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개발단체에서 일하기 시작한 뒤 가끔 지인들이 자녀에게 개발도상국 아이와 1대1 해외결연을 맺게 해주고 싶다며 방법을 문의해오곤 한다. 왜 자녀에게 해외결연을 권하는지 이유를 물으면 의외로 이런 대답이 꽤 많다. “우리 아이가 자신은 얼마나 좋은 환경에 운 좋게 태어났는지 감사하는 마음을 갖도록 일깨워주고 싶다.” 한 번은 개발도상국의 5세 미만 영유아가 예방하기 쉬운 질병으로 얼마나 어처구니없게 목숨을 잃는지 설명하는 거리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한 여성이 아이의 손을 잡고 다가와 내가 건넨 전단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봐, 여기는 이렇게 아이들이 죽잖아. 그런데 너는 이렇게 편하게 살고 부족한 거 하나 없는데 공부를 안 해? 부끄럽지 않아?” 자녀가 매사에 감사하는 습관을 갖길 바라..
어제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보고 반복해서 보고 듣는 노래. 예전에 메르세데스 소사가 혼자 부른 버전, 존 바에즈가 혼자 부른 버전을 각각 들어 봤지만, 둘이 함께 부른 이 버전이 제일 좋다. 굉장한, 멋진 언니들! Gracias A La Vida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dio dos luceros, que cuando los abro, Perfecto distingo lo negro del blanco Y en el alto cielo su fondo estrellado Y en las multitudes el hombre que yo amo. Gracias a la vida que me ha dado tanto. Me ha dado el oÃ..
내가 일하는 구호개발단체의 영국 본부는 1주일에 한 번씩 전 세계 스태프들에게 단체가 일하는 인도적 지원 현장의 최근 소식을 보내준다. 처음엔 재해와 분쟁으로 인한 재난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에 기가 질렸다. 단체에서 일한 4년 간 본부가 인도적 지원 활동가를 파견한 지역이 50곳 이하로 떨어진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라이베리아에서 홍수가 난 네팔에 이르기까지 71곳의 재난 현장에서 활동가들이 일하고 있다. 고작 한 단체가 일하는 재난 현장이 이럴진대 전체는 오죽할까. 재난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말을 곧잘 듣는데 그 말은 틀렸다. 규모와 세기, 벌어진 일과 벌어질 일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이미 재난은 일상이다. 인도적 지원 현장 소식에는 재난 자체보다 덜 중..
이런 질문에 답해보자. 지적 장애가 있는 열한 살 아들을 곧잘 때리던 아버지가 계속 강제로 아들의 성기를 만졌다. 이건 애정표현인가, 성폭력인가? 이런 질문도 생각해보자. 가출을 일삼던 열네 살 딸을 설득하던 아버지가 목검으로 딸을 때렸다. 이건 훈육인가, 학대인가? 최근 아동학대와 성폭력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판결을 보면서 통념에 은폐된 폭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아들의 성기를 만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아버지에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나이, 성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행위, 장소의 공개성, 현재 우리 사회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아들에 대한 애정의 표시로 보일 뿐”이란 이유에서다. 이 사건은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가 아버지의 추행..
요즘 아이들이 게임, 인터넷에 빠져 놀 줄 모른다고들 개탄하지만 그건 어른들의 오해다. 내가 일하는 단체가 최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아동 삶의 질 조사’에서 두드러진 결과 중 하나는 아이들에게 골목길, 놀이터처럼 또래와 노는 공간이 매우 중요하다는 거였다. 아이들은 마을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주변에 놀 곳이 없다, 으슥한 골목길, 안전하지 않은 놀이터’를 꼽았다. 반면 마을에 대한 긍정적 인식에서 가장 자주 거론된 요인도 놀이터였다. 연구진의 예상 이상으로 아이들은 놀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놀이터는 공터 이상의 의미, 동네를 안전하게 느끼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점점 더 아이들이 놀 곳이 사라져간다. 놀이터에는 철조망이 둘..
“대학 갓 졸업한 사회복지사들이 태반인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에게 국가의 일을 떠맡겨놓고 아이가 죽으면 책임을 묻지요. 전국에 375명뿐이에요. 이 숫자, 너무 가혹하지 않습니까?” 경기도 한 도시의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은 울먹이며 내게 물었다. 그 375명 중의 한 명인 상담원 박 아무개(27)씨는 최근 사표를 냈다. “죽도록 일해서 얻은 건 자부심은커녕 병밖에 없습니다. 입사 6개월 만에 그만두는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나지만 더 이상은 감당 못 해요….” 그는 사표를 낸 다음날도 오전 6시에 출근해 밤늦도록 현장조사를 다니느라 4시간밖에 못 잤다고 했다. 그가 일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 6명은 현재 1인당 60건 이상의 아동학대사례를 맡고 있다. 요즘 신고가 급증하여 1주일에 20건 가까운 신규 접수..
요즘 매일 읽는 오에 겐자부로의 글. 성급히 뛰어내려 다가갔다가 화가 나서 떠나버리는 부인보다, 자기가 할 일을 찾아 끝까지 지켜보고 있던 소녀의 방식을 기억하기 위해. (지적 장애를 지닌 42살 장남 히카리가 보행훈련을 하다가 넘어진 뒤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보다 훨씬 무거운 아들을 안아 올리느라 애쓰던 상황을 설명한 뒤) "자전거를 타고 온 나이 지긋한 부인이 뛰어내리더니 "괜찮아요?"하고 말을 걸면서 히카리의 몸에 손을 댔습니다. 히카리가 가장 바라지 않는 일은, 낯선 사람이 자기 몸을 건드리는 것과 개가 자기를 보고 짖는 것입니다. 이럴 때 저는 자신이 에부수수한 노인이라는 것을 알지만, 우리를 그대로 내버려두어 달라고 강력하게 말합니다. 그 사람이 화가 난 채 가버린 후, 저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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