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복수 같은 인간적 감정으로는 안되지이~. 식칼로 배를 쑤시든, 망치로 머리를 찍든, 고기값을 번다는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해야지” - 영화 ‘타짜’에서 죽은 두목의 복수를 해달라는 부하에게 아귀가 던진 말 - 재미있다고 입소문 자자한 영화 ‘타짜’를 보다. 재미있다. 러닝타임이 꽤 긴데도 길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잘개 쪼갠 컷을 자주 교체하는 최동훈 감독의 스피디한 연출 덕분이었을 것이다. 화려하고 만화적이다. 배우들의 스타일과 연기도 좋다. 조승우와 김혜수는 그들이 출연한 모든 영화 중 ‘타짜’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다. ‘타짜’의 캐릭터들은 모두 ‘폼생폼사’에다 강렬하지만, 내 눈에 가장 인상적인 배역은 아귀(김윤석)였다. 상대 타짜가 ‘구라’를 치는 걸 발견하는 즉시 손목을 잘라버리..
무대를 비춘 조명은 종이로 몇 개 가려놓은 천장의 형광등 정도. 문을 닫아도 바깥 먹자골목의 소음은 계속 스며들었다. …이런 곳에서 연극 공연이 제대로 될까. 하지만 연극이 시작되면서 우려는 사라졌다. 주말인 20, 21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이음아트서점에서는 서점과 연극이 만나는 이색 공연이 열렸다. 극단 '드림플레이'가 헌 책방을 배경으로 한 연극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가 무료 시연회를 이곳에서 열었다. 이 자리는 24일 대학로 ‘혜화동 1번지’ 극장에 오르는 연극의 오프닝인 동시에 이음아트서점으로선 특별한 행사였다. 서점 주인장 한상준 대표의 블로그 를 보니 이달 이음아트의 문을 연지 1주년을 맞았다고 한다. '문화의 거리'인 대학로에 서점 하나 없는 건 수치”라며 ‘독립 운동’하듯 문..
차 없으면 꼼짝도 할 수 없는 미국을 자전거로 횡단하겠다니, 남들이 “미쳤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 정도의 일이면 ‘독도 수호’ 또는 ‘불우이웃 돕기’같은 대의명분이 있을 법도 한데 웬걸, 저자는 “그냥 재미있어서”란다. 홍은택 씨가 쓴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다. 한겨레신문 ‘책 지성’ 섹션에서 가끔 읽던 연재물이었는데 책으로 묶인 걸 보니 또 다르다. 자동차 부품이 만들어지는 컨베이어 벨트를 쭉 따라가면서 보다가 드디어 ‘완제품’ 자동차를 시승하는 기분이랄까. 단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저자는 2005년 여름 80일간 자전거를 타고 미국 동쪽 끝 버지니아 주 요크타운부터 서쪽 끝 오리건 주 플로렌스까지 6400km의 ‘트랜스 아메리카 트레일’을 달렸다고 한다. 1976년 미국 건..
“내가 제언하는 어떤 것도 믿지 말라고 여러분에게 요구한다! 단 한마디도 믿지 말기를! 이것만은 정말이지 재차 경고해야겠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그것이 인생의 기본적 진리라고 나는 ‘추측’한다.” 20세기의 거장으로 꼽히는 철학자가 말년에 한 강연의 서두치곤 신선하지 않은가? ‘나를 따르라’가 아니라 ‘나를 의심하라’니! 그것도 이렇게 강경한 어조로 말이다. ‘열린사회와 그 적들’로 유명한 철학자 칼 포퍼(1902~1994)의 책 ‘삶은 문제해결의 연속이다’를 읽다. 1994년에 쓰여진 책이지만 이번에 국내에 출판됐다. 이 책은 칼 포퍼가 1980년대 중반부터 세상을 뜨기 전까지 썼던 수필과 강연 원고 모음집이다. 포퍼의 대표 저작인 ‘열린사회와 그 적들’ ‘추측과 논박’..
