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치료를 공부하는 동생이 밀가루 반죽을 조물조물 만져서 청바지를 만들어왔다. 무릎 접히는 부분의 뒷 주름까지 어쩜 이렇게 잘 만들었는지. 역시 청바지는 뒤태~ 내친 김에 오븐에 구웠더니, 물 잘 빠진 빈티지 청바지의 느낌. 게다가 고소한 빵 냄새가 난다. 청바지 엉덩이에 코를 박고 냄새 맡는 나를 보더니, 장난기가 발동한 동생이 이걸 써먹을 방법을 생각해냈다. 똥꼬 명함꽂이 완성! 똥침 놓는 기분으로 명함을 꽂으며 놀 수도 있고, 심심하면 고소한 엉덩이 냄새 (엥?)도 맡아주고~ 룰루랄라~~~ 엽기적인 그녀가 이렇게, 또 요렇게, 말짱한 전시회를 했다는 것은 말하지 않겠다. ^^
나는 위로의 말에 서툴다. 상가에 가면 뭐라 말해야 할지 늘 난감하다. 위로를 받는데도 서툴다. 내가 상주가 되었을 때에도 사람들이 와서 위로의 말을 건넬 때마다 뭐라 대답해야 할지 줄곧 민망했다. 아무 말 없이 손을 잡아주거나 어깨를 두드리던 사람들이 그냥 대하기 맘 편했다. 위로를 주고받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건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예전에 알고 지내던 이 중에 늘 주변 사람에게 잘 대하고 잘 웃던 사람이 있었다. 그가 언젠가 상가에서 위로의 말을 하려고 상주의 손을 잡았는데, 사람들을 만나면 늘 하던 버릇대로, 자기도 모르게 웃고 있더라고 했다. 그런 자신을 그 사람은 오래 싫어했다. 위로의 말이 얼마만큼 위로가 되는지는 위로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
슬프다...시간의 무정함.
백만 년만의 잡담 포스팅. # 2월말에 집안을 발칵 뒤집어놓는 공사를 했는데, 젤 맘에 드는 건 이 액자를 제자리에 걸어둘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34일간 걸어간 끝에 산티아고에서 받은 순례자 증서. 졸업사진이고 상장이고 예전 결혼사진이고 뭐고 오로지 나하고만 관련된 걸 내 손으로 액자에 넣어 벽에 붙여본 건 머리털 나고 처음이다. 컴퓨터 스크린을 들여다보느라 눈이 아파질 때마다 고개를 들어 저 액자를 본다. 4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액자를 볼 때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구불구불한 길. 사방을 둘러봐도 풀과 나무 뿐인 평원에서부터 자궁처럼 깊은 숲길까지. 언제 다시 갈 수 있게 될까. 잊지 못할 길. 지금도 늘 걷고 있는 길. # 이번에 공사 하면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20권씩 포장한 책 11박스를 팔았다..
# 조만간 집 공사를 해야 해서 밤마다 짐 정리 중이다. 살고 있는 집에서 하는 공사라, 미리 짐 치워놓는 게 큰 일이다. 오늘 밤까지 6단 짜리 책장 4개를 죄다 비우는 일을 마쳤고, 책장 위에 올려놓고 잊고 있던 온갖 파일노트들을 끌어내려 전부 버렸다. # 오늘 버린 파일 노트는 모두 40권. 93년부터 2001년 미국 연수를 가기 직전까지 내가 쓴 기사를 정리해뒀던 것이다. 93년 이전, 그리고 연수를 다녀온 뒤론 스크랩을 하지 않았다. 양면 40쪽 짜리 파일 노트니까 모두 1600 페이지. 9년간이라 치면 1년에 178건, 평균 이틀에 한 건씩 기사를 쓴 셈. 93년 2월부터 2001년 6월까지이니 기간을 정교하게 계산하면 이틀에 한 건 이상일테고, 아무튼 기사 적게 쓰고 밥 축내며 놀진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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