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터닝포인트] 이인식 씨- 대기업 상무에서 과학칼럼니스트로 Before: 대성그룹 상무이사 After: 과학칼럼니스트 Age at the turning point: 46 지금이야 ‘평생직장’이 낡은 개념이 되었지만 18년 전만 해도 그렇지 않았다. ‘평생직장 시대’에 42살에 큰 기업체 상무가 될 정도로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제 발로 걸어 나오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과학칼럼니스트인 이인식 씨(64)를 이 시리즈의 인터뷰 대상으로 떠올린 이유는 그래서였다. 금성반도체(현 LG 정보통신)에서 최연소 부장이 되었고 대성그룹 상무이사를 지낸 그는 중년의 절정인 46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았다. 인생 2모작, 3모작이 낯설지 않은 요즘에도 쉽지 않을 결단이다. 무슨 생각에서였을까. 지난 ..
봄비 내리는 날, 책이 나왔습니다. ‘나의 산티아고, 혼자이면서 함께 걷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원고였는데, 수정을 거듭할수록 제 생각이 덧붙여졌고 이젠 사람들 이야기인지 제 이야기인지 구분이 잘 안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네요. 이런~ -.-;;; 최종 원고 교정을 볼 때부터, 광화문 네거리에 벌거벗고 선 것 마냥 망신살 뻗치기 전에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갈등으로 고민했습니다. 오랜 갈등 끝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굳이 책을 낸 이유는, 책에도 써두었지만 제게 아주 소중한 어떤 사람에게 했던 약속 때문입니다. 이 책으로 인해 어떤 비웃음을 당한다 해도, 그 사람만은 제 책의 출간을 기뻐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책에도 자기 운명이 있다지요...
장영희 서강대 교수(영문학)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57세. 어제 인터넷에 짤막하게 뜬 부고기사에서 활짝 웃는 그녀의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 그만 울어버렸다. 소아마비와 세 번의 암 판정에도 그녀가 무너지지 않고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제발, 이겨내기를…’하고 바랐는데…. 신문 오피니언 면에 실리는 칼럼 중 내가 유일하게 끝까지 정독했던 칼럼은 그녀의 글뿐이었다. 그녀의 글은 위선도, 위악도 없이 담백했다. 기꺼이 자기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아 글을 쓰면서도 당당했다. 그녀의 수필집 ‘내 생애 단 한 번’을 읽을 때 새삼스럽게 유난히 죽음과 관련된 글이 많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놀란 적이 있다. 유언은 뭐가 좋을지, 천국은 어떤 곳일지, 아버지의 영혼은 어떻게 지내실지…. 죽음을 소재로 글을 쓰..
[중년의 터닝포인트] 김용규씨-벤처기업CEO에서 숲생태 전문가로 Before: 벤처기업 CEO After: 숲생태 전문가, 행복숲 공동체 대표, 농부 Age at the turning point: 39 그의 숲에 가는 길은 멀고 깊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 충북 괴산 행 버스를 타고 내려간 뒤 다시 택시를 타고 숲으로 향했다. 산길에 접어들자 택시 기사는 계속 “어제 세차했는데…”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고,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듯한 비포장 길 앞에서 딱 멈추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이런 차로는 못 가요.” 별 수 없이 내려서 걸어가야 했다. 산 속으로 한참 걷자 산 위쪽 꽤 높은 지대에 나무 집이 보였다. 저런 곳에서 살면 세상 소음이야 들리지 않겠지만…, 그 적요가 부럽다기보다 ‘무섭지 않..
“죽으면 끝. 그동안 즐거웠어요, 신부님.” - 영화 ‘박쥐’에서 - 영화 ‘박쥐’를 보기 직전에 읽어서 그런지, 영화관에 가면서 블로그 이웃인 inuit님이 쓴 한 줄짜리 촌평 의 앞머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여우가 닭 먹는 게 죄야?” 음, 그러니까 ‘박쥐’는 닭 먹으면서 죄책감 느끼는 여우, 죄가 아니라고 우기며 마구 닭을 먹는 여우, (죄의식이 있든 없든) 닭 먹고 사는 여우에게 돌 던지는 사람들, 아니 불쌍한 닭들, 뭐 그런 동물 농장이 무대인갑다…. 신부가 뱀파이어가 되어 친구의 아내를 탐한다는 설정 정도는 미리 알고 있었으니, 닭 먹으면서 죄책감 느낄 여우는 당근 이 신부이겠고, “여우가 닭 먹는 게 죄냐”고 우기는 자는 누구일지 궁금했다. (알고 싶으면 영화를 보시라~~~) 영화를 보는 ..
[중년의 터닝포인트] 윤학 씨- 변호사에서 공연장 대표 겸 잡지 발행인으로 그는 예전에 돈을 많이 벌었던 변호사다. 변호사 일을 접었지만 면허를 반납한 것은 아니니 여전히 변호사인 건 마찬가지다. 그런 그의 인생 전환도 절박한 열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화이트홀 윤학 대표(52)를 만나러 가던 날도 ‘돈이 많은데 뭔들 못하겠나’하는 삐딱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물어보았다. “여전히 변호사인데, 인생을 걸고 방향을 바꾸셨다고 할 순 없지요?” 그가 웃으며 말을 받았다. “인생을 걸고? 아, 너무 비장하시네! 하하하~, 전 여전히 그대로예요. 예전엔 한 사람만 변호했을 뿐이고, 지금은 문화를 통해 다수를 변호하니 그게 좀 달라진 점이랄까.” 커다랗게 웃느라 금세 실눈이 되는 그의 웃..
[중년의 터닝포인트] 최해숙씨- 디자이너에서 소믈리에로 Before: 인테리어 소재 디자이너 After: 소믈리에 Age at the turning point: 35 나이가 들면 사람은 잘 안변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최해숙 씨(43)는 인생의 행로를 바꾼 뒤 얻은 가장 큰 소득 중 하나로 ‘이전과 달라진 나 자신을 발견한 것’을 꼽았다. 안정감 있고 자신만만해 보이는 인상인데, 그는 예전엔 안 그랬다며 손사래를 쳤다. “늘 스스로를 끈기가 없고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해왔어요. 내가 강하거나 악착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길을 바꿔보니 내게 강한 면이 있더라구요. 육체적으로 힘든 일처럼 도저히 할 수 없을 거라고 상상하던 일을 해냈다는 충족감도 커요.” 그에게 인생 전환은 ‘지금까..
마감시간 안 지키면 죽는 줄 알고 살아온 게 어언 십여 년인데…. 난생 처음으로 마감을 어겼습니다. 그저께 [중년의 터닝포인트] 인터뷰 시리즈 한 회를 빠뜨렸습니다. ㅠ.ㅠ 블로그에 연재하고 인터넷 뉴스로 잠깐 떴다 사라지는 시리즈라서 별로 보는 사람이 없긴 합니다만, 어쨌건 이 시리즈 봐주시는 몇몇 분들께는 죄송….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 뜻대로 하는 시리즈이다 보니 느닷없이 몰려온 일의 쓰나미에 치여 그만 펑크가 나버렸네요. 전 누가 ‘쪼아대지’ 않으면 한없이 게을러지는 타율적 인간이라는 자각과 함께, 난생 처음 마감을 펑크 낸 충격에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펑크 내도 안 죽는 구나….하는 놀라움 ^^;) 중년에 길을 바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올 때마다, 조지프 캠벨이 ‘신화의 힘’에서 인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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