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시울을 닦으며 이 책을 읽고나면 가만히 불러보고 싶어진다. 젊다고도 늙었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 오십이 된 주인공도 그런 모양이다. '지구상에 무수한 단어가 있지만, '엄마'와 같은 식으로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단어는 단 하나도 없다'고 말하는 걸 보니.... 미치 앨봄이 쓴 짧은 소설 '단 하루만 더' 를 읽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바치는 헌사’이자, 어정쩡하게 살다가 덜컥 중년의 문턱을 넘어버린 세상의 모든 자식들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하다. 과거에 어떤 실수를 저질렀든, 스스로를 용서하고 살아도 된다고 어머니는 자식의 등을 쓸어내린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에 이어 이 책에 이르기까지 미치 앨봄의 일관된 주제는 죽음을 통한 삶의 재발..
소란스러운 연말의 모임들, 밟으면 터지는 폭탄(주^^)가 즐비한 송년, 망년회의 지뢰밭을 최대한 피해다니는 중…. 꼭 가야 할 모임,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을 생각해보았다. 의외로 그 수가 적은 데에 놀랐다. 1년 내내 거의 만나지 않은 사람들과 만나기로 되어 있는 몇 개의 모임들… 1년 내내 만나지 않았는데 꼭 연말에 봐야 할까. 정반대로 1년 내내 뻔질나게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모임들… 자주 봤고, 앞으로도 자주 볼 건데 번잡한 연말에 만나야 할 이유는 또 뭔지.... 이래저래 ‘만나야 할’ 이유를 생각해보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의 약속만 기억해두는 '송년회 다이어트'를 하다보니, 사람이 좀 야박해진다는 느낌. …그런데 습관처럼 되풀이해온 송년모임 순례의 쳇바퀴에서 벗어나려면, 나처럼 줏대없는 사람..
영화 감독 김지운의 에세이집 '김지운의 숏컷'을 읽다. '조용한 가족'으로 데뷔해 '반칙왕' '장화,홍련' '달콤한 인생'등을 만들어온 김지운은 어떤 장르의 영화를 만들어도 작품마다 자신의 인장을 선명하게 남길 줄 아는 감독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글에서도 '김지운 표'가 또렷하게 떠오른다. 긴장된 순간이 일상과 충돌해 돌연 황당해지고 어이없는 웃음을 자아내던 그의 코미디 영화들처럼, 이 책에서 그는 심각한 듯 하더니 갑자기 툭 농담을 던지고 독자가 따라 웃다보면 어느새 다시 진지해지는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또 ‘명품 호러’라고 불릴 만큼 세트 디자인이 정교하고 예쁜 ‘장화, 홍련’처럼, ‘가벼운 읽을거리’라지만 말 한마디, 표현 하나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책은 특별히 제한되지 않은 주제에 ..
지난 주 부산에 갔을 때 들렀던 인디고 서원. 전국에 하나 뿐인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이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 '학원 골목'에 자리 잡았으면서도 그 흔한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팔지 않는다. 약간 예전 대학가에 있었던 사회과학 서점의 느낌이 나기도 했고, 그보다는 훨씬 예쁘고 아늑한 공간이다. 이 서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여기서 열린 청소년 독서세미나 내용을 모은 책 ‘주제와 변주’를 읽고서다. 무슨 10대들이 이렇게 똑똑하고 깊은지! 이곳은 베스트셀러도 남다르다. 최근 한 달간 가장 많이 팔린 책 5권은 노벨평화상을 탄 무하마드 야누스의 이야기가 실린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을 비롯해 ‘히말라야를 넘는 아이들’ ‘책문-시대의 물음에 답하다’ ‘철학 통조림1’ ‘즐거운 불편’이었다고 ..
몇 달간 고민해온 어떤 선택의 과제가 있었는데 드디어 결론을 냈다. 후련하다. 뭔가가 뚜렷해지는 느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이 없지 않지만, 후회를 할 때 하더라도 일단 마음 가는 대로 따라가자고 결정했다. 고민하던 기간 동안, 변덕을 자책할 만큼 여러 번 생각이 변했다. 하지만 결론을 내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내가 선택의 이유로 찾으려 애썼던 논리적 근거가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이유를 말로 정리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실제 선택에서는 그것의 비중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실수를 하고 싶지 않아 나는 몇가지 대안들의 장점과 단점, 기회와 위기 등을 종이에 죽 적어보았다. 심사숙고를 한답시고 내 나름의 SWOT 분석에만 몇 주가 걸렸다. 예컨대 ..
제목이 잘 잊혀지지도 않는 책 ‘미쳐야 미친다’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의 저자인 정 민 한양대 국문학과 교수가 궁금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한 분야에 미쳐(狂) 종래는 그 분야에서 경지에 미친(及)사람들의 이야기 자체도 매혹적일 뿐 아니라, 무엇보다 그 재미없는 역사 (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라 역사를 안좋아한다 ^^;)에서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퍼올리다니…. 정민 교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졌다. 마침 정민 교수가 이번에 ‘다산선생의 지식경영법’이라는 책을 펴냈고 그 핑계로 만날 기회를 얻었다.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은 18세기 통합적 인문학자이자 그 폭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여러 분야에 걸친 조예가 깊었던 르네상스적 지식인인 다산 정약용이 ‘무엇을 했느냐’보다 ‘어떻게 했느냐’..
누굴 만나러 한양대학교에 갔다. 대학교 캠퍼스에 가보는 것, 정말 오랫만이다. 비오는 학교 교정은 그냥 좀 을씨년스러웠는데.... 만나기로 한 교수의 연구실이 있는 건물을 향해 종종걸음으로 걷다가 우연히 텅 빈 벤치가 줄 지어 있는 한적한 모퉁이에 접어들었다. 노랗고 붉은 이파리들이 떨어진 벤치 위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어쩐지, '가을아, 이제 안녕...'하고 속삭이고 싶은 기분.... (한손에 우산을 들고 낑낑대며 찍은 사진이라 구도도 엉망이다. 실제로는 '아~'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는데...내 촬영술이 조금만 더 나았더라면.....ㅠ.ㅠ) 광화문 시내에도 은행나무가 있고, 그 나무들도 오늘 비에 젖어 이파리들을 떨궜다. 하지만 시내에선 가을이 작별인사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만 같다. 벌써 큰 건..
“무엇에 반대하는지는 알기 쉽지만, 뭘 원하는지는 알기 어렵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데미언이 시네드에게 편지를 쓰며 -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을 보다. 시네큐브 광화문의 일요일 오전 10시반 조조 프로그램. 열댓명쯤 보겠거니 했는데 웬걸, 상영시간보다 30분 일찍 갔는데도 줄을 서야 했다. 세상에 거의 유일하게 남아있는 좌파 영화감독 켄 로치의 영화를 보러 사람들이 줄을 서다니…. 기분이 묘했다. 한때 그의 영화에 열광했던 적이 있다. 사회주의적 가치가 옳다고 믿던 때, 그의 영화 ‘랜드 앤 프리덤’은 한동안 ‘내 인생의 영화’였다. 98년인가 그의 영화 ‘내 이름은 조’가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르던 해, 칸에 있던 나는 창피함을 무릅쓰고 단상 앞까지 부득부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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