진행하던 방송을 그만둔다고 한다.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번역 논란으로 인한 도덕성 문제가 가라앉지 않아서다. 안타깝게 되었다. 하지만 일이 너무 커져서, 정지영씨가 관둔다고 이 일이 잠잠해질까 싶다. 출판사도 수습에 나섰다. 18일 이후 출간되는 모든 '마시멜로 이야기'에 전문번역자 김경환 (본인이 출판사에 요청한 가명이다)씨와 정지영 씨 이름을 공동기재하겠다고 한다. 기재방식은 김경환 씨의 이름이 앞에, 정지영 씨 이름이 그 뒤에 나가는 방식이다. 이름의 순서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수습, 진작 했어야 했다. 해결책이 되기엔 너무 늦었다. (13일자 포스트 '마시멜로 이야기 논란 을 보고' 를 참조하시길.....) 다음 카페에서 '마시멜로 이야기'에 ..
구글 Vs. 네이버=‘증기로 돌아가는 방앗간 Vs. 사람 손맛이 묻은 떡메’ 절묘한 비유다. 한국에 R&D센터를 만들어 진출을 시작한 ‘기계화함대’ 구글과 ‘휴먼 터치’가 살아있는 네이버의 결전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IT 칼럼니스트인 김국현 씨가 쓴 ‘웹 2.0 경제학’을 읽다보니, 구글이 네이버를, 아니 더 정확하게는 한국 이상계가 태생부터 갖고 있는 지역성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이상계의 지배구조와 한류를 비교해 분석한 것이 우선 눈길을 끈다. 저자는 국내에서 성공한 모든 문화상품들의 특징을 ‘철저한 지역성’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한다. 그러고 보니 그렇다.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 ‘왕의 남자’ ‘괴물’등 모두 ‘한국적 상황’이 유난히 강조된 영화들이 아닌가. ..
괴테의 여동생 코르넬리아의 방이다. 괴테와 여동생을 제외하고 네 형제는 어린 시절에 모두 죽었다. 괴테보다 한 살 어렸던 누이동생 코르넬리아는 늘 자신이 없고 스스로를 믿지 못했던 성품이었다고 한다. 괴테의 회고에 따르면 괴테와 마찬가지로 코르넬리아도 ‘자기자신과 하나가 되지 못했고 될수도 없었던’ 사람이었지만, 코르넬리아는 괴테처럼 예술적 형상화를 통해 내적인 갈등을 풀어낼 통로를 갖지 못한 처녀였다. 그녀는 괴테의 친구와 결혼한 뒤 27세에 세상을 뜨고 만다. 그런 설명을 듣고 봐서 그런지, 초상화 속의 코르넬리아는 어쩐지 자신의 운명을 체념이라도 한 듯 묘한 슬픔이 배어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가족 음악실에는 특이한 모양의 피아노 (뭐라고 이름이 있던데 잊어버렸다..)와 특이한 가족사진이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은 이 대목이다. 아주 오래, 그리고 어느 한 곳에 정착해야 적당한 지금도 여전히 질퍽거리며 헤매는 나는, ‘파우스트’에서 신이 했던 이 말을 변명거리로 삼아 두리번거리는 스스로를 위로한다. 언젠가는 ‘그 무언가’를 파우스트처럼 ‘내 힘’으로 찾게 될 것이라고…. 물론 괴테가 나처럼 헤매는 인간들 변명거리로 쓰라고 이 말을 만들어낸 건 아니겠지만....-.-; 그나마 이전보다 나아진 점이 딱 하나 있다면, 메피스토텔레스처럼 알아서 척척 해결해주는, 기대고 있기만 해도 늘 길을 밝혀줄 큰 존재가 내게 있다면 차라리 영혼을 팔아도 좋겠다는 바람을 접은 것 정도랄까…. 그것이 사람이든 이념이든, 그런 존재가 있다고 착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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