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되고 싶어. 너처럼 강인할 수 있다면, 너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면, 아니 다른 무엇보다, 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춤추게 만들 수 있다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나 번번이 거절 당하던 유약한 왕자가 꿈 속에서 선망한 백조. 강하면서 아름답고, 가볍게 날아오르면서도 압도적인 힘이 넘치는 사내. 백조는 죽음으로 달려가던 왕자를 가로막아 삶을 향해 돌려세우지만, 사랑을 향해 내밀던 왕자의 손을 조롱한다. 끝내 나는 네가 될 수 없듯, 왕자는 살아서 그가 될 수 없었다. 백조처럼 강해지고 싶고, 사랑 받고 싶었던 유약한 청년의 꿈은 죽음으로써만 성취될 수 있었다. 이야기에서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외디푸스 콤플렉스, 동성애적 코드보다, 내게는 이 무용이 끝내 가닿..
우연히 보게 된 TED 강연. 보스턴필 지휘자 벤자민 젠더가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 열정적이고 코믹하며 마음 찡한 (20분짜리 동영상에 이게 다 들어있다는 게 참 신기한) 프리젠테이션이다. 그가 중간에 쇼팽을 연주해줄테니 어떤 상태로 들어보라는 주문을 하는데, 꼭 그대로 따라 해보시라. 그를 따라 울다 웃다 하며 나같은 문외한도 클래식 음악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으니! 알고보니 꽤 오래 전 업로드된 강연이고 웹에선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 완죤 뒷북이지만...언제는 안그랬나 뭐....=3=3
며칠 전 어머니가 새벽차를 타고 서울에 오셨다. 병원 검사 결과를 보러 오신 거였지만 엄마는 이 참에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 수다 떨고 놀 수 있겠다고 들떠 계셨다. 오후 5시 넘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몸이 갑자기 좀 안 좋으신 것 같아서 곧장 밤차로 고향에 내려가셔야 할 것 같다고, 밥을 해놓고 갈 테니 와서 먹으라고 하신다. 그깟 밥, 필요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어서 가시라고 말하다가 좀 속이 상했다. 밥을 챙기고 걱정해 줘야 할 사람은 난데 왜 엄마가… 늦게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끓여놓은 찌개와 밥 냄새가 집 안에 낮게 퍼져 있다. 냉장고를 열자 탄성이라고도, 한숨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짧은 기운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병원에 다녀와 오후 내내 반찬을 만드셨는지 없던 멸치고추볶음이며 오이..
지붕킥이 끝났다……. 충격적 결말로 인한 놀라움과 동시에 나의 겨울을 함께 견디어준 지붕킥을 보내는 서운함 때문에 오늘까지 마감하기로 약속한 일도 눈에 잘 들어오질 않는다. 결말에 무척 놀랐고 김병욱 PD가 관습적이지 않은 마침표 찍기에 너무 골몰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황당하진 않았다. 되레 오래 아팠던 문제들을 건드리는 바람에, 아무리 서운해도 눈물을 펑펑 쏟으며 마지막 회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세상이 호의적일 거라고 턱없이 믿었던 아주 오래 전에는, 너무 좋아했던 사람과의 결과가 함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게 될 거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너무 갑작스러워 황당하기까지 한 방식으로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날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몇 년이 지난 뒤에도 ‘그때 ~..
얼마 전 집에서 큰 길 건너편 이면도로의 오래된 떡집이 문을 닫고 공사를 하는 걸 보았다. 내부수리를 하는 줄 알았는데, 며칠 뒤 그 자리엔 떡집 대신 중국음식점 간판이 내걸렸다. 떡집이든 중국집이든 내가 자주 들락거릴 가게들도 아니고 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며칠 지나도록 그 근처를 지날 때마다 사라진 떡집이 계속 눈에 밟힌다. 뭐랄까, 이 삭막한 시가지를 그나마 ‘우리 동네’라고 느끼게 해주던 지표 하나가 사라져버렸다는 서운함이랄까.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다. 난 떡을 좋아하지도 않고, 그 가게의 단골 고객도 아니었는데, 뭐가 서운하다는 거냐고…. 사라진 떡집은 내가 이 동네로 이사 온 5년 전에도 이미 낡고 오래된 가게였다. 구력이 최소 20년은 넘어보였다.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신식 떡..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가 길가에 핀 봉숭아 꽃잎을 따와 봉숭아물을 들였다. 어릴 때 봉숭아물을 들여 아주까리 이파리로 감싸고 실로 꽁꽁 싸맨 뒤 자고 일어나면 손톱에 예쁘게 물이 들었던 기억이 그 시절의 자질구레한 다른 일들과 함께 되살아나 괜스레 가슴까지 콩닥콩닥해가면서. 봉숭아 꽃잎을 빻아 백반과 섞어야 하는데 집엔 백반이 없었고, 밤에 사러 나가기도 그렇고, 결국 백반 대신 식초와 소금을 섞어 (왜냐고 묻지 마시라. 나도 모른다) 물을 들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손톱엔 슬쩍 기운만 비치고 말았는데 주변 손가락 살이 더 진하게 물들었다. 이건 뭐 로맨틱한 기억을 다시 살아보기는커녕 김장 담그다말고 온 손 형국이로세. -.-;; 혹시 지울 수 있나 궁금해 뭘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는 네이버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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