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해서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라오 (If you make a mistake, if you get all tangled up, you just tango on)” - 영화 에서 프랭크가 도나에게 - 몸을 움직여 리듬을 타는 모든 일엔 스텝이 있다. 하다못해 달리기에도 스텝이 있다. 피트니스센터의 트레드 밀에서 뛰는 사람들의 스텝을 보면 대충 ‘달리기 이력’을 짐작할 수 있다. 쿵쾅쿵쾅 요란하게 뛰는 이는 십중팔구 초보자다. 노련한 주자의 스텝은 체중이나 속도에 관계없이 사뿐사뿐 가볍다. 장거리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을 때 발걸음을 ‘3-2-3-2’ 리듬의 호흡에 맞추려고 애를 쓰다 발이 엉킨 적이 여러 번이었다. 스텝이 엉키면? 잠시 멈춰 서서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그런데 ..
“비밀을 하나 말해주지. 너의 신전에선 가르쳐주지 않는 비밀을 말이야. 신은 인간을 질투해. 왜냐면 인간은 죽거든. 인간은 죽을 운명이라서 모든게 아름다운 거야. 당신은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아름다워.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고.”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가 브리세이스에게- ‘트로이’(DVD·워너 브러더스)에서 꽤나 의미심장한 이 대사는 사실 아킬레스의 ‘작업’용 멘트다. 트로이를 침공해 아폴론 신전에서 잡아온 여사제 브리세이스에게 반한 아킬레스는 공포와 분노로 정신을 못 차리던 그녀를 달래며 ‘순간의 아름다움’을 속삭인다. 두 사람의 눈에 전류가 통하는 것도 이 시점부터다. ‘작업’용이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는가만, 다른 사람도 아닌 아킬레스가 ‘지금 이 순간’을 찬양하다니. 이 영화에서 아킬레..
“모든 사람은 섬이다. 나는 이 말을 믿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부의 섬들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섬들은 바다 밑에선 서로 연결돼 있다.” ―영화 가 끝날 무렵 주인공 윌의 내레이션― 영화가 끝날 땐 철이 좀 든 걸까. ‘어바웃 어 보이’(DVD·유니버설)가 시작될 때 윌의 내레이션은 이랬다. “(인간은 섬이 아니라는 말에 대해) 그건 말도 안 된다. 모든 사람은 섬이다. 바야흐로 섬의 시대다. 난 스스로를 꽤 근사한 섬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인간은 섬’이라고 주장하던 38세 바람둥이 독신남의 생각이 ‘섬들이 연결돼 있다’는 결론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전부다. 초반에 윌은 “내겐 그 누구도 의미 없다. 그래서 난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잘난 체’를 ..
-“신발도 없이 어떻게 떠날 건데요?”(제니) -“발이 아프겠지. 아주 많이.”(에드워드) -“여기보다 더 나은 곳도 없소.”(마을주민) -“기대하지 않아요.”(에드워드) ―영화 에서 마을을 떠나는 에드워드와 그를 말리는 주민들의 대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DVD·컬럼비아)에서 고향을 떠난 에드워드가 처음 만난 곳은 신발 벗고 퍼질러 앉아 놀기로 작정한 사람들만 모여 사는 듯한 ‘유령마을’이다. 잔디가 융단처럼 깔려 있고 평화로운 이 마을 주민들은 맨발로 노래하고 춤추며 마냥 행복하다. 마을 입구에는 이들이 벗어던진 신발이 주렁주렁 걸린 줄이 드리워져 있다. 어여쁜 소녀 제니는 에드워드의 신발도 벗겨 줄 위에 던져 걸어놓는다. 그냥 머물러도 될 것을…. 하지만 에드워드는 “나는 어디에도 정..
-“복권 당첨자와 전신마비 환자를 관찰한 연구 결과, 닥친 상황은 극과 극인데 6개월이 지난 뒤엔 모두 본래 성격으로 돌아가더래. 명랑한 사람은 장애인이 돼도 명랑하게 살고, 꼬여 있던 인간은 부자가 되어도 뒤틀린 인간으로 살더래.” (제시) -“그럼 난 평생 우울하게 살겠네?”(셀린느) -“당연하지.”(제시) -영화 에서 제시와 셀린느의 대화- 9년 만에 만난 과거의 연인 제시와 셀린느. 그들은 어떻게 됐을까. ‘비포 선셋’(DVD·워너브러더스)은 그들이 ‘어떻게’ 되기 직전에 끝난다. 셀린느는 말로는 제시에게 “이러다 비행기 놓치겠다”고 채근하면서도 유혹하듯 춤을 추고, 제시는 공항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영화는 거기서 끝이다. 하지만 80분 동안의 수다로 드러난 이들의 성격에 사람은 좀처..
"사랑은 모든 걸 이긴다. 시련 뒤에 기쁨이 있고, 신념은 산도 움직인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이 있는 법…. (코웃음을 치며) 흥! 말이야 참 좋지.” ―영화 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에일린의 마지막 내레이션 - 오랫동안 완치되지 않는 질병을 되풀이해 앓는 사람이 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병이 도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안타깝지만 마땅한 위로의 말이 생각나질 않아 “앞으론 괜찮아질 거야”를 반복하던 내게,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해”하면서 시니컬하게 덧붙였다. “더 나빠질 수가 없거든. 이제.” 바닥을 쳤으니 올라갈 일만 남지 않았느냐는 말이 입 안에서 맴돌았지만 그냥 삼키고 말았다. 그건 바닥까지 떨어져보지 않은 사람들이나 하는 말일는지도 모른다. 기어 올라가다 몇 번씩 다시 떨어지면 그 바닥은 점점..
“현실을 봐, 슈렉. 넌 괴물이야. 그녀를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녀를 놔줘." ―에서 요정 대모가 슈렉에게- 뜨끔한 말이다.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녀의 행복을 위해 그녀를 놓아주라니. 괴물인 너와 온갖 지리멸렬한 궁상을 함께 겪자고 그녀를 괴롭히지 마라, 그녀가 너 없이도, 아니 네가 없으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충고다. 자기 자신 혹은 사랑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사랑하는 것이 진실한 길이라는 조언 같지 않은가. ‘슈렉 2’(DVD·CJ엔터테인먼트)에서 ‘해피 엔딩’ 전문인 요정 대모가 슈렉에게 ‘그녀를 놓아주라’고 설득할 때, 그 할머니의 속셈이 슈렉을 없앤 뒤 애지중지하는 자기 아들을 피오나 공주와 결혼시키려는 것만 아니었다면 맞는 말이라고 고개를 끄덕거릴 뻔했다..
“옳은 일을 하려면 가끔 가장 원하는 일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어요. 꿈까지도.” ―영화 에서 스파이더 맨이 악당 옥토퍼스 박사에게 ― 평범한 대학생 피터 파커가 거미인간으로 변해 세상을 구하는 영화 ‘스파이더 맨 2’ (DVD·컬럼비아 트라이스타)에서 이 말은 전혀 다른 뉘앙스로 두 번 쓰인다. 한 번은 영화 후반부, 스파이더 맨이 옥토퍼스 박사에게 초능력을 포기하라고 설득하는 장면에서다. 괴력의 문어 팔을 달고 악행을 일삼던 옥토퍼스 박사는 설득에 감복해 자신이 만든 핵융합 에너지 제조 시설을 껴안고 자폭하는 길을 선택한다. 또 한 번은 이보다 앞서 스파이더 맨 ‘폐업’을 결심한 피터에게 숙모가 영웅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장면에서다. 어찌 보면 2편은 1편에서 청년기를 보내고 이제 중년의 위기를 맞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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