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을 쓴 저자가 연구실에서 행한 실험 결과는 이 순진한 기대를 배반한다. 버튼을 눌러야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장치와 그렇지 않은 장치로 실험을 했더니 공짜 돈을 받는 것보다 평범한 버튼 누르기를 할 때 실험 참가자들의 뇌에서 선조체가 더 큰 활성을 보였다. 뇌에서 선조체 부위가 활성화돼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량 분비되면 인간은 만족감을 느낀다. 한 사람의 노동의 성과만큼 맛있는 것은 없다. 뇌는 나태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저자는 “선택이 주어진다면 심지어 쥐들도 공짜로 뭔가를 얻기보다 그들의 음식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미국 에모리 대학에서 행동과학과 정신의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만족감을 “자신의 행동에 어..
아침 출근길 지하철역. 가방을 주렁주렁 든 아주머니가 내 앞에 걸어가던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걸려는 포즈로 다가가다 멈칫했다. 그 남자를 그냥 지나쳐보낸 아주머니가 나한테 다가와 구파발 방향이 이쪽이 맞냐고 물었다. 앞에 가던 젊은 남자 인상이 험악했던 걸까. 아니면 너무 바빠보였나..... 그가 승강장에서 몸을 반쯤 틀었다. 곱상하고 평범한 표정. 하지만 아주머니가 왜 멈칫했는지 알만했다. 귀에 낀 하얀 색 이어폰 줄, 밖으로 새어나오는 음악소리.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음악소리는 아주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했을 것이다. “나 지금 바빠요. 말 걸지 말아요.” 나도 종종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의 도움을 받아 출근한다. 붐비는 지하철 안. mp3 플레이어와 이어폰..
달랑 한 권....^^ 쓴 책이 이것 밖에 없어 전체 카테고리 중 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 포스트 달랑 한 개로 버티게 될 딱한 신세....그래도 이 집에 내 책을 위한 방 하나쯤 만들어주고 싶어서 올려놓는다. 또 책을 써서 포스트가 늘어나는 날이 올까?.... 쓸까말까 망설이는 시간동안 썼더라면 진작 나왔을 책. ㅠ.ㅠ 책에 실린 분량보다 세 배쯤 더 써놓고 글을 쳐내는데 걸린 시간이 더 길었다. 너무 비효율적으로 작업한 탓에 기가 질렸지만, 책으로 만들어놓고 보니 아쉬운 게 참 많다. 아래 붙인 리뷰는 영화 주간지 에 영화평론가 김영진 씨가 쓴 내 책에 대한 리뷰다. 과분하게 평가해줬고, 또 과분하게 긴 리뷰.......^^ ----------------------------------------..
“나는 언제까지나 엄지손가락만한 꼬마이고, 자라지 않는 난쟁이로 머물렀다…. 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사나이에게 내 인생을 맡긴 채 장사꾼이 되어버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 영화 에서 -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이 국내에 개봉된 때는 1988년이었을 것이다. 좀 추울 때였다고 기억하는데, 계절이 가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상영관이 명보극장이었는지, 대한극장 아니면 스카라 극장이었는지,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원작 소설은 읽지 않았다. 몇 년 전 칸 영화제 작품상을 탔고, 원작자가 독일의 비판적 지식인인 귄터 그라스라는 것 정도가 에 대해 내가 알던 전부였다. 영화보다는 영화를 함께 봤던 친구와의 추억이 강렬하다. 노동운동을 하겠다며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위장취업을 하기로 결심한 친구에게 내가..
토요일. 주중에 계속 내가 들여다보고 써댄 활자들이 전해주던 추잡한 소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글자들을, 걸신들린 듯 읽어대다. 글자라고는 쳐다보기도 싫을 줄 알았는데... 일종의 대체물이 필요했다. 가글을 한 뒤 물을 뱉어내듯, 그렇게라도 입안의 깔깔한 말들을 뱉어내고 싶다. 토마스 만 단편집에서 와 를 읽다. 두 작품 모두 의 변주곡 같다. 키 작은 프리데만 씨가 불구가 된 토니오라면, 어릿광대의 주인공은 우울증에 걸린 토니오라 할까. 토니오 크뢰거. 예민한 청년 토니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패배자이고 더 많이 괴로워한다는 가혹한 교훈을 (난 스무살을 넘기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깨달은 이 비밀을...) 14살 때 터득한, 감수성 예민한 청년. 삶과 예술의 중간을 끊임없이 배회하면서 그 어느 쪽과도 ..
“엄마 때문에라도 난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사오리) “너로서는 그게 당연한 결론이야...하지만 나도 한마디만 한다면, 난 너를 참 좋아한단다” (히미코) - 영화 에서 딸 사오리와 아버지 히미코의 대화 - 참 따뜻한 영화. 행복을 가장하는 가짜 평화 대신 넘어설 수 없는 벽, 불화, 오해, 상실과 갈등을 모두 끌어안고도 온기가 느껴지는 독특한 영화다. 너무 예쁘고 날씬한 남자배우 오다기리 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뗄 수 없었던.....역시 꽃미남이 좋긴 좋다.....^^ 27살에 홀몸이 된 엄마를 보고 자란 딸 사오리는 게이 임을 커밍아웃하고 직장과 가정을 버린 뒤 게이바 마담으로 살아간 아버지 히미코를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 돌연 사라진 히미코는 게이 양로원을 차렸고 암으로 죽어갈 때..
바다이야기 쓰나미에 휩쓸려 해물 신세가 되어 허우적대느라 다른 일은 손놓고 있었다. 철지난 바닷가(는 아직 아니라고들 하지만, 난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에 있다보니, 다른 일에서 면제된 탓에 이 시간에 짜투리 시간이 남는다. 이게 웬 횡재! 바다에 풍덩 빠졌다고 책 섹션 만드는 일에 손놓고 있자니, 조금 미안하다.... 옆자리 컴퓨터를 넘겨보니 후배가 서평을 욜씨미 쓰고 있다. 옆에서 훔쳐본 한 줄. "행복한 감정을 자주 겪어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자주, 더 빨리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철지난 바닷가에 비가 오니, 그것만으로도 나도 행복하다!
《감각적인 문체와 미학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 김승옥은 오랜 절필을 끝내고 ‘서울의 달빛 0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글은 손이 쓰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일단 글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펜을 쥐고 글을 써 나가다 보면 쓰는 행위 자체가 쓰는 이의 두뇌와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사고와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 준다는 것이다.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말하는 것을 걷기에, 글쓰기를 달리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가며 훈련하면 누구나 1km는 거뜬히 달릴 수 있듯 글쓰기도 마찬가지라는 것. 글쓰기에도 비기(秘技)가 있을까. 국내 논픽션 분야 베스트 셀러 저자들에게 물어봤다. 체험기가 모두 베스트셀러가 된 한비야 씨, 교양과학 분야 최고 판매 도서 기록을 세운 정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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