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하던 방송을 그만둔다고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논란으로 인한 도덕성 문제가 가라앉지 않아서다. 안타깝게 되었다. 하지만 일이 너무 커져서, 정지영씨가 관둔다고 이 일이 잠잠해질까 싶다. 출판사도 수습에 나섰다. 18일 이후 출간되는 모든 '마시멜로 이야기'에 전문번역자 김경환 (본인이 출판사에 요청한 가명이다)씨와 정지영 씨 이름을 공동기재하겠다고 한다. 기재방식은 김경환 씨의 이름이 앞에, 정지영 씨 이름이 그 뒤에 나가는 방식이다. 이름의 순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습, 진작 했어야 했다. 해결책이 되기엔 너무 늦었다. (13일자 포스트 '마시멜로 이야기 논란 을 보고' 를 참조하시길.....) 다음 카페에서 '마시멜로 이야기'에 ..
밀리언셀러 ‘마시멜로 이야기’의 실제 번역자가 아나운서 정지영 씨인가 아닌가를 두고 한동안 시끌시끌했다. 출판사인 한경BP가 12일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라면서 정지영 씨와 독자에게 사과한다고 수습을 시도하고 나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느낌이다. 정지영씨도 자신이 진행하는 생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언급했다. 이 정도 선에서 사태를 덮으려는 태도다. 출판사인 한경BP가 얼마나 곤란할지는 짐작이 되지만, 나는 “대리번역이 아니라 이중번역”이라는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고, 정지영 씨를 더 곤란한 처지에 몰아넣는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가 이중번역을 맡기게 될 때는 대개 전문번역자에게 먼저 번역을 맡겼는데 그 뒤 마케팅하기 좋은 ‘스타급’ 이름을 지닌 번역자 섭외가 성사..
최근 ‘멋진 신세계’를 경험하게 해준 책을 꼽는다면, 난 주저없이 을 들겠다. 후루룩 국수먹듯 쉽게 넘어가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시간을 들여 집중한다면 그만큼 값진 발견을 할 수 있다. 상당히 두껍고, 책값이 거의 5만원에 육박하니 쫌, 아니 마이 비싼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 익숙지 않은 곤충 학명, 화학물질 용어가 줄줄이 나오는 탓에 좀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약간의 인내심을 갖고 초반의 낯섦을 넘어서기만 하면, 훨씬 큰 “발견의 즐거움”을 선물하는 책이다. 사진과 그림이 많아서 실험과정 설명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이해가 잘 안되는 실험과정 설명은 그냥 건너뛰면 그만이다. 저자인 토머스 아이스너는 미국 코넬대학 석좌교수로 화학생태학 분야의 개척자라고 한다. 저자의 절친한 동..
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을 쓴 저자가 연구실에서 행한 실험 결과는 이 순진한 기대를 배반한다. 버튼을 눌러야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장치와 그렇지 않은 장치로 실험을 했더니 공짜 돈을 받는 것보다 평범한 버튼 누르기를 할 때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 선조체가 더 큰 활성을 보였다. 뇌에서 선조체 부위가 활성화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되면 인간은 만족감을 느낀다. 한 사람의 노동의 성과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뇌는 나태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저자는 “선택이 주어진다면 심지어 쥐들도 공짜로 뭔가를 얻기보다 그들의 음식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행동과학과 정신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만족감을 “자신의 행동에 어..
토요일. 주중에 계속 내가 들여다보고 써댄 활자들이 전해주던 추잡한 소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글자들을, 걸신들린 듯 읽어대다. 글자라고는 쳐다보기도 싫을 줄 알았는데... 일종의 대체물이 필요했다. 가글을 한 뒤 물을 뱉어내듯, 그렇게라도 입안의 깔깔한 말들을 뱉어내고 싶다. 토마스 만 단편집에서 와 를 읽다. 두 작품 모두 의 변주곡 같다. 키 작은 프리데만 씨가 불구가 된 토니오라면, 어릿광대의 주인공은 우울증에 걸린 토니오라 할까. 토니오 크뢰거. 예민한 청년 토니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패배자이고 더 많이 괴로워한다는 가혹한 교훈을 (난 스무살을 넘기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깨달은 이 비밀을...) 14살 때 터득한, 감수성 예민한 청년. 삶과 예술의 중간을 끊임없이 배회하면서 그 어느 쪽과도 ..
《감각적인 문체와 미학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 김승옥은 오랜 절필을 끝내고 ‘서울의 달빛 0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글은 손이 쓰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펜을 쥐고 글을 써 나가다 보면 쓰는 행위 자체가 쓰는 이의 두뇌와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사고와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 준다는 것이다.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말하는 것을 걷기에, 글쓰기를 달리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며 훈련하면 누구나 1km는 거뜬히 달릴 수 있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 글쓰기에도 비기(秘技)가 있을까. 국내 논픽션 분야 베스트 셀러 저자들에게 물어봤다. 체험기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한비야 씨, 교양과학 분야 최고 판매 도서 기록을 세운 정재승..
“정보 민주화” vs “저작권 침해” 정보 민주화인가, 지식 생태계 파괴인가. 포털 사이트의 도서본문 검색 서비스 강화 움직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출판인회의는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이달 말 시행하려던 도서본문 검색 서비스 강화 계획을 유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11일 밝혔다. 출협 등은 8월 중 교보문고와 손잡고 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인 다음에도 같은 요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판계가 도서본문 검색 서비스를 문제 삼는 것은 최근 교보문고와 네이버가 이 서비스를 위해 각 출판사와 ‘전송권 이용 계약’을 하면서부터다. 출협이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현재 출판사별 계약 체결은 중단된 상태다. ▽공짜 독서? 아니면 발견의 수단?=출협 김인호 이사는 “도서본문..
대박 책은 검도 9단…인터넷 검색 빈도 높고 도발적 제목에 눈길 올해 오늘의 작가상 공동수상작인 소설 ‘백수생활백서’의 제목으로 작가는 ‘탐험과 소유’를 생각했다. 철학책 같은 이 제목은 인텔리 백수인 주인공의 특성과 요즘 유행하는 ‘∼백서’류의 제목을 이어 붙여 ‘백수생활백서’로 바뀌었다. ‘백수생활백서’는 ‘백수’나 ‘백서’로 검색해도 인터넷 검색 결과의 윗줄에 뜬다. 신인 작가의 책인데도 출간되자마자 국내 소설분야 베스트셀러 순위 9위에 진입했다. 인터넷 검색이 책 제목도 바꾼다. 찬찬히 오래 읽기보다 빠른 검색의 시대에 간결하고 시선을 붙드는 감각적인 책 제목의 비중은 점점 커져 간다. 인터넷 서점에서 ‘팀장’을 입력하면 가장 먼저 뜨는 책은 ‘팀장 리더십’. 원제는 팀장과 상관없는 ‘The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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