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터닝포인트] 최준영 씨- SADI 교수에서 보트 제작자로 Before: SADI (삼성 아트&디자인 인스티튜트) 교수 After: 보트 빌더 Age at the turning point: 37 갑자기 순간이동을 통해 다른 시, 공간에 들어서는 듯했다. 번잡한 대학로 한 복판에 시침을 뚝 떼고 서 있는 30여년 된 낡은 주택. 지하 공방엔 미완성의 배들이 목재의 맨살을 드러내고 누운 채 허공에 떠있는 완성된 배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조로 된 2층의 사무실에 걸린 카약 두 척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날렵했다. “죽은 나무에 정성을 들여 물고기로 만들었더니 다시 살아서 바다를 헤엄치는 장면을 상상해보세요. 멋지잖아요. 배를 만드는 일엔 그런 쾌감이 있어요.” 최준영 씨(41)가 나지막하게 말할 때, ..
# 오전 “~~~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 듣든말든.” 오전에 띠리릭 날아온 메신저. 다 좋은데 끝의 "듣든말든"은 뭐지? 내가 뭘 잘못했나? 왜 그러느냐 물었더니 며칠 전에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내가 씹었단다. 난 받은 기억이 없다. 뭔가 착오다, 내가 메시지를 씹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달랬더니, 분이 좀 풀리는지 대뜸 상대방이 말했다. “몰라! 얼마나 약이 올랐는데!” 달래면서도 한편으로 드는 생각. 대답을 듣고 싶었다면 왜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마는 거지? 내가 안 보면 어쩌려고? 들을 사람이 건너편에 있는지 없는지 확인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노크는 괜히 하고, ‘여보세요’하고 괜히 부르느냔 말이다. # 오후 매주 정기적으로 하는 모임이 있다. 의도하지 않게 내가 좌장(?!)..
[중년의 터닝 포인트] 심바루 씨-외국계 회사 사장에서 종합예술인으로 Before: 사이베이스365 동북아시아 사장 After: 종합예술인 Age at the turning point: 46 심준보 또는 에릭심 또는 심바루 씨(48). 그를 만났을 땐 약간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삶 자체가 무대”라고 주장하면서 그가 쏟아놓은 말들이 너무 솔직한데다 그가 설명해준 자신의 행보도 희한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그가 속내를 기록해둔 싸이 홈피를 보고서야 그의 말을 믿게 되었다는 것을 먼저 고백해야 하겠다. (심바루씨, 죄송.....^^;) AT&T, 워너 브러더스, 노텔, 노키아 등 외국계 회사에서 줄곧 일해 온 그는 2007년 사이베이스365 동북아시아 사장을 마지막으로 20년간의 직장생활을 청산한 뒤 ..
구글리더로 구독하는 후배 블로그에서 글 제목이 "죽었을 때 함께 묻어주세요" 였다. 저 문장을 보는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물건은 '수첩'이었다. 마침 책상 위에 있던 수첩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수첩에 써놓은 온갖 잡다한 망상, 푸념, 이런 걸 남들에게 들킨다고 생각만 해도....끔찍하다. 후배도 나랑 생각이 비슷했던 모양인지, '노트북'을 묻어달라고 할 것같다고... 노트북에 'private' 'personal' 같은 폴더가 있는데 그걸 남들이 보는 게 싫어서란다. 나나 후배나 공통점은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을 무덤에 가져가겠다 생각하는 것인데.... 이게 한 상조회사가 설문조사에서 던진 질문이라고 하는데, 결과가 황당하다.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은 물건 1위가 핸드폰, 2위가 TV란다. ..
이번에 만난 김호 씨는 제 블로그 이웃입니다. (아래 김호 씨 이름에 블로그 링크 걸어두었습니다) 블로그를 관심갖고 보다가 이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인터뷰를 요청했고, 사실은 인터뷰 대상자 중 맨 처음에 만난 사람입니다. 일요일에 귀한 시간을 할애해 그 듣기 좋은 목소리(!)로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제대로 잘 정리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김호 씨 인터뷰를 마치면서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 연설 때 말한 'connecting the dots'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김호 씨만큼 삶에 산재한 경험들을 잘 잇고 통합해낸 사람도 참 드물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와 기업의 위기관리에 대한 김호 씨의 강의를 들어볼 기회도 있었는데요. 강의 참 부러울 정도로 잘..
[중년의 터닝포인트-5] 정한진 씨 - 미학도에서 요리사로 Before: 프랑스 파리8대학 미학 전공 박사과정 After: 요리사 Age at the Turning Point: 40 정한진 교수(47‧ 창원전문대 식품조리과)는 인터뷰 요청을 한사코 거절했다. “내 인생전환은 극적이지 않으니 차라리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겠다”고도 했다. 한번 만나만 달라고 졸라 겨우 만난 뒤에도 계속 그는 매몰차게 거절하지 못한 자신의 성격을 탓했다. 그는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미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던 2002년 진로를 바꿔 요리사가 되었다. 나이 마흔이 되던 해였다. ‘르 코르동 블뢰’ 요리 과정을 수석 졸업한 뒤 한국에 돌아와 요리사로 일했고 지금은 학생들에게 요리를 가르친다. 그는 “인생전환은 결코 멋지고 낭만적인 ..
[중년의 터닝 포인트 4] 엄홍길 - 고산에서 내려와 사람 속으로 Before: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세계 최초 완등 After: 비영리단체 설립, 사회 공헌 활동 Age at the Turning Point: 48 “시간이 남고 돈이 남아 유유자적하게 봉사하는 것 아닙니다. 내가 산에서 목숨을 걸고 한 약속을 지키려는 거예요.” 인터뷰를 하던 날 오전 삼각산에 입춘 산행을 다녀왔다는 산악인 엄홍길 씨(49)의 얼굴엔 봄의 생기가 넘쳐났다.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6좌를 완등한 그에게 540m 높이의 삼각산도 산일까 싶은데, 그는 “사무실 벗어나 산에 오르면 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 비영리단체인 엄홍길 휴먼재단 을 설립해 사회사업을 시작했고 현재 상명대 석좌교수이기도..
[중년의 터닝 포인트 3] 차백성 씨- 대기업 상무에서 자전거 여행가로 Before: 대우건설 상무 After: 자전거 여행가 Age at the turning point: 49 ‘춤추는 사람은 바보/ 구경하는 사람은 더 바보/ 어차피 바보 될 바에/ 춤이나 추세.’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 씨(58)는 갑자기 일본 민속춤의 가사를 읊어주더니 이렇게 말했다. “다 때려치우고 자전거 여행이나 하겠다는 젊은이들을 볼 때마다 말립니다. 도피, 낭만이 동기라면 안 하는 게 나아요. 사람은 누구나 치열한 전장(戰場)에서 싸워보는 경험을 한번은 해야 해요. 나는 전장에서 물러난 게 아니고 내가 만든 새로운 전장에 뛰어든 겁니다. 구경하는 대신 춤추기로 결정한 거죠.” 겨울 끄트머리에 만난 그는 또래보다 한참 젊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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