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입니까. 문외한인 저는 어쩐지 실용보다 장식, 예쁜 것이 먼저 떠오르는군요. 기능 개선 역시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임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디자인’은 어쩐지 낯선 조합 같습니다. 명품 패션, 고급 승용차처럼 실용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디자인의 목표라고 은연중에 생각해왔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디자인을 소개하는 뉴욕타임스의 짧은 기사에 한동안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뉴욕의 쿠퍼휴잇 국립디자인박물관에서 열리는, (세계의 부유한 10%가 아니라) ‘다른 90%’에 바쳐진 디자인전에 대한 기사인데요. 디자이너들이 가난한 사람들 쪽으로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2달러짜리 안경, 100달러짜리 집, 1..
“우리가 어디 뜻보고 삽니까. 그냥 살지예” - 영화 ‘밀양’에서 종찬의 대사 - (스포일러 없습니다) 이렇게 화창한 날에 고통이라니요. ‘밀양’을 보고나면, ‘밀양’에 대해 말하려면, 난감해집니다. 화창한 날, 구질구질한 내 삶도 화사해질 수 있다는 어이없는 기대를 품어보기도 하는 날, 이렇게 피 흘리는 상처라니요. 예고없이 덮쳐온 고통 앞에서 ‘나한테 왜?’라는 질문을 떠올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밀양’은 쉽게 넘어가기 어려운 영화입니다. 각자가 겪은 고통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지요. 비교할 수도 없는 거구요.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정신분석학자 빅터 프랭클은 사람의 고통을 가스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텅 빈 공간에 가스를 주입하면 가스는 공간이 크든 작든 그 공간을 구석까지 균일하게 채운다. 마..
주변을 둘러보면 성격 참 까칠한데도 정작 자신은 그런 줄 모르는 사람들 꽤 있지 않나요? 어디 남 이야기뿐입니까. 당장 스스로도 ‘또라이’인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요. 자기 성격을 자기가 왜 모르는 걸까요? 미국 심리학자 티모시 윌슨이 쓴 책 ‘나는 내가 낯설다’를 보면, 가장 큰 이유는 ‘적응 무의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기질과 성격은 상당 부분 적응 무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하네요. 적응 무의식은 자기가 의식적으로 접근할 길이 없으니 남들 눈엔 띄어도 자긴 모를 수밖에요. ‘나는 내가 낯설다’는 우리가 비의식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배우는 능력인 적응 무의식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블링크’의 말콤 글래드웰이 추천사를 썼는데, 읽다보니 ‘블링크’가 이 책..
“날 크레타로 데려가 주시겠소?”(조르바) “왜요?”(배즐) “그놈의 ‘왜요’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거요? 그냥 하고 싶어서 한다면 안됩니까?”(조르바) -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주말인 어제 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 에서 상영한 영화 ‘그리스인 조르바’를 보러갔습니다. 꼭 보고 싶은 옛날영화이지만 국내에 DVD도 출시되지 않아 안타까웠던 참에, 이게 웬 떡이랍니까. 게다가 무료 상영! 공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판에 이걸 놓칠 리가 없죠~. 막상 가보니 ‘그리스 걸작 영화제’라는 행사 명칭에 걸맞지 않게 작은 세미나실 같은 곳에서 앞사람들 머리 사이로 몸을 기울이고 보느라 허리 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역시 세상엔 공짜가 없습니다. ^^; 원작이 있는 영화는 대개 원작보다 못하거나 낫거..
하던 도둑질도 쉬다 하면 잘 안된다고, 근 한달 가까이 블로깅, 일기는커녕 글자를 거의 안쓰고 지내다보니 뭐가 잘 써지지가 않네요. ㅠ.ㅠ 자가발전이 안될 땐 옆에서 누가 찔러주기라도 해야 발동이 걸리는 모양입니다. 오늘 아침 어느 신문을 보니 ‘돈가스의 탄생’이라는 책에 대한 간단한 서평이 실렸더군요. 저도 그 책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서 예전에 써둔 서평(이라기보다 거의 요약본 ^^;) 을 올립니다. 이 책은 글을 잘 썼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문 저술가가 아니어도 자신이 진정 열정을 갖고 있는 대상에 대해 이렇게 책을 쓸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모범사례라 할만 합니다. 서평을 올리다 보니 입에 군침이 도는군요. 오늘 저녁 메뉴는 돈가스를~ ^^ 어쨌든, 이렇게라도 다시 시작하게 됐습니다. ^^; ..
지난 일요일 오후, 제 블로그도 드디어(!) 10만 히트를 돌파했답니다. 이런 날이 올 줄이야.... 물론 대부분은 검색 봇의 방문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100000 이라는 숫자가 갖는 마력 때문인지... 이 허접한 곳을 찾아오고 제 글을 구독해주는 분들이 계시다니 감격스러울 뿐입니다. 이승환님처럼 10만 히트 기념 블로그 대상을 발표 하는 센스까진 발휘하지 못하더라도, 더 자주 블로깅을 한다던가, 뭐 그런 업그레이드된 면모라도 갖춰야 할터인데..... 안타깝게도, 몇 주 동안 인터넷을 쓸 수 없는 사정이 생겼습니다.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스팸 트랙백만 쌓이면 어쩌나 싶어서 조금 전에 '영어 중환자' 플러그인을 설치했는데, 잘 될라나 모르겠네요... 히트 수가 통계의 허울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10..
어떻게 하면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 책을 볼 수 있을까를 궁리하다가 또 하나의 솔루션을 찾았습니다~. 음하하!!! 일명 '책그네' 인터넷에 '누워서 보는 독서대'로 검색했더니, 저같은 사람이 또 있었던지 이런 걸 팔더군요. 제까닥 주문했지요. 지난 번에 게으름뱅이의 침대독서 수난기 에서 뽐낸 리모컨 못지않으리라 기대하고요. 배달되어온 물건을 보니 생각보다 허접하군요. 책을 선반에 올려놓은 뒤 양옆에서 걸어 고정시키는 걸쇠가 짧아서 참고서 사이즈 말고 보통 크기 단행본은 고정이 안되더라구요. 제작사에 전화해 바꿔달라고 할까 하다가, 걸쇠도 제대로 못만드는데 뭐 신통한 게 있겠나 싶어서 기냥 집에 있던 고무줄을 위처럼 묶어 지지대를 만들어 봤습니다. 생각보다 편하더군요. 책을 위의 왼쪽 그림처럼 끼워넣고 그..
아래 포스트에서 '하이쿠'에 대해 쓰다보니 예전에 써둔 서평이 생각나서요. '일본문화의 힘' 서평을 뒤늦게 올립니다. ------------------------------------------------------------------ "일본문화는 한국 비빔밥과 비슷한 점이 많다.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밥은 중국, 형형색색의 나물은 인도나 티베트를 비롯하나 아시아 여러 나라에 해당하며 한국은 가장 중요한 맛을 결정하는 고추장이 아닐까. 일본이 하는 일은 큰 그릇에 이런 문화를 받아들여 비비기 전에 참기름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스기우라 고헤이(杉浦康平)의 말마따나 일본 문화는 비빔밥이다.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수용성), 그것을 섞어(편집성) 체질에 맞게 바꿔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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