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해가 쨍쨍! Sunny California가 바야흐로 시작되다. 두꺼운 재킷을 벗어던졌다. 덴마크 민속마을인 솔뱅 Solvang. 저 풍차 집은 기념품 가게다. 이 도시는 인공적 느낌이 강해 한번 보기엔 예뻐도 두 번 가고 싶진 않다. 유럽에 가보지 못한 미국 노인들의 관광지 같은 곳. 덴마크 풍 앞치마와 두건을 걸친 가게 점원들 표정은 자신들도 잘 모르는 이국적 이미지를 온 몸으로 전시하는 일에 지치고 신물이 난 듯 했다. 계속 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산타 바바라 Santa Barbara 는 스페인, 멕시코의 숨결이 뒤섞인 예쁜 해안도시다. 깨끗하고 보기좋은 올드 타운에 걸인만 가득해 좀 거시기했지만. 산타 바바라의 미션 mission 이 멋지다는 말만 듣고 무턱대고 언덕에 올랐다. 결론은 미국에..
비바람이 거세던 일요일, 샌프란시스코 남쪽의 몬트레이 Monterey 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성당 미사 참례였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님께 일요일 미사를 거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낯선 여행지에서 날씨도 나쁜데 이런 날은 미사 빼먹어도 하느님이 뭐라 안할 거라고 계속 구시렁거려도, 부모님은 눈도 꿈쩍하지 않으셨다. -.-; 옆 사진은 파도가 몰아치던 성당 앞 바다. 일찌감치 도착한 성당에선 성가대가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성가대원 대부분과 피아노 반주자, 바이올린 연주자가 모두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할아버지다. 휴스턴의 성당에서도 그랬지만, 미국 성당들의 미사는 성가가 참 좋다. 노래를 정성스럽게 하면 그 자체가 마음을 울리는 간절한 기도가 된다는 것이 실감날 정도다. 제대가 보통 성당..
흐린 날의 샌프란시스코는 필름 누아르의 무대 같다. 위의 사진은 피어39에서 유람선을 타고 바라본 샌프란시스코 시내 쪽 풍경. 아래는 트윈 픽스에서 내려다 본 시내 전경. 먹구름이 도시를 감싸고 있어 곧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종일 흐리던 날 밤에 인터넷 카페를 찾아 길거리를 헤맬 땐 어찌나 음산하던지. 어느 골목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담배를 문 험프리 보가트 같은 사나이가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 그런 사람이 나타나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사립탐정처럼 멋진 사나이의 등장을 기대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길거리의 골목들을 열심히 들여다보았으나...눈에 띄는 사람들이라곤 죄다 나처럼 어리버리한 여행자이거나 바빠서 거의 뛰다시피 걷던 무표정한 사람들, 아니면 걸인 들이었다. 케이블..
직접 차를 몰고 해본 여행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코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의 구불구불한 1번 국도를 따라 내려오는 여정이다. 7년전 쯤 벽 찍고 돌아오는 심정으로 서둘러 차를 몰고 내려온 여행이었지만, 다음에 좋은 사람들과 느린 걸음으로 다시 여행해보리라 생각했던 곳이다. 미국에 오래 머물러 계시던 부모님을 모시고 돌아올 때, 이 코스를 거쳐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캘리포니아의 태양이라면 부모님의 옹송그린 어깨를 말랑말랑하게 펴줄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9일간의 자동차 여행. 가던 날이 장날이라더니, 첫 5일간은 내리 날이 흐리고 비가 왔다. 6년 전 로스앤젤레스에서 잠깐 살 땐 지루하기까지 했던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진면목을 보여준 건 후반부 4일 뿐이다. 9일간의 코스는 캘리포니아 주를 북에서..
렌트카로 8일째 미국 캘리포니아 서부 해안을 일주 중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해 오늘은 샌디에고까지 왔고, 서부 일주 여행도 거의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답니다. 막내 동생이 일 때문에 들고온 노트북 컴퓨터가 있어서, blogging on the road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종일 운전하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군요. 무선 인터넷이 되는 날엔 피로에 지쳐 곯아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은 날엔 인터넷 접속이 불안정하고...이래저래 노련한 블로거 되긴 글렀습니다. -.-; 부모님을 모시고 온, 효도(?)여행 중입니다. 명목만 그렇고, 실제로는 점점 부모님이 자식들 눈치 보는 여행 꼬라지가 되어가는 것같아 영 찜찜하네요. 하여간 자식들이란....-.-; 햇볕 좋은 곳을 가자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의 오빠네 집. 부모님은 몇 주 전부터 여기 머물고 계시고, 난 뒤늦게 합류했다. 백수로 지내니 아무 때나 움직일 수 있어 좋다. 이런 생활도 오래가진 않겠지만.한국에서 겪은 혹독한 상실을 달래기 위해 여기 오신 부모님.. 햇볕이 치료제가 될지 모른다 생각했는데, 텍사스에 내리 며칠간 비가 왔다고 한다. 어제 밤에도 천둥소리가 요란했다. 한국에 비하면 가게도 멀고 길에 사람도 지나다니지 않는 동네여서, 비가 오면 참 적막하다. 오늘은 다행히 볕이 좋다. 밖에 잠깐 앉아 있으면 머리 뒤꼭지가 뜨끈해질 정도로 햇볕이 따뜻하다. 서울에서 출발할 떄 추워서 입고 온 겨울 점퍼가 거추장스럽다. 뒷마당의 수영장 옆에 앉아 졸다 깨다 하며 책을 읽고, 햇볕에 노곤해지면 들어가 자고, 그렇게 한 ..
- 주말 3일 걸렸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과 2, 모두 합해 44개 에피소드를 보는 데. 시즌 1은 22개 에피소드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봤다. 저녁 먹고 보기 시작해 밤 꼬박 새우며 시즌 1을 끝내고 나니 다음날 오후 3시…. 시즌 2를 이틀에 나눠 본 건 흥미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체력이 딸려서다. 에이구~ ‘프리즌 브레이크’의 프리즈너가 되어 긴 시리즈를 한 번에 몰아서 보니, 주인공들이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착각까지 생겨난다. 완죤 폐인됐다. -.-; 다른 시리즈보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늘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이 막판에 등장하고, 다음 에피소드에서 우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가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가 없다...
세계 최초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 세계 최초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 완등…. 독일 출신의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에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숱한 ‘세계 최초’들. 첨단 지원 장비나 남의 도움 없이, 거창한 명분 없이 혼자서 높이, 많이 오르는 것을 추구했던 남자. 그에게도 두려움이란 게 있을까. 단호하고 약간은 오만한 구도자의 이미지를 상상하며 책을 펼쳤는데, 처음부터 당황스럽다. 책은 1973년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을 시도하던 메스너가 암벽에서 두려움에 몸을 떠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곳에 있다는 무서움, 앞으로 어떠한 행동을 해야만 한다는 두려움’에 짓눌리고, ‘내려가고 싶다’와 ‘올라가야 한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오죽 결정을 내리기 힘들었으면 ‘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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