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Solo le pido a Dios)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의 노래 하느님에게 빌 뿐입니다. 내가 고통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충분히 일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한, 텅 빈 채 홀로 누운 마른 주검이 되지 않도록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불의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맹수의 발톱이 내 운명을 할퀴고 간 다음 다른 뺨을 다시 얻어맞는 일이 없도록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전쟁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전쟁은 거대한 괴물이고 강한 군홧발입니다. 순진무구한 사람들만 짓누릅니다.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내가 거짓에 무심하지 않게 하소서. 배신자가 여러 사람보다 더 큰 힘을 행사할 때 여러 사람들이 이를 쉽게 잊지 않게 하소서. 하느님께 빌 뿐..
붓다 브레인 - 릭 핸슨 & 리처드 멘디우스 지음, 장현갑.장주영 옮김/불광 나는 깨달음, 명상 같은 단어들에 약간 거리감을 느끼는 터라, 어쩌다 한 번씩 참석하는 독서 모임에서 고른 책이 아니었더라면 '붓다 브레인'을 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를 어쩌지 못하고 절절 매던 때, 명상에 관심을 쏟은 적이 있었지만 도무지 몸에 붙지 않아 관뒀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책들도 한 때 탐독하다 흥미를 잃었다. 버트런드 러셀은 "승려가 종교에 귀의한 덕분에 누리고 있다고 믿는 행복은, 그가 어쩔 수 없어서 도로청소부가 되었더라도 누릴 수 있었던 행복에 불과하다"고 썼다. 규칙적 수도생활에 쫓겨 자신의 '영혼'을 잊어버린 덕분에 행복해질 수 있었을 거라는 거다. 나는 이 말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
내 청춘의 감옥 - 이건범 지음/상상너머 지금 들으면 넋 나간 소리 같지만, 한 때 나는 학생운동을 하다 붙잡혀 징역을 산 '빵잽이'(전과자를 부르던 속어)에 대한 기묘한 열등감에 시달린 적이 있다. 이 책의 저자 말대로 80년대 학생운동에 뛰어든 20대에게 징역은 "스스로 기득권을 포기한다는 낙인을 찍고 존재를 갈아타는 환승역"이나 마찬가지였다. 내게도 그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이 뒤꽁무니에 붙어 다녔는데, 어찌어찌 별 탈 없이 20대를 넘겼다. 기득권을 포기하지도 않았지만, 고 채광석 시인의 말마따나 '앓아 누운 사람들 사이에 따라 누워 신음 소리만 흉내 내다' 말았다는 죄책감과 열등감도 오래 잊히지 않았다. 저자는 그처럼 내가 경외를 품고 바라보던 '빵잽이'였다. 저자 이력을 보면 경외감은 더 ..
소설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를 만났습니다. 세상에 소설가는 차고 넘치지만, (좁디 좁은 제 식견을 감안하여도) 이 분만큼 "이야기꾼"이 썼다는 느낌이 든 소설은 오래간만에 봅니다. 잔뜩 설렌 김에, 정유정 작가를 두 차례 만나 제 책 '내 인생이다'에 실은 인터뷰를 독자 서비스 차원 (^^;)에서 전문 게재합니다. 꽤 길어서 접었습니다. ---------------------------------------------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정유정: 간호사에서 소설가로 1980년 5월, 시가전이 벌어지던 광주에 공수부대가 진입하던 날이었다. 방 10개가 주르륵 붙어있던 기다란 한옥에서 하숙을 하던 대학생과 어른들은 출정식이라도 하듯 마당에 함께 모여 번개탄을..
