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3일 걸렸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과 2, 모두 합해 44개 에피소드를 보는 데. 시즌 1은 22개 에피소드를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봤다. 저녁 먹고 보기 시작해 밤 꼬박 새우며 시즌 1을 끝내고 나니 다음날 오후 3시…. 시즌 2를 이틀에 나눠 본 건 흥미가 떨어져서가 아니라 체력이 딸려서다. 에이구~ ‘프리즌 브레이크’의 프리즈너가 되어 긴 시리즈를 한 번에 몰아서 보니, 주인공들이 마치 내가 잘 아는 사람인 것 같은 착각까지 생겨난다. 완죤 폐인됐다. -.-; 다른 시리즈보다 ‘프리즌 브레이크’가 중독성이 강한 것 같다. 늘 다된 밥에 재 뿌리는 일이 막판에 등장하고, 다음 에피소드에서 우리의 주인공 마이클 스코필드가 그걸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해 자리를 털고 일어설 수가 없다...
- 괜한 심술로 잔뜩 마음이 거칠어진 채 돌아온 집에서 우편물 하나를 발견하다. 발신지는 케냐. 이게 뭐더라, 하는 순간 아, 하고 떠올랐다. 재작년인가 한비야 씨의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 월드비전에 해외아동 후원을 신청했더랬다. 내가 후원하는 아이는 케냐의 어린 아이, 아퀘데, 그레이스 아초모. 올해 4살 8개월이 되었다. 유치원에서 공부도 곧잘 하고 축구를 좋아한다고 한다. 프로필만 받아보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그려 보낸 크리스마스카드가 뒤늦게 도착했다. 그림은 도무지 뭘 그린 건지 모르겠다. 작은 테이블과 막대기를 든 사람이라고 추정해보는데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 아이는 어느 한 순간. 잘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의 후원자를 생각하며 이 그림을 그렸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약..
…그러나 내게는 용기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사람이 있는 곳 치고 심연이 아닌 곳이 있던가! …용기는 최상의 살해자다. 그것도 공격적인 용기는. ‘그런 게 생이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넌 해봤자 안될 거야. 벗어날 수가 없다고. 돌을 던져본들 네 머리 위로 다시 떨어질 거라구… 귀에 대고 음산하게 속삭이는 중력의 악령에게 차라투스트라는 위와 같이 대꾸했다. 돌이 제자리로 떨어지는 반복이 무한히 거듭되더라도 던지기를 멈추지 않기, 낯설고 가혹한 고통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기, 운명이 달라지기를 지금도, 앞으로도 바라지 않으며 되레 그것이 다시 한 번 반복되기를 흔쾌히 소망하기. 그것이 니체의 ‘운명애 (amor fati)’라고, 난 어렴풋이 이해한다. 올해 이 말을 기억하려고 적어두는..
오랫동안 외국에서 살던 친구가 얼마 전 귀국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 친구를 만났는데, 친구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근처의 한 매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 있지. 조금 전에 저 가게에서 날더러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왜 그러는 거니?” 황당할 수밖에. 일단 그 친구는 아이가 없으니 실제로 '어머님'이 아닌데다, 나이를 먹었어도 별로 나이들어 보이지 않고 '아줌마'보다는 '아가씨'에 가까워 보인다는 자부심(?!)이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통해 짓뭉개졌으며, 그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좌우간 왜 스무살은 훌쩍 넘어보이는 낯선 총각한테 '어머님'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냔 말이다. 아닌게 아니라 어딜 가나 그 넘의 ‘어머님’ 호칭이 무척 거슬린다. (음......이렇게 나이 많은 걸 까발려가며 이런 포스팅을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친구가 있습니다. 주말에 친구들과 바비큐 파티를 한다고 오라기에, 남산 기슭 해방촌의 한 연립주택 옥상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하게 됐지요. 파티 장소를 알리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계속 '브라이(braai)' 라고 떠서 무슨 뜻인가 했더니, 남아공 사람들은 바비큐 파티를 '브라이'라고 부르더군요. 오후 5시쯤 도착하니 전부 식탁 주변에 둘러서서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 옆에 가만히 서 있기도 뻘쭘해서, 소스 통에 손을 담그고 꼬치구이 만드는 일을 거들었습니다. 소사티(sosatie) 라는 남아공 요리인데요. 오른쪽 꼬치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양고기와 돼지고기 썬 것과 파인애플, 양파 등을 말레이시아 카레로 양념해 꼬치에 꿰어 구우면 끝인, 아주 간단한 요리입..
동네의 자주 다니는 길목에 그 유명한 '총각네 야채가게' 체인점이 얼마전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원래 있던 자리에서 매장 크기를 두 배로 키우고 거의 10명에 가까운 '총각'들이 공격적으로 장사를 하더군요. 밤에 학교 운동장을 돌러 나가면 하루 장사를 마치기 직전인 야채가게 총각들이 야채 바구니들을 둘러매고 남은 야채를 떨이로 팔러 오곤 했습니다. 저녁 운동을 나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지갑을 갖고 다니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던지, 요즘은 퇴근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지하철 역 입구에서 총각들을 종종 보게 됩니다. 지하철 역 입구에선 야채보다 주로 과일을 떨이로 싸게 팝니다. 총각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동네마다 있던 작은 야채가게들이 다 문을 닫게 생겨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편의점 체..
안전은 다분히 미신이다. 자연 속에 안전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인류의 후예도 전반적으로 안전을 누리지 못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위험을 피하는 것이 위험에 완전히 노출되는 것보다 안전하지 못하다. 삶이란 위험을 무릅쓴 모험이거나 아무 것도 아니거나 둘 중에 하나다. - 헬렌 켈러 ...... 사정이 있어 또 잠시 집을 비웁니다. (이러다가 상습 가출범이 되겠다는....-.-; ) 어제까지만 해도, 뭘 하나 쓰고 이 집을 썰렁하지 않게 해줄 예약 포스팅도 2개 쯤 걸어놓으리라 다짐했건만... 밤늦도록 책상 앞에 앉아있었으면서도 결국 한 줄도 못쓰고 집나갑니다. ㅠ.ㅜ 위에 적어놓은 헬렌 켈러의 말을 마음에 품고 갑니다. '아무 것도 아니거나'는 면해야 할텐데 말이죠...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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