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례행사처럼 인터넷 서점마다 올해의 책 선정 투표가 진행 중이다. 나도 연례행사처럼 지난해, 지지난해 '올해의 책'을 골랐다. 올해에도 심심풀이로 내가 좋게 보고 남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들을 골라보다가, 방식을 해마다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이번엔 실망스러운 책도 5편을 골라보았다. (음...제목을 '베스트' & '워스트'라고 써놓고 보니 좀 세다..'워스트'리스트 책을 읽고 감동하신 분들 열받지 마시길...편견에 가득찬 개인의 편견에 가득찬 리스트일 뿐이니~) 새벽의 약속 저자: 로맹 가리 마흔이 훌쩍 넘은 아들이 엄마와의 관계를 돌이켜 짚어보면서 쓴 아름다운 자서전. 서양의 이 끈끈한 모자관계가 우선 놀랍고, 감동적이며, 심지어 웃기기까지 하고, 밑줄을 긋지 않을 수 없는 문장들 천지이니, 뭘 더 바..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 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힘겹게 자갈밭을 헤쳐나가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작은 파도들이 부서지는 소리..
한 사람이 꿈을 품었을 때 얼마나 많은 일이 달라지는가.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도리질을 칠 때, 어떤 사람들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낸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시몬 볼리바르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14, 15일 있었다. 이 오케스트라와 그들의 산파 역을 맡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에 대해서 몇 달 전 우연하게 들을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 그들이 내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그들의 일정을 챙겨보다가 아브레우 박사의 강연회에 가게 되었다. 정작 ‘앙꼬’인 공연은 보지 못한 채 아브레우 박사를 따라다니고 오픈 리허설을 구경한 게 전부이지만, 한 사람의 꿈으로 이렇게 많은 변화가 가능했다는 증언을 듣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래는 아브레우 박사에 대해 끼적거린 글. “오케스트..
함박눈이 야자수와 함께 있는 곳. 이런 길을 또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말로만 듣던 제주 올레길 을 다녀오다.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토요일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종일 눈이 내린단다. 눈보라가 치는 길을 어떻게 걸을까 걱정하면서 출발했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눈덮인 외돌개 산책로를 조금 벗어나니 야자나무가 즐비하게 들어선 산책로가 나타난다. 완전히 다른 나라에 온 것만 같다. 눈을 맞는 들국화와 귤나무. (기억이 맞다면) 범섬을 바라보며 걷는 올레코스. 들국화와 억새 덕분에 이 코스는 가을길 같다. 맑은 날 제주도 걷기 여행도 멋질 테지만, 눈보라가 치던 날 올레길 걷기도 근사했다. 다른 방식으로는 도저히 겪을 수 없는 사계절을 짧은 시간 안에 두루 체험하는 기분이다. 바다의 모양이 이..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어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
금요일 밤. 야근을 끝내고 택시 콜 전화를 수차례 걸어봤지만 소용이 없다. 주변에 빈 차가 한 대도 없다고 한다. 자정이 금방 지났으니 택시 잡기 어려운 시간이긴 했다. 조금 꾸물대다가, 이제 길에 나가면 잡을 수 있겠지, 하고 밖에 나갔는데...찬 바람 부는 거리엔 꽤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었다. 뭐야. 경제도 어렵다는데 술들은 마시는군...빈 택시가 돌아다닐만한 시간까지 기다리려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오며 어쩐지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텅 빈 밤거리가 아닌 게 차라리 나아보였다. 시간을 죽이려고 하릴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다 어떤 이의 홈피에 들렀다. 몹쓸 병마와 싸우며 너무 장하게 버티고 있는 사람이다. 벌써 몇년째인데도 그 모진 고통 속에서 늘 웃는 얼굴인 그녀를 볼 때마다 나는 스..
희망- 판도라는 재앙들로 가득찬 상자를 가져와서 열었다. 이것은 신들이 인간에게 준, 겉으로 보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선물이었고 '행복의 상자'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그때 상자에서는 날개를 단 살아있는 온갖 재앙이 튀어나왔다. 재앙들은 그때부터 돌아다니기 시작했고 밤낮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쳤다. 그러나 상자에서 단 하나의 재앙이 아직 빠져나오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그때 판도라는 제우스의 뜻에 따라 뚜껑을 닫았고, 그래서 그 재앙은 상자 속에 남게 되었다. 인간은 영원히 행복의 상자를 집안에 두고 어떤 보물이 그 안에 들었는지 신기해 한다. 인간은 판도라가 가져온 상자가 재앙의 상자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재앙이 행복의 최대 보물인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인간이 다른 심한 ..
에혀....야근 끝나고 돌아왔으면 컴퓨터 켜지 말고 곱게 잠이나 잘 것을.... 컴퓨터를 켜고 블로그를 보더라도 inuit님이 남기신 댓글에 삐딱한 답글만 달고 말 것을.... 기어이 inuit 님 블로그까지 방문했다가...이런 폭탄 을 떠안을 줄이야....ㅠ.ㅠ 게임 종료 사인인 첫눈이 아직 오지 않았으므로, 그냥 내일로 미루려 했으나 그러면 이 재미난 놀이를 만 하루나 묵혀야 한다는 안타까움에 잠이 오질 않는군요... 별 수 없이 다시 일어나 책장 앞을 두리번두리번.... 책 제목 3개를 이어붙여 전혀 다른 뜻을 만드는 놀이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군요.^^ 새벽에서 황혼까지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미친 뇌가 나를 움직인다 당신은 몇살입니까? (버럭 버전으로) 내 나이가 어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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