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세상에서 가장 싫은 물고기는? 답: 아이디어(魚) …썰렁하다. ^^; 기획회의를 앞두고 바닥난 곳간처럼 텅 빈 머릿속이 원망스러울 때 동료들과 이런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며 킬킬거렸던 적이 있다. 콘텐트 생산자 뿐 아니라 학자, 예술가, 기업의 CEO, 자영업자, 평범한 회사원에 이르기까지, 이 물고기를 잡으려는 낚시질은 생업의 가장 긴급한 문제가 아닐까. 미끄덩 빠져나가기 일쑤고 대어라고 낚아놨더니 알고 보면 잡어인데다 옆집과 똑같이 생긴 건 낚아봤자 팔아먹을 수도 없는 이 물고기를 낚는 데에도 분명 요령이 있으렷다. ‘생각의 탄생’을 쓴 저자들은 ‘무엇을’ 생각하는가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로 초점을 옮기라고 권고한다. 같은 주제이더라도 다루는 방식,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것을 발견해낼 ..
내가 기록해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중 하나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는 것이다. 프랑스 생장피드보르에서 시작해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의 길. 예수의 열두제자 중 한 명인 야고보가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던 길. 언제부터 그 길을 마음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상을 떠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내 모습을 몽상했다. 그러다.... 시들해졌다.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통해 이 길이 점점 유명해졌고, 급기야 3년 전쯤인가 ‘겁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여행가 김남희씨가 오마이뉴스에 쓴 산티아고 순례기 연재를 보고, 에라, 안되겠다, 마음을 접었다. …좀 이상한 일이다. 깃발 꽂으러 가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나 가는 길이면 내가 ..
"더 이상 자신의 꿈에 대해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는 없다. 그것은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밀고 가보는 것이다." 블로그 이웃인 당그니님이 최근 펴낸 책 ‘당그니의 일본 표류기2-이랏샤이마세 도쿄’를 읽다. 저자 자신이 모델인 주인공 당그니가 애니메이터의 포부를 안고 일본에 건너가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그린 시리즈 만화다. 뭘 보든 결국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더니, ‘이랏샤이마세 도쿄’에서도 위에 인용한 저 대목, “꿈은 남에게 묻는 게 아니라 스스로 밀고 가보는 것”이라는 말에 꽂혔다. 귀가 얇기가 종잇장 수준이라, 뭘 계획해도 누가 옆에서 ‘그거 별로인데?’하면 금방 ‘그렇겠지?’하고 주저앉는 나로서는 무지 뜨끔한 이야기다. 더불어 뭔가 꿈꾸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
주변을 둘러보면 성격 참 까칠한데도 정작 자신은 그런 줄 모르는 사람들 꽤 있지 않나요? 어디 남 이야기뿐입니까. 당장 스스로도 ‘또라이’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요. 자기 성격을 자기가 왜 모르는 걸까요? 미국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이 쓴 책 ‘나는 내가 낯설다’를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적응 무의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기질과 성격은 상당 부분 적응 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하네요. 적응 무의식은 자기가 의식적으로 접근할 길이 없으니 남들 눈엔 띄어도 자긴 모를 수밖에요. ‘나는 내가 낯설다’는 우리가 비의식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능력인 적응 무의식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블링크’의 말콤 글래드웰이 추천사를 썼는데, 읽다보니 ‘블링크’가 이 책..
하던 도둑질도 쉬다 하면 잘 안된다고, 근 한달 가까이 블로깅, 일기는커녕 글자를 거의 안쓰고 지내다보니 뭐가 잘 써지지가 않네요. ㅠ.ㅠ 자가발전이 안될 땐 옆에서 누가 찔러주기라도 해야 발동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을 보니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책에 대한 간단한 서평이 실렸더군요. 저도 그 책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서 예전에 써둔 서평(이라기보다 거의 요약본 ^^;) 을 올립니다. 이 책은 글을 잘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문 저술가가 아니어도 자신이 진정 열정을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해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범사례라 할만 합니다. 서평을 올리다 보니 입에 군침이 도는군요. 오늘 저녁 메뉴는 돈가스를~ ^^ 어쨌든,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 ..
아래 포스트에서 '하이쿠'에 대해 쓰다보니 예전에 써둔 서평이 생각나서요. '일본문화의 힘' 서평을 뒤늦게 올립니다. ------------------------------------------------------------------ "일본문화는 한국 비빔밥과 비슷한 점이 많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밥은 중국, 형형색색의 나물은 인도나 티베트를 비롯하나 아시아 여러 나라에 해당하며 한국은 가장 중요한 맛을 결정하는 고추장이 아닐까. 일본이 하는 일은 큰 그릇에 이런 문화를 받아들여 비비기 전에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의 말마따나 일본 문화는 비빔밥이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수용성), 그것을 섞어(편집성) 체질에 맞게 바꿔낸다. ..
며칠 좀 앓았습니다. 팔을 잘 쓸 수 없을 뿐 정신은 멀뚱멀뚱한 증세라 내리 빈둥빈둥 놀고 있는데, 블로깅을 하지 못한다는 게 계속 신경이 쓰이더군요.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닌데, 괜시리 가게 문 열어놓고 비워둔 기분이라 어찌나 뒷골이 땡기던지요. ^^; 며칠 놀며 읽은 책에 대한 수다나 잠깐 떨어볼까 해요. 고병권의 에세이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천명관의 소설 ‘고래’,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마음’을 읽었습니다. '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의 지은이 고병권은 제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연구자들의 모임인 '수유+너머'(www.transs.pe.kr)의 대표입니다. '대표'라는 말 대신 '추장'이라는 말에 성을 붙여 '고추장'이 되었다지요.^^ 전 이 저자의 책 중 ‘니체, 천개..
이전에 동화작가 쯤으로 생각했던 로알드 달의 단편소설집 ‘맛’을 산 이유는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한 후배가 “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극찬을 해서입니다. 어지간해선 다른 사람의 글 칭찬을 잘 하지 않던 후배라 그 칭찬이 기억에 남아서, 인터넷서점에서 책을 왕창 주문할 때 장바구니에 던져 넣었죠. 첫 단편 ‘목사의 기쁨’을 읽고 난 뒤, 제가 이 책을 단숨에 읽게 되리라는 걸 예상했습니다. ‘이야기의 맛’에 대한 후배의 칭찬은 과찬이 아니더군요. 로알드 달은 반전의 묘미를 가장 잘 구사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 같아요. 10편의 단편소설 모두 허를 찌르는 마지막 한 방을 이야기 끝부분에 감춰두고 있지요. 반전의 맛으로 치자면 맨 앞에 실린 ‘목사의 기쁨’이 제일 좋았습니다. 탐욕스러운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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