“아빠보다 더 큰 어른이 되면 아빠를 패주고 싶어요.” 이 한 마디를 읽는 순간, 움찔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이를 만난 상담원의 이야기를 자세히 청해 들었다. 열 살 민수(가명)의 머리엔 500원짜리 동전만한 크기의 원형탈모가 있다. 한 달 전쯤 아버지에게 막대기로 심하게 맞은 뒤 생겼다고 한다. 민수가 아버지에게 맞기 시작한 건 네 살 때부터다. 멀쩡한 직장인인 아버지는 거의 매일 술에 취한 채 귀가해 아들과 아내를 때렸다. 6년 넘도록 두들겨 맞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아이의 마음이 온전할 리 있을까. 민수는 학교에서도 수업 도중 갑자기 나가버리는 건 예사고 눈에 살기가 가득한데다 입이 험해 친구가 없다. 유일한 낙은 좀비를 죽이는 온라인 게임이다. 민수는 절대..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에 열광하는 사람과 장안의 화제인 그 두 TV 프로그램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만났다. 오랜 친구인 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A: 백청강 정말 대단하지 않아? 걔가 이기니까 기분 좋더라. 그럴 거라 예상은 했지만. B: 흑룡강은 알겠는데 백청강은 또 뭐냐? A: ……농담이라도 어디 가서 그런 소리 마. 돌 맞을라. ‘위탄’ 안 봐? ‘나가수’는? B: 안 봐. ‘나가수’로 뜬 임재범 노래는 나중에 들었지. 잘하대. 근데 꼭 그런 서바이벌 게임을 해야 해? 나는 정말 싫던데. A: 서바이벌 게임이야 형식일 뿐이고 사람들이 노래를 좋아하니까 그 자체로 즐기는 거지. 워낙 잘하잖아. B: 그럼 노래만 즐기면 되지 옥주현이 나올 자격 있네 없네 트집 잡는 이유는..
"내가 오늘 한 가지 일을 하고 내일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가능한 세상. 아침에는 사냥을 하고 오후에는 고기를 잡으며 저녁엔 소를 사육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에는 비평을 할 수 있는 세상." - 칼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 마르크스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세상. 요즘 이 말을 종종 생각한다. 지난 해 쓴 책에서도 마르크스의 말을 인용하면서 나는 이렇게 덧붙였다. ".....비현실적인 아마추어로 살자는 거냐고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이 말을 한 가지 직업의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자신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골고루 하면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마르크스의 이상이 사회적으로 현실화되긴 어렵더라도, 개인의 차원에서는 삶을 일에 꿰어 맞추는 대신 일을 삶에 통합하..
“나는 들짐승이 자기 연민에 빠진 것을 본 적이 없다. 나뭇가지에서 얼어붙어 떨어지는 작은 새도 스스로를 동정하진 않는다.” - D.H. 로렌스 - 꽤 알려진 작가가 최근 펴낸 여행에세이를 겨우 다 읽다. “글쓰기 생각쓰기”를 쓴 윌리엄 진서는 “여행기가 어려운 것은 프로든 아마추어든 작가들이 대부분 이 분야에서 자신의 최악의 작품을, 나아가 한마디로 끔찍한 작품을 써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이 에세이를 읽고 그 말에 공감했다. (이렇게 안 좋게 봐서 차마 책 제목을 쓰진 못하겠다.) 더불어 나도 여행에세이 나부랭이를 출판한 전력이 있는 터라 도둑이 제 발 저리듯 ‘내 책도 남들이 읽으면 이렇게 진부하겠지’ 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워쩔…… 위에 적은 시는 에세이에 인용된 문구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스티브 잡스
- 서경식
- 책
- 사랑
- 인터넷 안식일
- 인생전환
- 김인배
- 엘 시스테마
- 산티아고
- 김진숙
- 터닝포인트
- 제주올레
- 몽테뉴
- 여행
- 조지프 캠벨
- 영화
- 중년의터닝포인트
- 차별
- SNS
- 세이브더칠드런
- 블로그
- 단식
- 글쓰기 생각쓰기
- 김현경
- 페루
- 1인분
- 알라딘 TTB
- 다문화
- 인류학
- 중년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