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꼭 해보겠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적어놓은 내 ‘To Do List’ 중 1번은 요리, 특히 내가 좋아하는 일본 요리를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요리에 서투르기 짝이 없지만, 날 것의 재료들이 사람의 손을 거쳐 눈과 코와 혀를 통해 오감을 매혹시키는 요리로 변모하는 그 마술 같은 과정은 언제 보고 들어도 매혹적이다. 요리에 대한 매혹에는 어떤 기술에 대한 기억을 머리보다 몸에 저장해둔 장인에 대한 동경도 한 몫 한다. 요즘 나는 토요일마다 어머니 뒤를 따라다니며 요리 레서피 만드는 일을 심심풀이로 하고 있다. 모든 이가 그렇듯 내 입맛도 할머니- 어머니로 이어져 내려온 음식을 최고의 것으로 기억한다. 손대중은 도저히 따라 할 수 없으니 표준 레서피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께 계량 스푼과 계량 컵을 드리고 옆..
어제 오후 들어온 외신 사진. 서로 포옹한 채로 발견된 남녀 유골입니다. 처음에 이 사진을 봤을 때 ‘아~’ 하는 탄성이 나오더군요. 5000년의 세월을 이렇게 부둥켜 안고 있다니요. 죽음도, 시간도 갈라놓지 못한 사랑에 마음이 뭉클... 같은 부서의 남자 후배에게 “이거 기가 막히지 않니? 하고 사진을 보여줬죠. 그 후배 왈, “이건 생매장이예요”, 이럽니다. 아니, 이런 기가 막힌 비련을 두고 생매장이라니….러브스토리가 스릴러로 변모하는 순간입니다. ^^; 헌데 후배 말을 듣다보니 생매장이라는 추정이 더 그럴 듯하더군요. 둘이 껴안고 죽었다면 이런 포즈가 나올 수가 없다는 거죠. 남자가 죽은 뒤 여자를 강제로 생매장 시켜야 이렇게 인위적 포즈가 나오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는 ‘죽음도 갈라놓지 못한 사..
단식 후 이번 주 까지 보식 기간이라 도시락을 싸갖고 다닙니다. 지난 주까진 죽을 먹었고 이번 주엔 ‘현미, 생식’을 하라던데, 현미밥을 하는 식당을 도무지 찾을 수 있어야 말이죠. 막상 찾으려 드니, 현미까진 아니더라도 보리나 콩을 섞은 잡곡밥을 하는 식당도 없더군요. 거, 참….. 제 도시락을 본 후배들이 아침 거르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에게 2000원씩 받고 팔면 잘 팔리겠다고 하더군요. 광화문 사거리에서 아침 출근길에 파는 김밥보다 나아보인다면서요. 부업 아이템으로 한번 발전시켜 볼까 합니당~ ^^ 1. 흰쌀, 현미찹쌀을 6: 4 비율 (손에 잡히는대로 집어서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로 섞어 밥을 짓는다. 콩이나 조 수수 등 잡곡을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좋다. 2. 볼에 다 된 밥을 주먹밥 만..
그 남자, 쓸쓸하다….김 훈의 소설집 ‘강산무진’ 책장을 덮으며 중년 남자, 아니 중년의 삶이라 해도 좋을 그 목숨의 쓸쓸함이 입 안에서 서걱거린다.힘들어도, 아파도, 아얏 소리 한번 내지르지 않은 채 그들이 묵묵히 감당하는 삶의 무게가 내 어깨에도 고스란히 전달되어 등으로 아픈 기운이 번진다. 고단한 그들….. 허무한 세상을 묵묵히 감당하며 걸어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등을 쓸어주고 싶다. 한 남자가 있다. 이혼하고 혼자 사는 50대 후반의 기업체 임원. 어느날 느닷없는 간암 판정을 받는다. 너무 늦어버렸다는 사망 선고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뭘까…. 은행에 가서 적금을 해약하고 아내에게 못다 준 위자료를 전달하고 아파트를 팔고 주식을 처분하는 등의 일상 생활 정리이다. 표제작 ‘강산무진’에서는..
다섯째날 6시에 기상. 몸도 멀쩡하고 기분도 좋다. 어지럽지도 않고 평소 때와 똑같되 몸만 약간 가벼워진 기분. 배가 고프지도 않다. 이날은 냉온욕을 온천에 가서 본격적으로 했다. 냉탕에 25분 들어가 있었는데 온 몸이 덜덜 떨리지만 할 만하다. 이 추운 날에.....참 별 걸 다 해본다. ^^; 상당히 개운하고 좋다. 이후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근처 도시를 관광하고 돌아온 뒤 체조 명상 등등의 일과를 모두 마치고 수련장에 모였다.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좀 난감했다. 아무리 진한 연대감이 형성됐다 해도 낯선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하라니.....당황스러워서 대충 생각나는 대로 간단히 하고 주로 사람들 이야기를 듣는 쪽에 집중했다. 10대에..
넷째 날 6시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만두자’였다. 현기증이 일고 식은땀이 난다. 이러다 죽겠다..겁이 덜컥 난다. 그대로 누워 있으면 일어나기 더 힘들 것같아 겨우 몸을 일으켜 수련장에 갔다. 사범 설명을 들으니 오늘은 등산을 간단다. 해발 885m의 백운산을 오른다고. 아니, 4일째 굶은 사람들을 데리고 등산을 간다고? 미쳤나? 난 안간다. 단식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며 아침체조와 명상을 따라 했다. 그런데.... 신기하다. 기진맥진한 뇌가 생각을 멈춰버린 모양인지, 드디어 명상시간에 잡념없는 집중이 되는 거다! 흔히들 명상을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가 실제로 해보니 그건 도무지 고수가 아니고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경지다. 그게 어떤 상태인지 감조차 잡히질 않는다. 내가..
둘째 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 명상, 된장찜질, 관장, 냉온수욕을 하고 산에 올랐다. 공복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아침 명상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체조를 한 뒤 단전호흡 비슷한 방식으로 하는 명상이다. 전체 기간 동안 이 명상이 나는 가장 상쾌했다. 집중을 잘 하질 못하는데 그나마 이 명상을 할 때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호흡을 관찰하며 하는 방식의 명상이 가장 쉽기 때문에 그런 듯....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근처 산 중턱까지 등산을 하는 것. 그냥 가는 게 아니고 한 사람은 눈을 감고 다른 사람이 인도해 올라가야 한다. 일절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조건. 산길을 올라가는 것이라 쉽지 않다. 눈을 감은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인도하는 것이 굉장히 신경 쓰이는 일이다. 상대방 발 앞의 돌을 내 발로..
약간 무리를 해가며 얻은 휴가 1주일 동안 내가 갔던 곳은 명상&단식 캠프다. 6일간 단식하며 명상 훈련을 했고, 지난 주 금요일부터 맑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사는 데 그렇게 많은 칼로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절감한다. 몸과 머리가 모두 가벼워 아직까지는 만족스러운 상태다. 언제부턴가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몸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누가 깨워주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도 못한다. 밤이면 낮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2,3일에 한번 꼴로 술을 마신다. 인생의 전반부가 끝나가고 후반부를 시작해야 하는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회의로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 연말 어느 날 밤, 그로기 상태로 집에 돌아온 뒤 드러누워 몽상을 하던 도중 머리와 몸을 다 비워버리면 뭐가 남을까, 하는 뜬금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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