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말은 결핍이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다 담지 못한다. 모든 말은 과잉이다. 차마 전하지 않았으면 했던 것들도 전하게 된다." - 스페인 철학자 호세 오르테가이가세트 - 이름도 낯선 이 철학자의 말을 요즘 통렬하게 절감한다. 항상 일이 벌어져버린 후에야, 누군가가 떠나버린 후에야 깨닫게 된다.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었는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은 전하지도 못했는데.... 그러나 기회는 사라져버렸다. 상대에게 가닿지 못했던 내 마음은, 입안에서 메아리가 되어 저 혼자 떠돈다. 영화 '바벨'을 보다.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떠들다 끝내 탑이 무너져 버렸다는 성경 속의 이야기처럼, 영화 속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서너개의 이야기 마다 정말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가 상황의 핵심..
“패배자가 되면 어떻게 하죠? 아빠는 패배자를 싫어해요…” (올리브) “얘야, 패배자가 뭔지 아니? 지는 게 두려워 아예 도전조차 안하는 사람이야.” (할아버지) - 영화 ‘미스 리틀 선샤인’에서 할아버지와 손녀 올리브의 대화 - 최근에 본 가장 재미있는 영화로 난 주저 없이 ‘미스 리틀 선샤인’을 꼽겠다. (원제가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인데 왜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국내 개봉 제목을 바꿨는지 당최 모르겠다. 국내에서도 어린이 미스코리아 대회를 ‘리틀 미스 코리아’, 라고 부르지 않았었나???) 저예산 영화로 소품 규모인데도 지난해 미국 영화연구소(AFI)등에서 뽑은 ‘올해의 영화 10’ 리스트에 꽤 많이 올랐던 영화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알기 쉽지만, 뭘 원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데미언이 시네드에게 편지를 쓰며 -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다. 시네큐브 광화문의 일요일 오전 10시반 조조 프로그램. 열댓명쯤 보겠거니 했는데 웬걸, 상영시간보다 30분 일찍 갔는데도 줄을 서야 했다. 세상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를 보러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기분이 묘했다. 한때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사회주의적 가치가 옳다고 믿던 때, 그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한동안 ‘내 인생의 영화’였다. 98년인가 그의 영화 ‘내 이름은 조’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던 해, 칸에 있던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단상 앞까지 부득부득 ..
"좀 웃기지 않니? 패션 따위에 신경 쓰기엔 너무 진지하다고 주장하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게?" -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미란다가 앤드리아에게- 이 영화, 한달반쯤 전 독일가는 비행기 안에서 봤다.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제 바쁜 일 손 털고 '난 왜 이렇게 같은 일을 계속해도 여전히 허둥댈까...'그런 생각으로 시무룩해 있던 중, 이 '프라다를 입은 악마'가 생각났다. 뭐, 내게도 악마같은 상사가 있었던 건 아니다. 차라리, 악마 같아도 좋으니 모든 판단을 믿고 위임할 수 있는, 판단이 100% 정확해서 그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 상사가 있었으면....하고 바랄 때가 있다. 물론 비현실적 기대라는 것을 알지만....나 때문에 속터질 내 후배들..
“내 얼굴 까먹으면 안돼요. 고마웠습니다…사랑합니다, 누나!” - 영화 에서 강동원이 사형 당하기 직전에 남긴 말- 사형수 강동원이 처형 당하기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지 않는 유리창 너머에 있는 이나영에게 “사랑합니다. 누나!”를 외칠 때, 객석 곳곳에서 ‘강동원의 누나들’이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형의 공포를 잊으려 애국가를 부르던 강동원의 머리에 복면이 씌워지고 목에 줄이 감긴 뒤, 강동원이 “애국가를 불렀는데도 무섭다”고 울먹일 때, 훌쩍 거리는 소리는 더욱 커졌다. 내 눈에서도 줄줄 흘러내리는 눈물…. 하늘은 왜 하필 저런 꽃미남을 데려가시고…ㅠ.ㅠ. ...................... 이 영화가 주는 것(?)은 이게 전부다. 스러지는 꽃미남에 대한 애닮픔. 소설을 미리 읽어 그..
“나는 언제까지나 엄지손가락만한 꼬마이고, 자라지 않는 난쟁이로 머물렀다…. 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나이에게 내 인생을 맡긴 채 장사꾼이 되어버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 영화 에서 -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이 국내에 개봉된 때는 1988년이었을 것이다. 좀 추울 때였다고 기억하는데, 계절이 가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상영관이 명보극장이었는지, 대한극장 아니면 스카라 극장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몇 년 전 칸 영화제 작품상을 탔고, 원작자가 독일의 비판적 지식인인 귄터 그라스라는 것 정도가 에 대해 내가 알던 전부였다. 영화보다는 영화를 함께 봤던 친구와의 추억이 강렬하다. 노동운동을 하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기로 결심한 친구에게 내가..
“엄마 때문에라도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사오리) “너로서는 그게 당연한 결론이야...하지만 나도 한마디만 한다면, 난 너를 참 좋아한단다” (히미코) - 영화 에서 딸 사오리와 아버지 히미코의 대화 - 참 따뜻한 영화. 행복을 가장하는 가짜 평화 대신 넘어설 수 없는 벽, 불화, 오해, 상실과 갈등을 모두 끌어안고도 온기가 느껴지는 독특한 영화다. 너무 예쁘고 날씬한 남자배우 오다기리 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었던.....역시 꽃미남이 좋긴 좋다.....^^ 27살에 홀몸이 된 엄마를 보고 자란 딸 사오리는 게이 임을 커밍아웃하고 직장과 가정을 버린 뒤 게이바 마담으로 살아간 아버지 히미코를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 돌연 사라진 히미코는 게이 양로원을 차렸고 암으로 죽어갈 때..
"만약 우리가 지금 만났더라도 친구가 됐을까?” - 영화 에서 프래니가 올리비아에 대해 말하며 - 얼마 전 종종 모임을 갖는 여자친구들 6명과 함께 작심하고 레지던스 한 칸을 빌려 ‘도심 MT’를 간 적이 있다. 미국에서 직장을 갖게 돼 먼 길을 떠나는 친구를 환송하는 자리였다. 모두 6명 중 3명은 싱글, 3명은 아줌마다. 아줌마들은 아이들을 다 남편에게 맡겨놓고 들뜬 기분으로 모임에 왔다. 이런 기회를 갖게 된 데 대해 모두 행복해하면서, 함께 밥 해먹고 술 마시고 그동안 참았던 수다를 마구 떨면서 놀았다. 그렇게 밤을 샐 줄 알았다. 그런데... 아침에 스코어를 확인해보니, 싱글 3명은 모두 새벽 2시 안팎에 나가 떨어졌고, 아줌마 3명이서 새벽 5시까지인가 수다를 떨고 먼저 가야 하는 친구 배웅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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