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되고 싶어. 너처럼 강인할 수 있다면, 너처럼 날아오를 수 있다면, 아니 다른 무엇보다, 너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춤추게 만들 수 있다면.....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보다. 어머니의 사랑을 갈구하나 번번이 거절 당하던 유약한 왕자가 꿈 속에서 선망한 백조. 강하면서 아름답고, 가볍게 날아오르면서도 압도적인 힘이 넘치는 사내. 백조는 죽음으로 달려가던 왕자를 가로막아 삶을 향해 돌려세우지만, 사랑을 향해 내밀던 왕자의 손을 조롱한다. 끝내 나는 네가 될 수 없듯, 왕자는 살아서 그가 될 수 없었다. 백조처럼 강해지고 싶고, 사랑 받고 싶었던 유약한 청년의 꿈은 죽음으로써만 성취될 수 있었다. 이야기에서 선명하게 도드라지는 외디푸스 콤플렉스, 동성애적 코드보다, 내게는 이 무용이 끝내 가닿..
저는 제 가치의 리스트에서 '친절함'을 제일로 꼽고 싶습니다. 몇 년 전 한 러시아 작가가 세계2차 대전의 소련에 대해 쓴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 어느 한 지점에서 작가는 어떤 인물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합니다. "실제로, 사회체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는 있어. 사회주의나 자본주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 (...) 이어서 그가 던진 말은 "우리 삶에서는 친절함이 전부"라는 것이었습니다. (...) 친절함, 관대함, 착함, 타인에 대한 감수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들의 눈을 통해 세계를 보는 것. 때로 당신은 이렇게 말할지 모릅니다. '이게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야'라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은 타인이 그 문제를 어떻게 보는 지도 생각해야 합니다. 나는..
우연히 보게 된 TED 강연. 보스턴필 지휘자 벤자민 젠더가 들려주는, 클래식 음악과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 열정적이고 코믹하며 마음 찡한 (20분짜리 동영상에 이게 다 들어있다는 게 참 신기한) 프리젠테이션이다. 그가 중간에 쇼팽을 연주해줄테니 어떤 상태로 들어보라는 주문을 하는데, 꼭 그대로 따라 해보시라. 그를 따라 울다 웃다 하며 나같은 문외한도 클래식 음악과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으니! 알고보니 꽤 오래 전 업로드된 강연이고 웹에선 널리 알려진 내용이라 완죤 뒷북이지만...언제는 안그랬나 뭐....=3=3
며칠 전 어머니가 새벽차를 타고 서울에 오셨다. 병원 검사 결과를 보러 오신 거였지만 엄마는 이 참에 오랜만에 딸들과 함께 수다 떨고 놀 수 있겠다고 들떠 계셨다. 오후 5시 넘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버지 몸이 갑자기 좀 안 좋으신 것 같아서 곧장 밤차로 고향에 내려가셔야 할 것 같다고, 밥을 해놓고 갈 테니 와서 먹으라고 하신다. 그깟 밥, 필요 없으니 더 늦기 전에 어서 가시라고 말하다가 좀 속이 상했다. 밥을 챙기고 걱정해 줘야 할 사람은 난데 왜 엄마가… 늦게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끓여놓은 찌개와 밥 냄새가 집 안에 낮게 퍼져 있다. 냉장고를 열자 탄성이라고도, 한숨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짧은 기운이 입에서 새어 나왔다. 병원에 다녀와 오후 내내 반찬을 만드셨는지 없던 멸치고추볶음이며 오이..
“……역시 ‘책과 사람’의 연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만, 초등학교 5학년 후반부터 도서위원으로 임명되어 활동한 것입니다. 도서위원이 되어보니 도서실의 열람 카드에 적혀 있는 이력을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열람 카드에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사람이 여러 시기에 읽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책을 읽은 날짜가 정확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해가 1956년이니까, 그 이전 40년대의 학생들, 더 올라가 전쟁 중의 학생들, 아니 전쟁 전의 학생들 기록까지 전부 남아있었지요. 1941년 6월12일 《에밀과 탐정들》,1932년 3월4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라는 기록이 거기 남아 있었어요. 필적까지 그대로 말입니다. 이것이 너무나 신기했어요...
"2003년 그는 스파이였고,2009년 그는 스파이가 아니다. 그때 그의 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 다큐멘터리 영화 '경계도시2'에서 - 영화를 보고 1주일쯤 지난 뒤 위의 내레이션을 찾고 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던 대사와 달랐다. 엉뚱하게도 내 머릿속에는 위의 내레이션이 "그때 우리는 과연 무슨 짓을 한 것일까"로 남아 있었다. 그의 죄보다는 우리의 죄로 더 선명하게 마음에 남은 영화라서 그랬던 걸까. 이 영화를 볼지 말지 한참 망설였다. 2003년 입국한 송두율 교수가 북한 조선노동당 서열23위 김철수냐 아니냐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해방이후 최대거물간첩'딱지를 붙이더니 급기야 가짜교수의혹까지 제시하며 미친 듯 몰아붙이던 검찰과 언론의 마녀사냥이 못마..
“잘 생각해봐. 소중한 추억이나 중요한 순간에, 혼자였어?” ('인 디 에어' 주인공 라이언이 결혼을 망설이는 매제에게) 이 영화, 이렇게 쓸쓸할 줄 몰랐다. 지난 주말에 마감해야 할 일로 며칠 내리 밤을 새면서, 손을 털면 가장 먼저 할 일로 찍어둔 게 ‘인 디 에어(Up In the Air)’를 보는 거였다. 내 눈엔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남자 조지 클루니가 2시간 내내 나온다니, 절대 놓칠 수 없는 영화다. 극장에 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이 얼마만의 일이던가! ‘해고 전문가’라는 희한한 직업을 갖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라이언은 1년에 322일을 여행하면서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기내 조명, 공항의 싸구려초밥에서 안정을 느끼는 남자다. 배낭을 무겁게 하는 온갖 관계, 소유물들을 다 태워버리고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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