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웠다 저자 미상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 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함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바다에서 한밤중에 폭풍우를 만나 집을 향해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가는 뱃사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어둠 속에서 아버지 곁에 꼭 붙어 있던 어린 아들이 물었다. "아버지, 금방 위로 떠올랐다가 금방 또 밑으로 가라앉아 보이는 저 바보 같은 작은 불빛은 도대체 뭐예요?" 아버지는 다음날 설명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날이 밝자 그것은 등대불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나운 파도 때문에 위아래로 흔들리며 오르내렸던 눈에는 그 등대불이 때로는 아래로 때로는 위로 보였던 것이다. -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 중에서 자기 전에 잠깐 펼쳐 본 책. 평지에 발 딛고 사는데도 '땅'의 감각을 좀처럼 느낄 수 없다. 나 역시 앞이 보이지 않고 격렬하게 요동치는 바다에서 노 저어가는 기분. 눈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자주 흔들..
"외면(外面)은 외면을 만난다. 우리 삶이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적인 활동을 멈출 때 모든 대화는 쓸데없는 수다로 전락한다. (...) 내적인 삶이 실패하는 만큼 우리는 더 쉬지 않고 그리고 절망적으로 우체국을 찾는다. 엄청난 양의 편지를 들고 자랑스럽게 우체국을 나서는 가련한 남자는 자기자신에게서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소식을 듣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 헨리 데이빗 소로. "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에서 재인용 - 인터넷을 통한 지나친 '연결'의 폐해를 경고하는 책 두 권을 잇따라 읽다. 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윌리엄 파워스의 "속도에서 깊이로". 두 권 다 읽어볼만한 책들. 카의 책이 뇌과학의 성과에 기반해 잦은 연결이 두뇌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는 방식을 어떻게 달라..
마흔일곱에도 해고자로 남아 있는 제가 20년 세월의 무력감과 죄스러움을 눙치기 위해 스물일곱의 신규 해고자에게 어느 날 물었습니다. 봄이 오면 뭐가 제일 하고 싶으세요? 내게도 저토록 빛나는 청춘이 하루라도 있었다면...... 볼 때마다 꿈꾸게 되는 맑은 영혼이 천연덕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원피스 입고 삼랑진 딸기밭에 가고 싶어요. 적개심도 아니고 이데올로기도 아닌, 그 순결한 꿈이 이루어지는 봄이길, 부디 저 고운 영혼들이 꽃보다 먼저 환해지는 봄이길. 봄마저 쟁취해야 하는 신자유주의 세상에서 그런 봄이 부디 저들의 것이길 간절히 바랍니다. - 김진숙의 "소금꽃나무"에서 페이스북에서 선배들이 시작한 '소금꽃나무' 백만인 읽기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가끔 제 블로그에 들르시는 분들께도 권해드리고 싶어 여기에..
"내가 오늘 한 가지 일을 하고 내일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고기를 잡으며 저녁엔 소를 사육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에는 비평을 할 수 있는 세상." - 칼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 마르크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세상. 요즘 이 말을 종종 생각한다. 지난 해 쓴 책에서도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현실적인 아마추어로 살자는 거냐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한 가지 직업의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골고루 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마르크스의 이상이 사회적으로 현실화되긴 어렵더라도, 개인의 차원에서는 삶을 일에 꿰어 맞추는 대신 일을 삶에 통합하..
“나는 들짐승이 자기 연민에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뭇가지에서 얼어붙어 떨어지는 작은 새도 스스로를 동정하진 않는다.” - D.H. 로렌스 - 꽤 알려진 작가가 최근 펴낸 여행에세이를 겨우 다 읽다. “글쓰기 생각쓰기”를 쓴 윌리엄 진서는 “여행기가 어려운 것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작가들이 대부분 이 분야에서 자신의 최악의 작품을, 나아가 한마디로 끔찍한 작품을 써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에세이를 읽고 그 말에 공감했다. (이렇게 안 좋게 봐서 차마 책 제목을 쓰진 못하겠다.) 더불어 나도 여행에세이 나부랭이를 출판한 전력이 있는 터라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내 책도 남들이 읽으면 이렇게 진부하겠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워쩔…… 위에 적은 시는 에세이에 인용된 문구다..
이 시인, 딱 이 느낌으로 '봄이라고 하자'도 하나 써주었으면 좋겠다. 며칠전에 핀 목련이 벌써 꽃잎을 흩뿌리며 수런대는 봄밤. 다 사라지기 전에. ------------------------------------ 가을이라고 하자/ 민구 지음 그는 성벽을 뛰어넘어 공주의 복사꽃 치마를 벗긴 전공으로 계곡타임즈 1면에 대서특필됐다 도화국 왕은 그녀를 밖으로 내쫓고 문을 내걸었다 지나가던 삼신할미가 밭에 고추를 매달아놓으니 저 복숭아는 그럼 누구의 아이냐? 옥수수들이 수군대는 거였다 어제는 감나무 은행이 털렸다 목격자인 도랑의 증언에 의하면 어제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원래, 기억이란 게 하루 사이에 흘러가기도 하는 거 아니냐며, 조사 나온 잠자리에게 도리어 씩씩 대는 거였다 룸살롱의 장미가 봤다고 하고 꼿꼿하..
자기 전에 책장에서 아무 책이나 골라 펼쳐보는 오래된 버릇. 재미없는 책이 걸리면 일찍 자고, 다시 봐도 재밌는 책이 걸리면 또 읽는다. 오늘 걸린 책은 "죽은 철학자들의 서"(사이먼 크리칠리, 이마고 2009). 철학자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를 모아 쓴 책인데 이게 재미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건성건성 책장을 넘기다 아래 대목을 만남. 처음 읽을 때도 웃겼던지 끝 부분에 내가 ^^ 표시를 해놓았던데 그걸 까먹다니. 조발성 치매가 왔나. 좌우간 요즘은 정말 웃긴 책이 좋아~ 메트로클레스 Metrocles 기원전 3세기 일설에 따르면 그는 연설을 연습하던 도중 방귀를 뀌고 말았다. 너무 부끄러워 절망한 그는 죽기로 작정하고 밥을 굶었다. 크라테스 (디오게네스의 제자로 견유학파의 인물인데, 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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