 복잡한 그리스어는 흔히 '행복'이라고 번역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다른 의미였다. 그에게 행복이란 '상태'가 아니라 '행동'이었다.....에우다이모니아는 '번영' 또는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함' 등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는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대 비즈니스 구루들은 이를 '핵심역량 최적화'라고 부르지만,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식 표현이 더 좋다. (p60)
....'자신이 가장 잘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 하라.' 이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에우다이모니아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우리는 모든 일을 잘할 수는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하지 마라. 유전자가 어느 정도는 우리를 규정한다.... 언젠가 내가 점점 머리가 벗겨지니 어찌하면 좋겠냐고 물었을 때 이발사가 해준 조언이 유일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태어나기 전에 부모님을 바꿨어야지요."
하지만 나는 그걸 바란 적은 없다. 그러니 이외의 무엇도 달라지긴 힘들 밖에. (p352)

침대에 누운 채로 나는 새삼 생각했다. 삶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 우리의 주제넘은 안간힘은 또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얼마나 소중한가.
...누구나 시간의 모래 속에 족적을 남기겠노라는 원대한 희망과 야망을 품고 결연하게 길을 나선다. 그리고 결국에는 볼테르의 철학소설 '캉디드'의 주인공 캉디드처럼, "내가 하는 일은 중요성을 따지면 너무나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이 일을 하는 것 자체는 무한히 중요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말 그렇다. 이제 나는 침대에 편안히 누웠다. 흡족한 마음으로. (p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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