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운명은 뭐죠?”(포레스트) “그건 네가 알아내야 해.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단다. 뭐가 나올지 모르거든.”(엄마) ―영화 에서 포레스트와 죽음을 앞둔 엄마의 대화― 영화 ‘포레스트 검프’(DVD·파라마운트)에서 포레스트가 한번에 100개라도 먹어치울 수 있다고 자랑하던 초콜릿은 안에 땅콩이나 크림이 든 핸드메이드 초콜릿이다. 신중하게 골라봤자 먹어보기 전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 포레스트의 엄마는 사는 일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인 것 같다. ‘뭐가 나올지 모르는’ 우연한 선택의 연속으로 운명이 만들어진다고 했으니까. ‘매트릭스 3: 레볼루션’(DVD·워너 브라더스)의 예언자 오라클도 포레스트 엄마와 생각이 비슷했다. 그는 올바른 선택 감별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선택이 정말 옳은..
“유바바는 이름을 빼앗아 지배하는 마녀야. 하지만 네 진짜 이름을 잊어버리면 안돼. 진짜 이름을 잊어버리면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게 되니까.” ―에서 하쿠가 치히로에게―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DVD·대원·사진)의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땐, 센과 치히로가 형제나 남매쯤 되는 줄 알았다. 우연히 신들의 온천장에 잘못 발을 들여놓은 10세 소녀 치히로는 온천장을 지배하는 마녀 유바바에게 이름을 빼앗기고 센이 된다. 또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해 유바바의 하수인으로 살던 소년 하쿠는 그를 사랑하게 된 치히로가 이름을 불러주자 자신을 되찾는다. 이름은 스스로 짓는 게 아니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키워드다. 창씨개명처럼 이름을 빼앗는 것은 지배의 요건이고 이름..
“나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의 대변자요. 보통밖에 안되는 사람들의 챔피언이지. 그들의 수호신이라네. …모든 범인(凡人)들이여, 너의 죄를 사하노라!” ―영화 에서 미친 살리에리가 정신병원의 신부와 환자들에게- 벌써 19년 전의 일이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라고 권했던 한 친구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중 누구에게 공감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추천사를 덧붙였다. 그 땐 왜 눈에 모차르트 밖에 들어오지 않았던지. 방정맞은 웃음소리, 잔소리를 퍼붓는 장모를 보면서도 악상을 떠올리는 예술가의 천재성에 대한 기억만 남아 있다. ‘보통 사람’ 살리에리는 안중에도 없었으니, ‘공감을 통한 성향 감별이론’을 따르자면 혹시 내가…천재?! 친구는 별 말 없이 웃..
“익스펙토 패트로눔!”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가 외치는 주문- ‘해리 포터’ 시리즈엔 따라 해보고 싶은 주문이 참 많다. 잠긴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는 ‘알로호모라’, 먼 곳의 물 잔이 내 앞에 미끄러져 오도록 마법을 거는 ‘아씨오’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봤자 ‘머글’(마법사가 아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게으른 몽상을 털고 뒤죽박죽인 가방을 뒤져 열쇠를 찾거나 물 잔을 가지러 일어나는 수밖에 없지만. 영화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DVD·워너 브러더스)에서 해리가 온 힘을 다해 외치던 ‘익스펙토 패트로눔’은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만이 할 수 있는, 패트로누스를 불러내는 주문이다. ‘익스펙토(Expecto)’는 라틴어로 ‘기다린다’, ‘패트로눔 (Patronum)’은..
동아일보 자료사진“사랑에 빠져 행복한 여자는 수플레를 태우지만, 사랑 때문에 불행한 여자는 오븐 불 켜는 것을 잊어버리지.” - 영화 에서 파리의 늙은 요리사가 사브리나에게 - 맞는 말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단 한시도 연인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고 들뜬 마음에 실수 연발이기 쉽지만, 사랑을 거절당해 불행한 사람은 무엇을 해도 무기력하다. 오븐 불 켜는 것은커녕 밥숟가락도 들기 싫어지는 법이다. 영화 ‘사브리나’(DVD·파라마운트)를 본 건 2년 전 미국의 한 대학 도서관에서였다. 사소한 일로 풀이 죽은 채 DVD 열람실에 갔는데 재미있어 보이는 DVD는 죄다 대여 중이었다. ‘그럼 그렇지, 나한테 뭐 좋은 일이 있을라고’하면서 이 오래된 흑백영화를 골랐다. 영화를 보는데 문득 뭔가 좀 이..
동아일보 자료사진“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스윙이 있단다. 배워서는 알 수 없는, 타고난 스윙. 살아가면서 잃어버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걸 찾아야 해.” - 영화 에서 베가번스가 꼬마 하디에게 - 골프를 소재로 한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인 ‘베가번스의 전설’(DVD·20세기폭스)은 참 말이 많다. 좌절했다가 재기하려고 몸부림치는 골퍼 주너(맷 데이먼) 앞에 수호천사처럼 나타난 캐디 베가번스(윌 스미스)는 “그립을 보면 사는 태도를 알 수 있다”는 둥 끝없이 주절댄다. 캐디가 저렇게 설교를 늘어놓으면 산만해서 어떻게 공을 칠까 싶다. 이 영화에서 주너의 경쟁상대로 묘사된 보비 존스, 월터 헤이건은 1920년대 말, 타이거 우즈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던 실제 선수들이다. 영화는 이들의 ‘자신만의 스윙’을 비교적..
동아일보 자료사진 “나는 오늘 남들에겐 다 있는데 나는 갖지 못한 세 가지를 알았다. 내겐 첫사랑이 없고, 내년이 없고, 주사가 없다.” - 영화 에서 동치성의 독백 -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DVD·시네마서비스)가 시작할 때 나오는 야구선수 동치성(정재영)의 독백은 영화가 끝날 땐 이렇게 바뀐다. “오늘, 나에게 없던 세 가지가 생겼다. 내년이 생겼고, 주사가 생겼고, 첫사랑이 생겼다.” 동치성의 태도가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확 달라진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불치병에 걸려 두 달 안에 죽는다고 했던 의사의 진단이 틀렸다는 게 밝혀져서다. 자신이 내년을 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믿어 의심치 않던 동치성은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해 왔던 여자(이나영)와 만나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그녀에 대해 궁금해 하지..
동아일보 자료사진"인생과 풋볼이란 게임에선 1인치가 결정한다. 그 1인치는 도처에 널려 있고, 그것들이 모여 승패, 생사를 좌우한다. …어떤 종류의 싸움이건 죽을 각오가 된 자만이 1인치를 찾아낸다. 내 소원은 그 1인치를 찾다 죽는 것이고, 그게 삶이다." -영화 에서 디마토 감독이 선수들에게- 미식축구 경기를 피 튀기는 전투처럼 묘사한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DVD·워너 브러더스)에서 디마토 감독(알 파치노)이 마지막 시합을 앞둔 선수들을 모아놓고 펼친 일장연설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이 연설은 두 가지를 떠오르게 했다. TV 광고의 유명한 카피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아라’와 미식축구의 전설적 감독인 빈스 롬바르디. 패배자였지만 결국 승리하는 디마토 감독은 1960년대 만년 하위 팀을 이끌고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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