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직전인 노트북 컴퓨터를 정리하다가 1년여전 다녀온 여행 사진들이 ‘내그림’ 폴더에 쌓여 방치돼 있는 것을 발견. 이제 와서 정리하자니 엄두도 안나고, 그저 몇 개씩 묶어 압축해 USB로 옮기던 중 에딘버러의 이 카페 사진들에서 손이 멈추었다. 이걸 이제사 찾다니. 올해 초 '터닝 포인트' 시리즈로 사람들을 인터뷰한 일이 있었는데, 어떤 분이 인터뷰 끄트머리에 자기 딸이 해리 포터의 '생가'를 꼭 가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던 적이 있다. 조앤 롤링이 해리 포터를 썼다는 그 카페 말이다. 그 분이 누구인지,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아마 따님이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거나, 아니면 내가 다녀온 스코틀랜드 여행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이었거나...)는 잊었다. 그 때 이 사진들을 그 분 따님께 보내줘야지, 생각..
내가 쓴 책 에 등장하는 영국의 조지 할아버지가 메일로 보내준 동영상. 조, 조지 할아버지 콤비는 산티아고까지 걸은 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트레킹도 모자라 올해 산티아고 가는 길의 절반을 다시 걸었다고 한다. 자기가 다음에 가려는 길이 얼마나 멋진지 한 번 보라며 할아버지가 오늘 보내준 동영상. 기운도 좋으셔, 중얼거리며 열어보았더니...... 뜨아~ 보기만 해도 머리가 어질어질 현기증이 난다. 이런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다니. 이건 뭐 신종 익스트림 스포츠라고 해야 하나. 할아버지들, 제발 참으시지요….
지리산을 종주하다. 종주기를 쓰고 싶지만 도무지 짬이 안 나고, 그렇다고 그냥 말기는 뭐해서 간단한 메모만. 위 사진은 천왕봉에 오르기 전 마지막 쉼터인 장터목 대피소 가는 길목. 첩첩산중에 들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 1박 2.5일이라고 해야 할지. 금요일 밤 10시20분에 서울에서 남원행 버스를 타고 출발. 새벽 3시20분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그 캄캄한 시간에 산행을 시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 몰랐다. 그렇게 토요일 15시간을 걸었고, 세석산장에서 잔 뒤 일요일 7시간을 걸어 중산리로 내려오다. 코스는 성삼재-노고단-노루목-화개재-연하천-벽소령-세석대피소-장터목-천왕봉-법계사-중산리. - 등산을 좋아하긴 해도 잘하진 못하는 내가 계속 뒤처지자 등반대장을 맡은 선배가 계속 “얼마 안남았..
함박눈이 야자수와 함께 있는 곳. 이런 길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말로만 듣던 제주 올레길 을 다녀오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종일 눈이 내린단다. 눈보라가 치는 길을 어떻게 걸을까 걱정하면서 출발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눈덮인 외돌개 산책로를 조금 벗어나니 야자나무가 즐비하게 들어선 산책로가 나타난다.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다. 눈을 맞는 들국화와 귤나무. (기억이 맞다면) 범섬을 바라보며 걷는 올레코스. 들국화와 억새 덕분에 이 코스는 가을길 같다. 맑은 날 제주도 걷기 여행도 멋질 테지만, 눈보라가 치던 날 올레길 걷기도 근사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겪을 수 없는 사계절을 짧은 시간 안에 두루 체험하는 기분이다. 바다의 모양이 이..
차차 정리되는대로 여행기를 쓰고자 했건만....거, 참.. 쉽지 않군요. -.-;; 사진 정리도 여태 못해 허덕이는데, 이러다가는 조만간 사진을 보면서 '여기가 어디더라...'하고 헤맬 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여행은 틈틈이 메모를 해뒀으니 정리되는대로 (어느 세월에....) 들려드리기로 하고, 지나다니던 길목에서 마주친 몇몇 풍경 (사실은 메모를 해놓지 않아 곧 잊어버릴 것같은 일들...)을 먼저 들려드릴까 해요. 이동하면서 잠깐 들른 영국 런던은 출장을 포함해 이번이 세번째 가는 거였습니다. 겨우 두번 쓱 훑고 지나간 도시를 알면 뭐 얼마나 알겠습니까만...그런데도 나, 여기 좀 안다, 하는 거만한 태도로 느긋하게 걸어다녔죠. 두리번거리며 사진 찍느라 정신 없는 관광객들을 측은..
다녀왔습니다...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북서쪽 산티아고까지 764 km의 길을 34일간 걸었습니다. 무릎까지 눈이 쌓인 피레네 산맥에서부터 살갗이 아플만큼 햇볕이 뜨거운 메시타 평원까지 사계절을 두루 겪었습니다. 날씨 뿐 아니라 마음도 사계절을 겪은 듯 해요. ^^ 혼자 걷는 날도 많았고,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걷는 것도 즐거웠지요. 산티아고를 지나쳐 '세상의 끝'이라는 피니스테레에도 다녀왔습니다. 산티아고 가는 길 후반부에 접어들면 남은 길이 몇 km인지 알려주는 표지판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피니스테레의 표지판엔 '0.0 km'라고 적혀 있더군요. 표지대로라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그곳 바닷가에서 석양을 보고 왔습니다. 산티아고 이후로는 마음내키는 대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스페인..
다시 짐을 쌉니다. 날이 밝으면 떠나 혼자 유럽을 떠돌다 여름 초입에 돌아올 예정입니다. 넷맹에다 게으름뱅이인 스스로를 생각하면 현지 블로깅을 하겠노라 장담하긴 어렵고...기회가 되면 애써보겠습니다. ^^; 마음가는대로 돌아다니려고 왕복 비행기표 이외엔 아무 것도 예약하지 않고 그냥 갑니다.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목록에 적어 둔 스페인 산티아고 길 도보여행도 해보려 합니다. (관련 책 리뷰는 여기, 그리고 요기에 있습니다). 한 40일쯤 뒤면 저 등산화도 너덜너덜해져 있겠지요. 한 달 넘게 걷기라....제 끈기와 체력이 형편없음을 잘 아는 친구들이 그런 짓을 왜 하냐고 물을 때마다 대답이 궁하더군요. 사실은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길이 알려주..
티티카카 Titicaca 호수로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쿠스코에서 버스를 타고 7시간 넘도록 먼지 풀풀 나는 길을 달렸다. 도중에 해발 고도가 4335m인 곳도 지났다. 여름인데도 안데스 산맥의 꼭대기엔 만년설이 덮여 있다. 처음 들었을 때 티티카카 호수의 어감은 내 귀엔 ‘띠띠빵빵’처럼 장난스러웠다. 잉카제국 창시자 망코 카파크가 강림했다는 전설이 깃든 신령스러운 이미지와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나만 그런가....-.-;) 티티카카는 '빛나는 돌'이라는 뜻인데, 잉카 시대땐 '파카리나 paqarina' 라고 불렸단다. 어느 안내책자엔 '파카리나'가 ‘모든 것이 태어난 장소’라고 풀이돼 있는데, 위키피디어엔 정반대로 모든 사람이 죽을 때 거쳐가는 마지막 장소라고 나와 있다. 티티카카 호수(의 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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